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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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유혹적이다. <내 남자> 라니. 어떤 사랑이 우리를 가슴뛰게, 저미게, 폭발하게 할까 궁금해하면서 책장을 연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 사랑 이야기인가 싶더니, 특별한 관계의 두 사람 이야기다. 조금 더 넘겨보니 그 관계를 묶고 있는 심상찮은 일화가 등장한다. 특별을 넘어 누군가에겐 혐오스럽게 보일 관계임이 드러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사랑을 더럽다 할 수 없었다. 치명적이게 아름답다. 세상이 그들을 보는 눈을 떠나 그들 스스로를 탐하는 모습은 빠져나올 수 없는 늪과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불쾌한 감정을 안겨주지 않을까 싶다. 서로에게 헤어나올 수 없는 두 사람이 다름아닌 아빠와 딸이기에. 공식적인 관계는 열몇살 차이의 양아버지와 양딸이다. 그러나 비슷하게 찢어진 눈매, 가끔씩 드러나는 비슷한 몸짓,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는 웃음. 그들은 묘하게 닮아있다. 그런 두 사람, 하나와 준고가 주인공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한 여자와 한 남자, 다른 사람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두 사람이 오랜시간 지켜온 사랑 이야기다. 사랑이라고 말하기 위해 험난하게 지켜온, 그러나 두 사람을 제외한 세상은 사랑이라 말하지 않는.

 

이 책의 표현은 절제된 듯 폭발적이다. 사쿠라바 가즈키는 책 곳곳에서 읽는 이를 전율케한다. 특히 인상깊었던 장면은 준고의 애인어었던 고마치가 보는 하나의 입술을 묘사한 부분.

'그런데 입술만 빨갛게, 저세상에서 차갑게 타오르는 불길 같았다. 벌린 입에서 분홍색으로 빛나는 혀가 쏙 나온다. 아이의 혀가 저렇게 끈끈하고 촉촉한 것일까.'

아이의 입술에 대한 한 두줄의 문장만으로 작가는 어린 중학생 소녀는 성숙하고 매혹적인 '여자'로 만들어버린다. 그럼으로써 애와 어른의 사랑이 아닌, 정신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사랑을 그려내는 것이다.

 

책의 구성 또한 독특하다. 화자가 바뀌면서 시간은 '지금'에서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하나하나 벗겨지는 베일 속에 의문스럽던 두 사람의 지난 행적이 보여진다. 왜 두 사람이 저렇게 미치도록 서로에게 빠져들었는지. 그 궁금증 때문이라도 독자들은 책의 마지막 단어가 나올때까지 책을 덮기가 쉽지 않다. 

 

하나의 책을 읽고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은 무한가지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사랑에 대해서건. 그들이 행한 사건에 대해서건. 대부분의 도덕적 잣대에 의해서 이 책은 폭삭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남자>는 연애소설이다. 때론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지만, 그렇게 극단적으로 치명적이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지독한 사랑이야기다. 그러니 부디, 눈살을 찌푸리건 고개를 끄덕이건, 한 번 귀나 기울여보길. 세상은 넓고 이런 사랑도 있겠거니 묻어두길. 하나가 준고에게 했던 한 마디에 여운이 남는다. "우리가 사랑을 나눴다는 거." 조금 오래 기억의 가장자리에 남을 것 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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