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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과식하는가 - 무의식적으로 많이 먹게 하는 환경, 습관을 바꾸는 다이어트
브라이언 완싱크 지음, 강대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오전 10시. 잠깐 컴퓨터를 하려고 앉았다가 전에 다운 받아둔 미국드라마 파일을 연다. 잠깐 보고 꺼야지 하는 사이 컴퓨터 책상 위엔 간식거리가 즐비하다. 코코아 한 잔, 스낵 한 봉.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고 40분짜리 드라마가 채 끝나기 전에 그릇은 싹 비워져있다. 잠시 영상을 멈춰두고 다른 먹을 것을 찾아가지고 온다. 드라마가 다 끝난 후에야 먹고 난 잔해를 보고 경악한다. 또 먹었다. 그 때서야 바지런떨며 움직인다한들 몸 속에 들어간 칼로리며, 축적되고 있을 지방과 탄수화물은 내 손을 떠난지 오래다.
흥! 나는 저런 멍청한 짓 안해. 라고 혀를 쯧쯧차는 사람들. 그러나 정말 이런 일화가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TV와 컴퓨터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먹고 있으며, 그 외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도 모르는 새 몸 속의 지방을 쌓아가고 있다. 문제는 무의식적인 섭취! 바로 여기에 다이어트의 비밀이 숨어있다.
원제 Mindless Eating, 부제 Why we eat more than we think인 이 책은 우리가 모르는 새 우리 주위를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들을 분석한다. 일명 '숨은 설득자'다. 읽다보면 당연한 소리들이라 무시하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소한 것에 초점을 맞출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10kg이 찔 수도, 10kg이 줄어들 수도 있음을 저자는 여러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만하면 궁금해지지 않는지? 이 책은 친절하게 다이어트 레시피를 짜주는 책보다 더 효과높은 다이어트 방법을 당신에게 제시해줄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다. 특히 서두를 여는 한 마디, "최고의 다이어트는 자신이 다이어트 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는 강박적인 사고와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가령 난 오늘부터 절대 초콜릿을 먹지 않을거야라고 다짐했는데 몇 일 후 결국 초콜릿 한 개를 먹게 되고, 당연하게도 결과는 하나가 아닌 한 통으로 끝날지 모른다. 끝은? '다이어트에 실패했어' 란 한마디. 그러나 이 책에선 말한다. 먹고 싶은 걸 먹으라고. 다만 똑똑하게 먹어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우리는 먹는 것에 있어서 우리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배가 부르면 그만 먹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은 안 먹고, 좋은 음식은 챙겨먹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더 큰 그릇으로 먹을 때 더 많이 먹고, 좋은 광고, 라벨이 붙어있을 때 그 음식을 더 선호한다. 그 뿐이 아니다. 포만감에 상관없이 그릇이 바닥이 보여야 다 먹었다고 생각하며,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더라도 보이면 먹는다. 이쯤되면 슬슬 자신의 혀와 위장과 감각을 믿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에게 아직 방법은 있다. 무의식! 위에서 소개된 '숨은 설득자' 들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음식을 더 먹게 만든다. 이제 방향을 전환할 시간이다. 우리의 몸은 100~200 칼로리 정도 덜 먹어도, 덜 먹었음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 것이 '무의식의 폭' 이다. 간단히 말해 매 끼니 밥 한 숟가락을 덜 먹고, 자연스레 먹던 식후 커피 한 잔, 캔디 하나를 먹지 않는다. 그 것만으로 1년에 5kg 이상을 감량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거짓말일까? 그렇지 않다.
3년쯤 전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몸무게를 감량한 기억이 난다. 물론 처음에는 빼야겠단 마음으로 밥의 양을 조금씩 줄이고, 생각없이 집어먹던 과자를 줄였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렀다. 먹고 싶은 건 여전히 모두 먹으면서도 1년 동안 8~9kg 정도의 몸무게를 감량했다.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는데 돌이켜 보니 바로 '무의식 다이어트' 였다. 좀 덜 먹고 좀 더 움직이고.
사실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요즘 무의식적으로 먹거리를 집어들게 되는 나의 식탐과 움직이지 않는 태도를 바꿔볼까 하는 욕심이었다. 그리고 책을 마친 지금, 즐거운 외침을 내지른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 또 하나는 이미 내가 경험해 본 방법이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 불어난 몸무게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이 '무의식 다이어트' 의 효과는 강력하다. 다들 이 간단하고도 어려운 100kcal의 마법에 빠져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