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즐, 삶을 요리하다 -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노민영 지음 / 리스컴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짭쪼롬한 치즈, 달착지근한 젤라또, 단조로운 빵, 향긋한 와인... 아 안되겠다. 먹을거리만 계속 생각나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다. 책을 읽는 동안도 그랬다. 끝없이 펼쳐지는 음식의 향연에 침을 꼴깍. 나를 애타게 한 유럽 미식 여행기 <씨즐, 삶을 요리하다>(리스컴.2010)다. 그러나 단순히 아름답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여행기가 아니다. 슬로푸드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의 미식과학대학에 들어간 저자 노민영씨의 음식 공부 노트다. 여기에 체험학습 중의 감상과 일상 이야기, 맛집 소개 및 간단한 요리 레시피가 포함되어있다. 주제는 유럽의 슬로푸드, 목표는 신개념 미식가다.

 

슬로푸드란 단순히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연식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일률화되어가는 식탁을 풍성케하기 위해 지역의 전통과 자연을 지키며 다양한 식생활을 보존시키려는 국제적 움직임을 말한다. 이러한 슬로푸드 문화를 추구하며 음식에서 즐거움을 찾는 자들이 바로 신개념 미식가다. 책에 소개된 음식, 음식점, 농장 등도 이런 기준에 의해 소개된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를 여행하며 각 지역의 전통을 고집하고 그 맛을 유지시켜가는 문화를 체험한다.

 

전통적인 건 왠지 촌스럽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옛것이 존중받지 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유럽 국가의 음식에 한해서는 작지만 꾸준한 지킴이 운동이 이어져오고 있었다. 그 노력은 명품이란 이름과 흉내낼 수 없는 맛으로 증명된다. 이런 문화가 부러워지는 한편 우리가 지키지 못한 우리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기도 했다.

 

음식은 단순히 입으로 삼켜 목으로 넘어가는 영양분이 아니다. 만들어지고 즐기고 먹는 과정 각각엔 그 나라, 지역 고유의 문화가 살아 숨쉰다. 그렇기에 음식이 주제이면서도 이 책이 지역의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는 많은 게 담겨진 책이 된 게 아닐까. 새롭고 다양한 먹거리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음식을 보는 새로운 눈을 키워줬다는 데 대해 고맙다. 앞으로는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거기 담긴 만든이의 정성, 숨겨진 세월을 발견하려 한 번 더 들여다볼 것 같으니 말이다.

 

유럽 미식에 흥미가 있다면 배움의 용도로도, 단순히 먹을 걸 즐긴다면 눈의 요깃거리로, 유럽 여행을 계획한다면 맛집 정보의 용도로도 볼 수 있는 책. '먹기'에 대한 즐거운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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