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1

엄마는 자애롭고 넉넉하기만 하다고? 오~ 노우! 지금으로부터 시간을 몇십년 감아보면 엄마도 사랑스러운 소녀였을 적이 있었다. 삶의 퍽퍽함에, 노곤함에 물들었지만 마음 어딘가 남아있는 소녀감성이 문득 깨어나는 순간 아이보다 더 천진난만한 엄마를 만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면 남편의 주말 비행을 전적으로 반대하던 엄마가 어느 일요일 오후 식사도 내팽개친 채 외출을 한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돌아온 엄마의 한 마디. '여보, 당신 꼭 비행해야 해요.' 안전한지 보기 위해 먼저 시승해본 엄마가 멋지다며 잇는 말에 가족들은 눈물이 흐르도록 웃는다. 이렇게나 순수하고 아이같은 엄마라니! 이보다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2

엄마는 역시 자애롭고 강건하다. 딸이 글쓰기가 배우고싶어 신청한 5일 교재무료체험. 바보같이 미리 해지하지 않아 청구된 7달러로 끙끙대던 딸에게 정말 배우고 싶냐면서 그렇다는 대답에 두말없이 7달러를 건네주는 엄마의 모습은 딸을 향한 아낌없는 지지와 사랑을 보여준다. 그러나 얼마 후 작문에서의 F. 엄마는 당장 그 교재를 갖고 내려오도록 해 그 자리에서 모든 걸 배끼도록 시킨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강력한 힘. 엄마만이 가질 수 있는 효과적인 당근과 채찍이다.

 

#3

엄마는 때로 깜찍한 거짓말도 한다. 가족들은 살아오는 내내 엄마가 시내 은행에 돈이 가득찬 통장이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딸이 커서 처음으로 돈을 받아 엄마에게 건네는 순간, 거짓말의 마법이 풀려버린다. '통장 같은 건 없어, 얘야.' 아이들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시작한 엄마의 작은 거짓말, 그 덕분에 가족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깨지지 않는 믿음으로 그 때마다의 위기를 헤쳐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가족이란 끈을 단단히 묶어내는 정교한 매듭같은 엄마의 마음.

 

<엄마의 은행통장>(반디)은 이보다 멋질 수 없는 엄마와 가족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세상 무엇보다 가족이 최우선인 엄마. 그 사랑만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엄마 덕분에 가족들은 누구도 부러워할 수 밖에 없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성장한다. 어리석은 행동들은 엄마의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배움으로 바뀐다.

 

무엇보다 이 책은 너무도 사랑스럽다. 더군다나 가족들간에도 대화가 사라지고, 필요한 말 정도나 오가는 이 텁텁한 세상에서 사랑으로 충만한 가족들의 잔잔한 에피소드들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지금 당신은 기댈 수 있고 보듬어줄 수 있는 '엄마'라는 울타리가 있는지. 너무 바쁜 생활 속에서 혹 잃어버린 건 아닌지. 과거 어딘가에 버려두고 온 건 아닌지 말이다.

 

모든 엄마가, 가족이 이렇게 단란하고 행복으로 충만할 수야 없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헛된 희망일지도. 그러나 모두의 기억 속 어딘가에 하나씩은 남아있지 않을까. 자신만의 잊지못할 '엄마'의 기억들을. 조심스레 하나씩 끄집어내다보면 자신도 모르는새 입가에는 웃음이 눈가에는 아릿한 눈물 한 방울이 맺혀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즐거움에 읽는 건 한순간이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 가슴에 남을 유쾌하고 감동적인 가족이야기다. 누구에게나 추천도장 꾹 눌러주고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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