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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 자라지 않는 아이 유유와 아빠의 일곱 해 여행
마리우스 세라 지음, 고인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생각 비우기. 어느 날, 벤쿠버 과학박물관에 이 부문의 절대 강자가 나타났다. 상대가 누구건 단 일초의 여유도 주지 않고 이겨버리는 천하무적. 도대체 누굴까? 주인공은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어린 소년 유유이다. 뇌를 사용하지 못하는 슬픔을 유쾌하게 반전시킨 에피소드다.
열 살을 채 넘기지 못할거란 선고를 받고 온 몸이 마비된 채로 휠체어 위에서 살아가는 소년 유유. 어쩌면 많은 부모들에게 이런 자식은 행복이라기보다 차라리 재앙일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인 마리우스 세라에게 유유는 행복이었다.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푸른숲.2010)는 아들과의 짧은 행복을 소중히 간직하고픈 부모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물론 유유의 가족은 슬펐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기왕에 주어진 시간이라면 즐겁게 함께 하길 바랐던 마음이 더 컸나보다. 책에 담겨진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유유는 조금 다른 아이일 뿐, 이상하거나 불행한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된다. 오히려 특별하다. 이는 책의 말미에 있는, 달리는 유유를 담은 움직이는 그림을 봐도 느낄 수 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뛰기는 커녕 두 발로 설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책 속에서 그는 영원히 달리는 모습으로 남았다. 가족들과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가 억지로 감동과 눈물을 이끌어내는 신파였다면 이 책은 그저그런 감동 스토리류의 책 중 하나로 기억에서 잊혀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슴을 후려치는 슬픈 상황에도 불구하고 곳곳에는 웃음이 묻어난다. 달리는 유유의 밝은 모습이 눈 한 가득 박힌다.
"나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잊지 못합니다." 저자는 그래서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읽는 우리가 대신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니 심각해지지 말고 읽길 권한다. 유유를 기억하면서, 세상의 또 다른 유유들을 응원하면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책을 덮는 순간, 어딘가에서 유유도 같은 미소를 보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