철학도 재밌어야 하지!

알라딘 공부방 1기 처음이자 마지막 과제, 도서 마이 리스트 만들기에 도전하다

 
 

아는 사람이야 알겠지만(누가?) 책 읽는 여자 굼실이네에서 소개하는 책은 무거움+깊이와는 살짝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요즘 공부 좀 해보겠다고 깝치고(!) 다니는데 이거 완전 신세계다. 매일같이 들려오는 이름들은 새로움 그 자체에 말하는 이론들은 한결같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판적 사고도 좋지만 일단은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의 바다에서 기쁨의 야호를 외치며 수영중이다. 그래도 바다에서 수영하려면 게헤엄갖고는 안되겠다 싶어 수영법 지도하는 책을 좀 찾아봤으니. (아마 나와 비슷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좀 되길 바라며, 재밌게 공부의 길로 유도하는 책들을 좀 둘러볼까? 

+) 이게 뭔 소린가 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약 한 줄. 키워드는 재밌고 쉽게 그러나 가볍지만은 않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책 정도. 굳이 분류하자면 인문보다는 교양에 가까운 책이 되겠다.

  

모든 즐거움의 시작은 만화!
4컷 철학교실. 난부 야스히로 

일단 한 페이지에 만화 딱 4컷 들어간 자그만한 책이다. 그런데 지까짓게 감히 철학을 논한다고? 그것도 멍청해보이는 청년 하나랑 돼지가?? 놀랄 노도 이런 놀라움이! 그래도 호기심이 가서 슬쩍 열어서 휙 넘겨보니 내용은 거의 말장난 수준. 그런데 이거 보다보니 꼭 그리스 철학자들 혹은 동양 철학자들의 선문답같기도한게... 방대한 정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쫌 철학적으로 사고하도록 머리를 열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의 눈높이로 쓰여진 책이면 시작해볼만하지 않겠어?
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 

철학 입문서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는 책 중 하나가 바로 <소피의 세계>가 아닐까? 유럽 철학의 역사를 소설이란 큰 틀 속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 소피라는 여자 아이는 선생님과의 대화, 삶 속에서의 경험을 통해 온 몸으로 철학을 배워간다. 다만 정말 겉핥기 정도의 정보일 뿐이고, 다루는 시대가 프로이트대까지라는 점이 아쉽다.

 

 

머리를 열고, 과거사를 한번 쭉 훑었으면 이제 현대 사회 속에서 철학을 바라봐줘야 하는 법.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김용식 

현재 10년 만에 개정판이 나온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은 철학계의 이단아(?) 김용석씨가 2000년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쓴 사회예술철학론이다. 이 시대를 잘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문화를 이해하고 인간을 바라봐야 할지를 풀었다. 보통 이런 철학에세이류는 너무 쉽거나 혹은 딱딱하거나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 대중적인 동화, 배우들을 전격 기용(?)해서 쉽게 썰을 시작하면서도, 수많은 주석에서 드러나듯이 깊은 사유를 놓치지 않는다.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개념들과 친해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자, 이제 본격적인 철학의 세계로 들어갈 일만 남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기서부터는 나의 바닥이 드러나는 바. 시중에 나와있는 검증받은 시리즈물을 소개하는 걸로 이 부분을 대체할까 한다.

 

시리즈 1. 개념어 잡기? 그린비한테 물어봐!
개념어총서 WHAT 시리즈 

그린비의 개념어총서 WHAT 시리즈는 인문.철학의 기본이 되는 개념을 다루는 입문서이다. 지금까지는 재현, 권력, 공, 개체, 주체, 내재성의 다섯권이 나와있는 상태고, 곧 후속편들이 나올 예정이다. 하나의 개념에 대해 저자 나름의 철학적 기반을 갖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두껍지 않은 작은 판형이 매력포인트다. 왠지 이 책을 보면 인문이란 분야도 이렇게 손에 잡힐 것 같은 예감이 든달까?

