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마음 치료 - 상처를 힘으로 바꾸는 놀이 치료 심리학
정혜자 지음 / 교양인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학기 아동심리치료라는 수업을 들었다. 단순해 보이는 아이들의 마음 속은 다양한 생각, 감정으로 가득 차있었다. 한 학기 수업으론 부족했던 마음에 집어 든 책이 <어린이 마음치료>다.
 
오랜 시간 아동들을 만나 온 정혜자선생님의놀이치료이야기이다. 초반부에서는 놀이 치료에 대한 소개, 중 후반부는 과정 및 실제 사례들로 이루어져있다.
 
소재인 놀이치료는 현재 아동심리치료에 있어 여러 긍정적 효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초반부 소개에서도 밝히듯 일종의 종합 영양제로서 아이의 전인적 발달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이 치료법에 대해 단순히 노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아이와 놀아줄 때는 그저 그들의 말, 행위에 반응을 할 뿐이다. 그러나 치료 장면에서는 “왜 그랬니?”. “~했구나.” 라며 속마음까지 헤아려주는 것이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해간다.
 
책에는 많은 아동의 간단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부터 아마추어가 보기에도 상당히 심각한 사례까지 다양하다. 읽어나가다 보면 아이들의 속마음이 이렇게 복잡했구나! 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아동들이 놀이 치료 장면에서 나타내는 공격적, 방어적 행동들이었다. 이는 어린이드라마(놀이치료 장면에서 여러 도구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미는 행위)의 각종 살인사건들을 통해 나타난다.
 
아이들은 현실의 그 어떤 살인사건보다 잔혹하고 비이성적이며 무서운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표현한다. 응어리진 마음이 풀릴 때까지 같은 행동은 반복된다. 때론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저자는 그 과정을 통해 오히려 현실에서 긍정적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그 마음을 내면에 간직했을 아동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여러 사례를 읽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또 놀라웠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했을 태어나기 전, 태어날 때의 상황이 5-6살이 될 때까지 마음에 어둠을 만들었던 아이도 있었다. 놀이 치료를 통해 자신 뿐 아니라 엄마의 고통까지 해소하는 그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을 찍었다.
 
책 말미에는 ‘동양 정신에서 배우는 치료자의 자질과 덕목’을 넣어 마무리했다. 서양의 학문인 심리치료를 동양 정신을 통해 재 해석하는 저자의 안목이 놀랍다. 우리의 좋은 것을 놔두고 그 동안 서양의 좋은 것만을 찾으려 애썼는지도 모른다. 비단 치료자 뿐 아니라 아동을 대하는 모든 성인들이 이 덕목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호옥’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이다. 차갑게 보이는 옥, 그러나 둥근 모양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는 옥. 여기에는 무늬를 새기지 않는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어린이에게도 치료자의(어른의) 잣대를 들이밀지 말고, 그들의 잠재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마지막 말이 큰 울림으로 남는다.
 
혹여 아동치료란 학문적 타이틀 때문에 책이 어렵게 다가갈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의 말에서도 이야기하듯 책은 보통 사람들이 보다 아동을 잘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여졌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꼭 치료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가까이 하는 법을 깨우치기에 좋은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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