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 포스트 글로브 시대의 철학 에세이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10년 1월
평점 :
미운오리의 일화를 아는지? 오리 무리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결국엔 백조 무리로 돌아가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한 번 따져볼 일이다. 미운오리는 정말 행복해졌는지. 이에 대해 기막힌 의견을 낸 사람이 있다. 철학자 김용석씨다. 왈(曰), 자기들과 다르다고 미운 오리를 배척시킨 오리 세계는 당연히 닫힌 세계다. 뿐만 아니라 자기들과 같기 때문에 받아들인 백조 세계도 결국 닫힌 세계다. 요컨대 미운오리는 평생을 닫힌 세계에서만 살았다는 뜨악할 관점! (닫힌 세계에서의 삶도 지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사람들은 이쯤에서 '뒤로' 버튼을 눌러도 무관하다.)
이런 기발한 발상을! 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라면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조금 더 궁금해질지 모르겠다. 2000년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쓴 문화, 인간에 대한 철학에세이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푸른숲.2010)이 출간 10년을 맞이하여 개정판을 선보였다. 10년전 이야기니 구닥다리아니냐고? 전혀. 오히려 지금 세대가 봐도 설마, 라고 생각할만한 미래적인 관점이 당신을 기다린다.
김용석씨가 말하는 새로운 개념은 '유크로니아', '사이의 문화', '탈인간성' 등으로 설명된다. 유토피아에서 따온 유크로니아는 여유있으면서도 빠르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시대다. 과거가 무조건 빠르게를 외쳤다면 지금은 보다 효과적인 빠름을 추구한다. 흔히들 현대로 오면서 개인주의가 판을 친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큰 덩어리의 가족체계는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소중해진다. 나, 너, 우리보다 나와 너 사이, 우리 사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회로 변해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주 시대를 예견한다. 이 작은(!) 지구에서 벗어나 전 우주로 우리의 삶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는 너무도 많다. 그렇다고 이 책이 미래지향적인 모습만 담아낸 건 아니다. 단순한 소비 사회에서 생산을 유도해내는 방식으로 변화된 모습, 미를 소유하는 생활 등 현재 우리의 모습 또한 고스란히 담겨있다.
때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동화, 예술가, 배우 등의 비유를 들며 쉽게 철학의 사유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때로는 각종 전문 서적 사이를 끌고다니며 그 깊이를 가늠케 한다. 양립할 수 없을듯한 두 지점을 잘 조합시킨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마치 카멜레온같이 자신의 모습을 바꾸며 독자들을 생각의 지평으로 끌고간다. 그러나 말미에서 김용석씨는 말한다. 책으로 들어갔으면 나오기도 해야한다고. 무조건적으로 그의 의견들을 받아들이는 건 이 책을 바르게 읽는 방법이 아니다. 이 책은 단지 소통의 도구, 사유의 시작점이 되면 그만이다. 진짜 이야기는 독자들 개개인의 머리와 몸을 통해 세상에 태어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