 

시리즈 2. VS로 철학을 논하다.
지식인 마을 시리즈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누구 대 누구의 형식을 이용, 그들의 철학 세계와 현대 사회를 어우르는 가상 대담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비슷하면서 다른 지식인들을 둘씩 짝지어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딱딱하지 않게 술술 넘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책마다 질의 편차가 심하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시리즈 3. 그들의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HOW TO READ 시리즈 

모든 철학 입문서들을 철학자를 소개하고, 그들의 이론을 풀어서 설명해준다. 그런 철학 입문서의 세계에 이단아가 나타났다! 바로 웅진지식하우스의 How To Read 시리즈이다. 이 책은 사람과 사상을 소개하지 않는다. 이들의 주안점은 철학가의 저서들이다. 그리고 이 저서들을 어떻게 읽으면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주고자 한다. 깊이있게 한 철학가를 파고 싶을 때 큰 지도가 되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우리나라 서점가에 얼마나 많은 인문교양서가 하루에도 수십 종 쏟아지는지 말 안해도 아시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소개한 책이 가장 좋다, 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럴 생각도 없을 뿐더러). 단지 이런 걸 시작으로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였을 뿐이다. 언젠가 이 책들을 두루 섭렵해 보다 높은 차원의 '공부'란 걸 하게 된다면 그 땐 또 그 때의 수준에 맞는 책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일단 시작은 뭐든 재밌어야 하는 법.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문득 "내가 벌써 이만큼이나!"라고 놀랄 날이 올지도 모르니.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만화로 읽는 4컷 철학교실
난부 야스히로 지음, 아이하라 코지 그림, 한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0년 03월 26일에 저장
절판

소피의 세계 (합본)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 / 현암사 / 1996년 2월
19,500원 → 17,550원(10%할인) / 마일리지 970원(5% 적립)
2010년 03월 26일에 저장
구판절판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포스트 글로브 시대의 철학 에세이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10년 1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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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26일에 저장

주체란 무엇인가- 무위인無位人에 관하여
이정우 지음 / 그린비 / 2009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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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굼실이 > 주체란 무엇인가 _이정우

 

주체란 무엇인가 _이정우
100205. 상상마당

1. 상징계: 이데올로기/ 대타자(어떤체계)/ The Other   //    실재계: 숭고한 대상/ 소타자(대상-원인) / objet a 


2. 기본 구도
  지젝: 상징계의 이름-자리에 대한 욕망 (real)  → 실재계와의 조우 (Jouissance)  → 다시 상징계로 돌아가 변화시킴
  들뢰즈: 과학을 통한 현실 인식  → 잠재성의 세계에서의 형이상학적 인식 → 다시 현실을 바꿈 (윤리학)

* Jouissance(주이상스): joyment+sexual meaning / 상징계를 넘어서는 즐거움 / 가령 연쇄살인마의 행동에 매력을 느끼는 일 / 라캉이 말한,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 (프로이트의 리비도에 대응) 


3. 상징계에서 실재계로 내려오며 발견하는 기본 원리
죽음 욕동 (라캉. 지젝)
마주하기 힘든 공포를 덮기 위해 문화 발생
인간이 가진 체계는 자의적 : 물병을 컵이라고 불러도 그 체계를 유지한다면 문제가 없다
Jouissance : 인간은 실재계에 대한 두려움과 매력을 함께 느낌 (공포영화 매니아, 힘든 상처를 곱씹는 모습)
죽음┌ 상징적 죽음 : 이름-자리의 소멸 / 국적없는 사람, 고아, 낙오자
      └ 실재적 죽음 : (상징적 죽음이 오지 않은 상태) 유령, 귀신

삶 약동 (들뢰즈. 베르그송)
생명의 끊없는 약동을 석화시킨 것이 문화 (생명: 흐름, 잉여, 생성 / 석화: 고정, 분절, 이름짓기, 체계화)
      실재         ┘ └   상징
 

4. 역사
고전적 역사를 바라보는 세 분류:
타락(플라톤의 유토피아, 기독교의 에덴) / 진보(근대 계몽사상) / 순환(동양적 사고)
자의적으로 재구성한, 일종의 시나리오
현대역사철학: 시나리오적 역사관 비판 → 역사는 우연의 산물 

* 발터벤야민
역사는 moment들의 이어짐이다 (moment; 시간을 자르고 응축시킨 것, 일종의 사진 / 순간의 변증법)
각 사건에 의미부여를 위해 이러한 사건들이 계열화되어야 함: 별자리
벤야민의 역사(시간) 개념은 프로이트의 그것과 유사 (비연속적, jump)
역사란 반복을 통해 과거를 구제한다 (즉,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의미부여하는 데에 따라 과거가 달라질 수 있음 / 이때의 변화는 실재적 변화가 아닌 상징적 변화를 의미 / 실재와 상징의 구분이 필요)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에 의해) 기다려졌던 사람들이다
☞ 역사를 기억하고 해석하는 일이 곧 고유명사를 되착는 일.

