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드라마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1
최복현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스 로마 신화 최대의 바람둥이, 두말할 것 없이 '제우스'다. 부인만 7명이었으며 (흔히들 아는 헤라가 그의 7번째 부인이었다.), 애인은 손으로 꼽을 수 조차 없을 정도다. 물론 수많은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건 남자의 본능이요, 더군다나 그는 최강의 권력과 힘을 지녔으니 그럴만 하지, 싶을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도껏이지. 왜 그는 그런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신화 속에 남게되었을까?

 

<신화드라마>(풀로엮은집.2009)에서 저자는 말한다. 권력의 안정성을 위한 제우스의 꾐이었다고. 또한 가장 우수한 피를 이어받고싶었던 인간들의 욕심 때문이라고.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먼저 신화 속에서 제우스는 1대신 우라노스, 2대신 크로노스에 이어 세 번째로 군림한 신계의 지배자다. 그런데 이 권력이양 과정을 보니,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훔쳐낸 역사의 반복이다.

 

결국 제우스도 최고권력을 소유하게 되었되, 그 위치에 불안함을 느껴야 했다. 그런 그에게 번쩍 떠오른 생각! 그건 자신의 씨를 퍼트림으로 인해 제우스 계보의 세력을 만들어내는거였다. 고려시대 왕건이 그러했듯 결혼을 통한 세력 확장. 제우스의 바람끼는 이렇듯 정치색을 띠고 이루어졌다. (물론 제우스의 남자본능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또 한가지 이론은 역사로서의 증거다. 신화 또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산물이다. 그리하여 신의 계보는 자연스레 인간의 계보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런 신과 연관된 계보를 명문가라 일컫는다. 사람들 입장에서는 최고 신인 제우스와의 관계를 만드는 게 명문가의 질을 높이는 일이 되었을거고, 이는 곧 다양한 계보에서 제우스와의 연결점을 찾으려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해서 최고 신 제우스는 희대의 바람둥이로 낙인찍히게 된 것이다.

 

<신화드라마>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그 계보를 따져나간 책이다. 다른 신화를 다룬 책에 비해 끝도 없이 나오는 이름들에 지칠 수도 있지만 언제나 비슷하고 긴 이름에 헷갈려하던 사람들에겐 그 관계를 정리하기에 좋은, 신화 교재쯤 될까. 특히 보통 책들에서는 이야기 위주로 다루느라 빠진 정확한 신들의 이름이나, 신들이 갖고 다니는 상징물, 신화 속 굵직한 사건에 대한 명칭들을 알 수 있다. 요컨대 눈과 마음으로 즐기기보다 제대로 신화를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다.

 

매일 똑같은 이야기식 신화에 질렸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제대로 읽고나면 어디가서 '나 신화 쫌 알아!'라고 잘난 척 할 수 있을 배경지식쯤은 충전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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