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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책은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물음표가 가득한 책, 온점으로 채워진 책, 느낌표를 남발하게 하는 책. 첫 번째 부류가 해석을 요하는 가령 시같은 작품이라면, 두번째는 음,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대부분의 책이다. 세 번째는 인상적인 책들이다. 주관적으로 공감이 가는 책이거나 작가의 말빨이 세거나 재밌는 책이 여기에 속하겠다. 제멋대로 방식을 가진 아줌마의 이야기 <고등어를 금하노라>(푸른숲.2009)는 일단 아줌마의 말빨이 재밌고, 그러면서 가끔 무릎치며 공감도 하게되는 책이다. 당연히 세 번째 느낌표 남발 부류 되시겠다.
일단 가족 소개를 하자면, 비록 몸은 독일에 있지만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 파워 지니신 엄마(바로 이 책의 지은이!). 독일인 엔지니어로 할 말 똑부러지게 하는, 그러나 본인은 유순한 줄 아는 때론 매력있고 때론 밉상인 남편. 알아서 잘 큰 아들. 이 집안의 깜찍한 반항아 딸. 이렇게 네 식구가 오손도손 살아간다.
#1 자식은 이렇게 키워라?!
이 부부, 자식 사랑 끔찍하다. 극성 한국아줌마의 끔찍한 자식 사랑? 거기서도 과외에 따라다니며 간섭하나 싶겠지만 오우, 노우! 이들의 사랑은 함께 놀아주기 + 알아서 크도록 격려하기로 표현된다. 이들의 모토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돈이 아니라 부모의 시간이'(p.85)다. 더불어 그들이 생각하는 자녀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 또한 아이들이 '부모의 도움 없이 잘 사는 것'(p.94).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이래서 애들이 제대로 크겠어? 생각하겠지만 그 완벽한 결과물(?)이 아들과 딸로서 증명되니 우리나라의 극성 부모들, 한 수 배워보심이 어떨까?
#2 가족은 최고
이들 가족의 화목도는 부럽다. 드라마에서 보는 꾸며진 가족의 화목함이 아닌, 자기 할 일들 알아서 하면서 필요할 때 뭉치고, 기대치 않은 순간 가족이란 이런거구나!를 느끼게 하는 진짜배기다. 조금 못미더워도 믿어주고, 어느 순간 짜증나도 사랑으로 덮어주는 그런. 이들 가족처럼 살아간다면 집이란 정말 따뜻하고,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그런 장소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야 있겠지만 말이다.
#3 이렇게 사랑하며 늙어가고 싶다
젊은 시절, 가장 아름다운 때의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빛이 나고 아름답다. 그러나 사랑이 결혼이란 이름에 묻히면? 사랑의 달콤함은 날아간 채 생활의 고달픔이 그 자리를 채운다. 배우자에겐 짜증과 늘어난 나잇살만이 남는다. 그러나 이 부부는 그 세월을 현명하게 이겨낸다. 늦깍이로 함께 춤을 배우면서 몸을 맞대고 아침엔 늘어난 뱃살을 쓰다듬으며 킥킥거린다. 나이가 들어도 열정을 잃지않고, 나이에 맞는 방식으로 사랑을 지켜가는 이들처럼 늙고 사랑하고 싶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4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기
이 가족의 식탁에는 고등어가 금지다. 왜냐? 육지 한 가운데서 바다 생선을 먹는 건 자연환경에 해악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 아니 자기들이 안 먹는다고 뭐 세상이 갑자기 좋아지겠어? 싶기도 하지만, 그런 사소한 실천들이 모이고 모여 지구를 살리는 일에 기여하는 법. 그래서 이들은 물 받아놓고 목욕도 안하고, 샤워도 후딱 끝내버린다. 엽기적일 정도로 대단한 가족이다. 그러나 그 마음, 갸륵하지 않은가!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이 책에 쓰인 일들은 별거 아니다. 사실 간단히 한 마디로 요약도 가능하다. 독일에 사는 한 한국인 아줌마의 일기! 그녀는 굳이 자기가 하는 대로 하라고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 왜 그렇게 구구절절이 자기 얘기를 써놓으셨수? 라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한다. '나 같은 보통 사람도 내 인생과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걸 다른 보통 사람들과 더불어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면 나는, 너는, 우리는 허세의 갑옷을 벗어버리고 편안하고 가볍게 실천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p.281) 그렇다. 별거 없는 인생, 그러나 그 한 사람마다가 모두 주인이라는 걸, 그러니 그 속에서 사소하게 행복해하며 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건지도.
때론 엽기적이고 유쾌하고 행복한 가족 이야기를 읽으며 잠시나마 함께 기분 좋아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책, <고등어를 금하노라>. 날씨 추운 겨울 몸을 녹여줄 책으로 일독을 권하는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