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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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를 할까, B를 할까. 살면서 수도없이 마주치는 선택의 순간. 나는 종종 동전을 던진다. 앞면이 나오면 A,  뒷면이 나오면 B다. 왜 갑자기 동전던지기냐고? <Q&A>의 주인공이 요 동전 던지기를 통해 행운을 거머쥐기 때문이다. 자신이 갖고 있던 10달러를 탈탈 털어 본 점. 미신이라며 툴툴거리는 그에게 점을 봐준 할아버지는 동전 하나를 건넨다. 행운의 동전이라면서. 우리의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혹은 결정을 내려야할 때마다 행운의 동전은 말 그대로 행운을 업어온다. 그러나 정말 동전이 가져다준 행운일까?

 

책의 주인공은 인도 어느 슬럼가에 사는 일자무식 웨이터 람 모하마드 토머스. 18년 인생 어디도 바람 잘 날 없던 그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무려 십억루피 상금을 받는 퀴즈쇼의 주인공이 된 것! 꿈같은 미래가 펼쳐져야 할 판에 람은 십억루피 대신 경찰소로 끌려간다. 막막한 람 앞에 한 여자 변호사가 나타나 돕기를 자청한다.

 

기한은 하룻밤. 그 안에 람은 변호사에게 자신이 13문제를 스스로 풀었음을 증명해보여야 한다. 솔직하게! 천일야화 속 세헤라자드의 이야기보다 풍성한, 마법같은 일화가 펼쳐진다. 과연 람 모하마드 토머스는 어떻게 난공불락의 13가지 퀴즈를 다 맞추고 희대의 우승자가 될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면 조금 긴, 그러나 점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람의 삶 속으로 빠져볼 시간이다.

 

이야기는 람의 이야기와, 퀴즈쇼가 번갈아 등장하며 진행된다. 13개의 퀴즈 문제는 결코 쉽지 않다. 공부 좀 한 사람이라도 13개를 완벽히 맞추기 힘든 문제들. 그런데 어떻게? 비밀은 다양한 삶의 경험 속에 숨어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하는 일마다 꼬인다. 그러나 인생이란 배가 좌초될때마다 람은 희망을 잃지 않는다. 내일이면 불구가 될 위기에서 벗어나 도망치고, 좋아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범죄(!)도 마지않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도 따뜻한 마음을 버리지 않았고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람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으나 그의 튼튼한 몸뚱아리 하나, 살고자 하는 의지는 이 세상 으뜸이었다. 결과는? 두말하면 잔소리. 해피엔딩일게 뻔하지 않나.

 

뒤죽박죽된 람의 이야기를 다 읽어갈즈음, 마지막에 앗! 소리 한 번 내질러주고 한숨을 휴, 내쉰다. (마지막 나름 반전에 앗! 모두가 행복했습니다의 결말을 보고 안도의 휴, 한번) 문득 읽어온 페이지를 보고는 '아니, 이 긴 걸 언제 다 읽었지!' 란 생각이 절로 든다. 재밌는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나올때의 그런 아쉬움이랄까.

 

이 책은 '행운'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도 아닌 초특급 행운. 그러나 거져 온 행운이 아니다. 람은 삶 속에서 행운의 비용을 지불했기에 돌려받았을 뿐이다. 운이란 거저 오는거라며 사과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날리는 한 마디. '바라고, 믿고, 꿈꾸고, 노력해라. 그리고 세상과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사랑해라.' 행운은, 그리고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당신 옆에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그걸 거머쥐는 건 이제 당신몫이다.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하지만 '중요한 건 마음먹기' 라는 진리를 유쾌하게 꼬집어주는 책이다.

 

사람 삶이 새옹지마라던가. 우리 일상이 소설처럼 지독하게 나쁜 일 후에 끝내주게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까짓것 한번 믿어볼란다. 삶이 나를 배신하지는 않을 거라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단 다짐을 한다. 결국 모든 행운은 삶에서부터 오는 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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