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 나의 마나님
다비드 아비께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창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 독특함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일단 소설은 아니고, 그렇다고 에세이냐고 물으신다면 그 것도 갸우뚱. 불우한 일상(?)을 희극화하려는 한 가련한 남자의 일상사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자. 그렇게 말하고보니 표지의 웃는지 뭔지 모를 표정으로 발레라도 추는 듯한 남자의 모습이 딱 책 속 '나'의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스친다.
그렇다. 이 책은 현대 생활에서 여자들에게 치여 설 자리를 잃어가는 불쌍하고 한편으론 찌질한(!) 남자들을 대변하는 '나'의 고백기이다. 그러나 읽다보면 정말 그들은 찌질한가라고 묻고싶어진다. 보이는거야 어쨌든 나름 삶을 즐기는 모습이라니, 그 것도 괜찮다면 괜찮은 삶이 아닐까? (그러니까 나름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건 책 속에서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은근 폭소탄 문장들 덕분이다. 사실 이런 일상적인 프랑스식 유머에 전혀 길들여있지 않기에 그렇게 많이 웃기진 않았지만. 왜 그런거, 나는 웃기지 않는데 왠지 분위기상 이쯤에서 웃어줘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책 읽는 내내 받았다.
가벼우면서 가볍지 않음, 유쾌하면서 또 알고보면 웃으면 안될 것 같은 내용, 뭐라 딱 꼬집어 말 할 수 없는 그런 책이었다. (그래서 너도 좋았냐? 고 물으신다면 글쎄, 내 취향은 아니었어. 정도로 대답해줄 수 있겠다.)
그러고보니 여태껏 책에 대한 내용 언급조차 안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주인공은 '나'로, 일단 직업은 있지만 돈을 더 많이 버는 아내 대신 집에서 두 딸내미를 키우고 있고, 그 '아내'는 덜 떨어진 '나'보다 더 세련되고 똑부러지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내용은 그저 일상적인 각종 에피소드들.
누군가는 분명 이 책을 읽으면서 거창하게 남녀간의 관계, 현대사회에 와서 남성의 지위 뭐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 (뭘 했냐고 물으신다면야 좀 특이한 책이니, 만나보실라우? 라고 제안한 정도까지의 일이라고 말해두자.) 작가도 '휴머니즘의 이야기와 사랑의 이야기'로 봐달라는데 뭘.
어쩌피 세상 사 좋고 나쁘고는 상대적인 것 아니겠나란 생각을 하며, 그 변화에 쿨하게 대처하는 작가의 유연함에 박수를 보내며 이쯤에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