* 프로이트의 deferred action (사후작용: 하나의 사건이 뒤의 사건에 의해 의미가 부여됨)
불연속적인 시간 개념 / 현재의 사건이 과거 특정 사건을 의미부여함
(일반적 시간 개념: 과거가 연속적인 시간에 의해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는 인과 구조 가짐)
 

** 왜 주체성을 가지는 데 역사가 필요한가?
주체상을 가진다는 것은 곧 관계 속에서 출/처(나가고 들어옴)의 문제다. 차생과 동일성의 리듬을 갖고 자신의 정체성을 갖는 게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정체성은 시대에 따른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주체성을 갖는 데 역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TIP] 철학, 사상은 약이자 독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열린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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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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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말아요. 당신들은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그대로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세요. 평소에 그대로, 태연하게 생의 안쪽에 앉아 있어요. 그대로...... 자 이제, 나를 보세요. 풀밭의 외기에 맨몸을 맡기고 당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나를요. 아무것도 피하지 않는 평온한 내 눈을 보세요.' (247쪽)

'연애 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 전경린이 돌아왔다. 다시 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그녀의 목소리는, 외설적이면서도 당당하게 관객을 쳐다보는 마네의 그림 속 여인같다. 곧고 도발적이다. <풀밭 위의 식사>에서 그녀는 한 여자를 관통하는 사랑의 역사를 보여준다. 기다리고 사랑하고 상처받고 헤어나오고 다시 사랑을 꿈꾸는 과정을.

 

주인공인 누경에게는 사랑에 대한 두 가지 상처가 있다. 어린 시절 당한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상처, 해피엔딩이 될 수 없었던 친척 오빠 서강주와의 사랑의 상처. 그런 누경에게 기현이란 남자가 다가온다. 고독하지만 친절한, 평생을 함께하기에 나쁘지 않은 사람. 그러나 누경은 기현에게서 '두 사람을 동시에, 같은 사랑에 빠지게 하는 묘약'(230쪽)을 발견하지 못한다. 뜻밖에도 그 묘약을 누경은, 기현의 선배 인서에게서 본다. 어디에 뿌리 내릴 지 모를 사랑의 씨앗. 그건 누경의 상처를 껴안아 줄 수 있을까, 혹은 더 헤집어 놓을까? 어찌되든간에 삶은 이어질거라고 작가는 말한다.

 

책에서 사랑은 유리에 비유된다. 몇천도의 고열에서 스스로를 녹이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유리는 우리가 하는 사랑의 모습과 닮았다. 자신을 벼랑으로 내몰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심지어 거기에 도취된다는 점에서. 또한 언제 깨질지 모를 위험에 노출되어있다는 점에서. 모든 유리는 깨짐으로써 자신의 명을 다한다. 누경의 사랑이 고통으로 끝나버렸듯이. 그러나 우리가 잊고 사는 유리의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깨진 유리는 다시 고열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

 

서강주의 마지막 선물인 녹색화병이 깨지고 난 후 누경은 파편을 들고 유리공방을 찾는다. 산산조각난 유리들을 새로운 모양의 화병으로 만들어낸다. 그 앞에서 오열을 한 후 현실로 돌아온다. 물론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인서를 만난다. '세 노르말'이란 말과 함께 사랑의 씨앗을 누경에게 휙하니 던져놓는 남자를. 세 노르말. 피하기 어려운 걸 그대로 안은 채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프랑스 말. 바로 누경의 현재 모습이자, 사랑 앞에 슬픈 모든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말이다. 과거를 인정한 채 미래를 받아들이기.

 

과거의 상처를 들쑤시는 일은 분명 아픈 일이다. 때론 바늘이 가슴을 쑤셔 잠들지 못할 수도 있고, 다리가 후들거려 걷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의 때를 인정할 때에야 그건 현재라는 맑은 물에 씻겨나간다. 그 과정을 겪은 후 변한, 맨몸의 자신이 낯설지도 모른다. 다들 옷을 차려입은 자리에서 혼자 발가벗은 모습이 부끄러울수도 있다. 그러나 당당하라고, 똑바로 얼굴을 들고 일상에 어울리라는 말을 작가는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내 안의 목소리가 잠들고, 타인의 목소리가 요동치지 않는 내면의 고요함. 그 속에선 어떤 사랑도 결코 상처가 되지 않을거라고, 한 줄기 바람 부는 풀밭 위에 누워 속삭이는 누경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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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굼실이 > 주체란 무엇일까?

