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 - 평범한 이웃들의 웃음+눈물+감사한 인생이야기
박은기 외 32인 지음 / 수선재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겉으로 보기에 굴곡없는 삶. 그럼에도 난 언제나 생을 힘겨워했다. 집에 일이 생기면 작은 말 하나에 마음을 다쳤다. 내성적인 성격에 누구에게도 마음을 펼쳐보이지 못했다. 그게 하나씩 쌓였던지 어느 날은 이유없이 몸이 아팠고, 이유없이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그렇게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줄 알고 살았다.

 

그러나 조금씩 세상에 눈을 돌리고,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나는 참 편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을 받으면서 나를 사랑하게 된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힘든 일이 닥쳤다. 난 다시 생 앞에, 한 떨기 버드나무 가지보다도 쉽게 쓰러졌다. 쓰레기통엔 눈물을 닦아낸 휴지가 가득차고, 스스로를 다시 작은 방안에 가둬버렸다.

 

그렇게 마음이 오갈데없이 오락가락하던 어느 날, 노란 빛의 책 하나를 선물받았다. <반듯하지 않은 인생, 고마워요>(수선재.2009)라니, 어떻게 반듯하지 않은데 고마울수있나란 반발부터 들었다. 마침 몸이 많이 아프던 때라 신경이 날카로워져있을 때였다. 며칠을 포장만 풀어둔 채 책장에 고스란히 꽂혀있었다. 그러다 열이 좀 내렸을 때 책을 집어들었다. 특별하지 않은, 그러나 쉬이 경험할 수 있지도 않은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누가봐도 힘들게 살아온 삶들. 읽는 내가 다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그 일을 겪은 당사자들의 글에는 슬픔, 미움, 원망이 담겨있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함, 즐거움, 유머러스함, 그리고 행복이 담겨있었다. 괜찮은 척 쓴 글이 아니었다. 전문가의 매끄러운 글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이었다. 정말로 자신과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진짜 마음이 담긴.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부끄럽다. 겉으론 행복한 척 지내고 있지만 속은 까맣게 타서 재만 남은 내 마음이 여기 담겨있기에. 적어도 이 책 속의 글을 쓴 사람들은 그 마음을 단박에 알아볼게 뻔하기에. 그렇다. 지금 이 순간 난 그들을 만나고 싶다. 33편 짧은 글의 주인공들을. 힘든 생을 이겨내고 이젠 다른 이들까지 돌아볼 수 있는 여유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 보고만 있어도 위안이 될 것같은.

 

명상을 통해 자신과 가족과 세상을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게 된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마음을 바꿨을 때 세상은 감사할 수 있는 걸로 가득차게 되었다고. 안다. 지금 당장 힘겨움과 싸우는 중에는 그 작은 마음의 변화가 가장 어려운 일이란 걸. 나 또한 매번 실패하기도 한다. 그러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우리의 마음 또한 그렇지 않을까.

 

분명 내 생에도, 당신의 생에도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이 가득 퍼지는 날이, 절대 화해하지 못할 모든 것에 고맙다 말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우연히 나에게 온 노란 책 속 평범한 이야기에서 큰 삶의 진리를 배웠다. 이 또한 세상에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닐까. 지금부터 말해본다. "고마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