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과학사 7대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환상 여행 에듀 픽션 시리즈 1
다케우치 가오루.후지이 가오리 지음, 도현정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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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책이 두 가지 요소를 잘 믹스시킬 수 있을까? 가령 사랑과 과학. 왠지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다. 사랑이라고 하면 달달한 이야기가 펼쳐져야 할 것 같고, 과학이라 하면 왠지 딱딱한 이론서의 느낌이 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두가지를 제대로 믹스시킨 책이 나타났다.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한다>. 제목부터 심상찮다.

 

제목뿐만이 아니다. 한 쪽 눈은 금색, 다른 쪽 눈은 진한 파랑색을 한 민트빛 고양이 한 마리가 책 위에 사뿐히 앉아있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두 눈은 보는 이를 가만히 응시한다. 마치 어딘가로 읽는 이를 데려갈 심산인 듯 보인다. 뭐, 이렇게 매력적인 고양이가 안내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보고 싶은 맘이 들기도 하는데...

 

어느 날 강가에서 찾은 한 여자 샨린과 사귀고 있는 물리학 전공자 도오로. 모든 문을 잠갔다고 생각한 어느 날 밤, 한 마리 고양이가 난데없이 그의 삶에 등장한다. 유일하고 열려있던 것은 슈뢰딩거의 고양이 일러스트가 있던 책. 그리고 있어야 할 그림 속에 고양이가 없다. 결국 그는 책 속에서 고양이가 나왔다고 받아들이게 되는데.

 

슈뢰딩거 고양이. 양자론에 있어 절대적인 수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고안한 슈뢰딩거가 했던 사고 실험에 등장하는 고양이다. 상자에 두 칸을 만들어놓고 한 쪽에는 고양이를, 한 쪽에는 분열하는 방사성 물질을 넣어둔다. 이 물질이 방사선에 의해 붕괴되면 독가스가 나와 고양이는 죽게 된다. 이 때 붕괴 확률은 50%. 즉, 상자를 열어 확인하지 않는 이상 고양이는 반은 살고, 반은 죽은 상태이다. 즉, 양자에 있어서도 이론만을 강조하는 것은 반쪽짜리 사고방식일 뿐임을 설명한 이론이다.

 

어쨌거나. 마치 양자와도 같이 그들을 과거의 세계로 이끄는, 그 것도 현재의 시간 변화 없이, 고양이와 함께 도오루와 샨린은 굵직굵직한 역사 속의 위대한 과학 장면과 마주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과학사의 중요 부분을 통해 그 이론을 설명하고자 하는 책인가?

아니다. 단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위대한 발명품 안티키테라의 기계의 설계도, 위대한 일본 수학자의 봉납될 산액, 아인슈타인의 사라진 특수상대성이론의 자필 초고를 그들이 가져 온다는 설정은 어디서 본 듯, 그러나 참신하다. 그 물건들이 지금 남아있지 않은 이유를 소설속에서 녹여내면서 그럼 실제로는? 에 이르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과거로 이끄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같이 이 책은 우리를 지식의 세계로 이끈다.

 

한편으론 과학역사 속 유명한 인물들의 일화를 통해 호기심을 일으키기도 한다.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했다는 콘라드의 깃발 일화, 퀴리 부인의 스캔들, 갈릴레이와의 만남을 위한 모험까지. 이야기는 때로 과대망상적이고 허황되 보이지만 그만큼 쉽고 재밌게 읽힌다.

 

무엇보다 재밌다. 술술 읽힌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인문서로 분류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달콤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였다. 소설의 한 장면을 훔쳐온 듯한 결말과 소소하지만 현실적으로 가까워져가는 두 사람의 일상들. 이런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덕분에 그 안에 숨겨진 과학 이야기도 쉽게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던게 아닐까 싶다.

 

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손부터 먼저 설레설레 내젓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저 샨린과 도오루의 일상에 빠져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도오루를 따라 인터넷을 켜고 상대성 이론을 검색하는 스스로를 발견할지 모를일이다. 아니, 구지 그럴 필요까지도 없다. 이 책만으로도 어디 나가서 센스있게 말할 한 마디쯤은 준비할 수 있을테니까.

 

왠지 오늘 밤에는 자기 전 베개 옆에, 똑똑한 고양이가 나오는 책 한 권쯤 슬쩍 놓아두고 잠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왕이면 슈뢰딩거 고양이가 나오는 책이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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