 

  

 

'주체'란 무엇인가 _이정우
100129. 상상마당

 

시작하기] 개념이란 왜 필요한가? 삶의 일관성을 갖기 위해 필요하다. 개념이란 항상 옳은 것인가? 사람의 체험을 평균화시킨다는 점에서 개념은 곧 사물의 타살과도 같다. 

오늘의 주제] 주체 

주체의 어원적 의미는 피조물이다. 즉 신이 아래로 던진, sub-jectum. 같은 단어가 중세에는 신민의 의미로 쓰였으나, 현대에 와선 자아, 의식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2주간의 수업에서 재현의 논리와 이에서 탈피하는 삶에 대해 공부했다. 이 때의 논리는 여러 사건이 존재하고, 이로써 개별의 진실이 만들어진다고 배웠다. 반면 주체의 개념에서는 여러 특성들을 지닌 실체적인 무언가를 가정한다. 이를 우린 '술어적 주체'라 말한다. 말 속에 이미 주어-술어 방식의 함축이 존재하며,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도 실체-속성의 사유를 하며 살아간다는 논리다. 

즉 우리의 인식 체계는 술어를 기초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기서 질문 하나. 정말 술어로 한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우리는 끊임없이 변해가는 존재다. 술어의 개념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변화가 자기와 자기 술어간의 대립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자기 술어로 게으르다라는 단어를 갖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자기술어와 자기를 일치시키지 않고 불만족감을 가질 때 그는 이 대립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할 것이며, 그 결과로 새로운 자기 모습, 즉 자기술어를 갖게 될 것이다.  

한편 술어의 세계는 나 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적용된다. 인간의 삶은 술어, 즉 상징의 세계 속에 자리한다. 가령 한 개인은 어느 국가에 살며, 어떤 이름을 갖고, 어떤 성(가문)에 종속되어 있다. 이들은 술어로서 표현된다. 

여기서 '이름-자리'를 갖는 사람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때의 사람은 두 가지 문제를 갖게 된다. 하나는 술어가 곧 내가 아니라는 문제, 하나는 술어가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게 아닌 이미 주어졌다는 문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두 가지 극단적 방법이 존재한다. 하나는 상징체계의 밖으로 나가 도사가 되는 법, 하나는 상징체계를 바꾸기 위한 투쟁, 분신자살을 하는 법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디쯤에서 살아간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안은 채로.

한편 두 번째 문제가 있다. 사람은 '나'가 아닌 '우리'로 살아간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에 접어들어 개인은 수많은 우리 속 어딘가에 점박혀있다. 가령 나는 한국인이며, 대학생이며, 서울사람이며, 인문학 수업을 듣는 사람이며 등. 고로 자기-자기술어간의 간극에 더해 나술어-우리술어의 간극이 이중으로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일반화의 오류가 발생한다. 나는 그렇지 않지만 한국인이기 때문에 -것이다, 란 명제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갈 길은 하나다. 무수한 주체로서의 우리, 나 중에서 진정한 우리, 나를 찾는 일.

인간에겐 두 가지 사유 방식이 존재한다. 공간적 사유와 시간적 사유. 각종 형상화, 철학의 사유가 공간적 사유라면 역사, 천지창조의 개념은 시간적 사유에 속한다. 시간적 사유란 곧 동일성과 차이의 사유로써 이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내용은 differentiation 차이 생성의 문제이다. 차이를 만드는 힘이 곧 시간이다. 시간을 통해 나는 변한다. 이 때의 시간은 타자, 관계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나를 변화시키는 건 관계의 힘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정체성과 동일성. 동일성이 유일무이한 불변함을 뜻한다면, 정체성은 시간의 흘러감 속에서 잃지않는 동일성을 의미한다. 이 정체성을 갖는 것이 사람의 목표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삶의 리듬이 필요하다. 이 리듬이 바로 동일성과 차이의 리듬이다. 나와 타자간의 균형이 필요하단 말이다.

