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
고민정 지음 / 행복한책장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아나운서 고민정의 책'이란 말에 조금의 오해를 했다. 도도하고 세련된 모양새의 책이 하나 더 추가되는가 싶었다. 시인의 아내 고민정이란 사람을 알게 되고, 오랜시간 진솔하게 써내려간 그녀의 글을 읽었다. 부끄러워 마음이 후끈 달아올랐다. 꾸밈없이 맑은 사람이 쓴 진솔한 글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잘 알고 있었던걸까. <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의 표지와 사진, 구성은 세련되진 않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었다.

 

아나운서보다 시인의 아내로 잘 알려진 고민정씨. 어느 날 한국에서의 모든 걸 내려놓고 일년간의 여행을 떠난다. 중국의 샹그릴라로, 칭다오로, 인도차이나 반도로. 채우기보단 비우기 위해,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그 여행의 끝에서 그녀가 무엇을 배우고 얻었는지 고민정씨가 만들어놓은 기억의 간이역들을 따라가보자.

 

시인의 아내란 자리는 듣는 것 만큼 낭만스럽지 않다. 적당히 타협하라고 유혹하는 세상과 강직하게 원칙을 지키려는 시인 사이에서 외줄을 타야 하는 괴로운 자리다. 그럼에도 책 곳곳에서 시인 남편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힘들게 돌아가더라도 옳게 살아가는게 바른 방법임을 알고 있기에, 그 사람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쓰러질라치면 언제고 손을 내밀어주고 든든하게 어깨를 받쳐주는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고민정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다시 봐도 부럽고 예쁜 연인이다.

 

아나운서 고민정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였다. 어려서부터 꿈꿔온 자리는 아니었지만, 일단 자신의 능력을 돌아본 후엔 끊임없이 전진했다. 그 과정은 조금 외롭고 힘든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향한 궤도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 메이크업도 받지않고, 면접용 정장 한 벌 제대로 빼 입지 않았으며, 스튜디오에서 이력서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그러나 꿈과 의지는 이겼고, 그녀는 아나운서가 되었다. 자신이 새로운 길을 만든 특별한 사람이 된 것이다.

 

이기적이 되기 쉬운 세상.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고 관심을 가지면 작은 힘으로도 세상은 얼마든지 변화하기 시작한다. 받기보다 주는 데 익숙한 중국 학생들, 찐 고구마 하나도 나눠먹으려는 청소부 아주머니, 몇 마디 의성어만으로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행복의 나눔은 큰 게 아님을 깨닫는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웃음 짓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도우며 작은 관심의 큰 힘을 직접 체험한다. 그렇게 남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며 한층 더 성장해갔다.

 

어찌보면 참 뻔한 이야기. 혹은 너무 소설같아 특별하다고 치부해버릴지 모를 이야기. 그러나 고민정씨의 이야기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 자신이 직접 경험했고, 현재진행형으로 노력하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천연덕스러운 해맑음. 그녀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읽고 있으면 세속에서 묻혀온 때들이 하나씩 벗겨지는 기분이다. 가까운데 두고 세상의 무게에 지칠 때면 꺼내들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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