현대는 고유성을 말살시키는 세계다. 고유명사를 다루는 역사보다 객체성을 다루는 과학이 판을 치는 시대다. 한 존재마다의 이름이 사라져가는 시대다. 이 시대에 필요한 건 주체의 힘이다. 물론 이 때의 주체는 딱딱하고 불변하는 identity가 아니다. 주체성에만 몰입된 인간은 객관적인 현실을 볼 수 없는 돈키호테가 될 수밖에 없다. 객체만을 중시하는 사람 또한 하나의 부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중요한 건 조화. 커다란 삶의 줄거리 안에서 각 고유명사가 살아 숨쉬는 '이름'이 있는 세계로의 꿈을 꾸고, 이를 위해 투쟁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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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굼실이 > 끊임없이 의심하기, 부정하기

 

  

게으름의 극치를 달리다, 이제서야 지난 금요일 강의 내용 정리를 했네요. 책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재현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이번주 금요일 강의가 기다려져요^^ 

 

 "재현"이란 무엇인가 _채운
100115
상상마당
 

첫 번째 실마리, 영화 '아바타' 속에서 등장한 이상적인 시공간에 대해 생각해보자.
두 번째 실마리,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지고 있는 개념, 인과를 찾아가는 방식은 상당히 자의적이지 않나?

도대체 개념이란 무엇인가? 개념이란 우리가 지금 여기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가령 "저런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다니!" 란 말에는 이미 인간이란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즉, 의도치 않게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개념을 생활화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말씀.

푸코는 자신을 일컬어 '회의주의자'라고 했다. 인간이란 자신이 가진,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가 만든 개념의 틀 안에서만 살 수 있기에. 즉 볼 수 있는 것만 보는 게 우리의 모습이란거다. 고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는 없다. 단지 각 개인이 최고로 치는 개념들에 대한 개별적 투쟁으로 인한 진리의 임의적 구성은 가능하다. 

여기서 오늘의 주제 "재현"의 시작이자 끝이 될 한 마디가 나온다. '보편성의 부정'. 자, 이게 바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어린아이들의 일기를 본 적이 있나? 그들의 일기 끝은 언제나 똑같다. '재밌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끝이 바뀐다. '-하지 말아야겠다, 다음엔 -해야겠다'. 사실 알고보면 그들의 삶이 매일같이 뭐 그리 재밌고 흥미롭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재밌다. 왜냐? 매일의 새로움을 긍정하기에. 즉, 보편성을 거부하는거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들은 반성한다. 뭔가 일관적인 기준, 잣대를 두고 그에 맞춰나가려 한다. 일종의 사회화가 진행된거다.  

"재현"이란 영어로 REpresentation. 우리말로 번역시에는 3가지로 가능하다. 재현, 표상, 대의. 공통점은 '-대신, -를 위하여'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무언갈 대신한다니 이보다 무례한 자기 기만이 또 있을까! "재현"의 포인트는 여기서 나온다. 무언갈 직접 드러내지 못하고 언제나 '매개'가 필요하단 점. 재현의 논리에서는 언제나 궁극적이고 불변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기본 가정으로 가지고 간다. 

그래서 우리 흔히들 이렇게 말하지 않나. "미래를 위해서라면 지금은 참아야 해." 재현의 논리에서 중간 과정의 사건은 무시된다. 오로지 이상적인 결과만을 향한 달리기.  

의심하자! 재현의 사유를. 난 지금 미래의 무언갈 위해 지금 여기를 부정하고 놓치고 있진 않은가? 재현의 논리는 유괴범의 사유와 유사하다. 둘러볼 필요 없어! 나만 따라와~ 그러나 유괴범을 따라간 아이의 미래는? 암담하다. 쫌 어려운 말로 재현의 논리를 풀어보자면, 일단 재인식 과정이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불변하는 주체와 대상을 설정한다. 이어 상식과 양식의 단계. 이 단계에선 보편적인 게 곧 좋은거다. common is good. 여기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사회적인 지배 담론이 태어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얼 배워야하나? 한 가지 힌트가 장자에 있다. 장자의 이야기에서 곤은 붕새로 날아올라 새로운 관점을 갖고 세상을 내려다본다. 이게 바로 재현의 사유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러나 우리는 새가 아니다. 땅을 밟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 후에 다시 인세로 돌아오는 장자의 결론 또한 배워야 하는 것이다.

개념도 안 잡힌 상태에서 들은 1강의 결론은?
"의심해라. 부정의 정신을 가져라. 부정의 용기를 지녀라." 이 정도 되지 않을까? '개념=보편적, 절대불변의 진리'의 공식을 깨야 한다. 개념은 연속적으로 우리가 깨부셔야 하며, 곧 다시 생성되는 존재이다. 이를 위한 방법은 아마도 2강에서.
coming soon :)

  

오늘의 Q] 재현의 사유는 궁극적인 무엇을 가정한다. 그러나 그게 항상 나쁘기만 한걸까? 가령 학문, 특히 언어학이나 심리학에서는 표상이 되는 절대적 존재가 필요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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