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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싼마오. 당신을 처음 알게 된 건 쟈핑와의 <친구>라는 수필집에서였어요. 짧은 글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겼던 당신이 이미 세상에 없다는 걸 알고 쟈핑와 만큼이나 안타까워했었죠. 그리고는 당신의 그 많은 글을 읽지 못하는 나의 무지한 중국어 실력에 또 한번 속으로 울었죠. 그런데 인연이 닿았나 봐요. 이렇게 당신의 글을 만나게 되었으니!"
어려서부터 자유분방했던 싼마오. 결국 자신의 고향 중국을 떠나 멋진 남자 호세와 서사하라에서 살림을 꾸리게 된 그녀. 미치도록 힘겨웠지만 그만큼의 행복으로 충만했던 얼마간의 삶 그리고 호세의 죽음. 다시 돌아온 대만. 그러나 48세의 나이로 직접 세상과 이별한 싼마오. 삶 자체도 한 편의 소설이고 영화와도 같았던 그녀의 사하라 이야기가 웃음기 가득 배고 우리를 찾아왔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기주의자 싼마오.
몇 번을 불러도 한 번이라도 더 부르고 싶은 그녀의 이야기들은 너무나 재미있다. 지하철에선 애써 소리 죽여가며 킥킥거렸고 집에서는 못내 참지 못해 푸하하로 이어졌다. 때로는 너무나 심각한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 '어쩜 좋아' 를 외치며 책을 부여잡았고, 뻔뻔스런 그녀의 이웃을 보면서는 함께 노발대발했다. 맛깔 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말은 바로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말일지도!
<사하라 이야기>에는 그녀와 남편 호세의 결혼 직전 이야기부터 결혼서류 준비, 결혼식, 신혼을 거쳐 그들의 다사다난한 삶 이야기가 그대로 녹아있다. 그 이야기들은 애써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기에 우리네 삶처럼 어쩔 때는 웃음이 가득하고, 때론 너무나 심각하다. 한 마디로 울고 웃고 욕하고 놀라고 화내고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삶의 조각들이다. 다만 배경이 사하라라는 사막이고, 그 중에서도 '못' 사는 묘지구역이라는 점. 집은 폐품과 관을 쌌던 상자로 만든 가구로 가득 찼다는 점들이 좀 다르달까.
그러고 보니 읽는 내내 그녀의 집이 참 궁금했다. 도대체 없는 것이라곤 없는 만물상 같은 그녀의 집. 그 집은 얼마나 멋있고 달달한 느낌으로 가득 찼길래 사람들이 못 들어가 안달일까. 싼마오의 음식 솜씨는 얼마나 좋길래 호세가 껌뻑 넘어갈까. 도대체 얼마나 능력이 좋아 미용사, 치과의사, 의사, 수의사, 산부인과 의사까지 겸업을 하는 걸까. 속 표지에 담긴 그녀의 모습은 세상물정 모르는 공주님 같던데, 그 사하라에서 살아가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는 끝없는 질문.
<사하라 이야기>는 싼마오에 대한 나의 작은 궁금증을 200% 확장시켜버렸다. 이 상태로 그녀에 대한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당장에 중국어 학원을 등록할지도! 그녀의 끝내주는 생활력도, 바로 생생하게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글 솜씨도 부럽고 샘 난다. 아니 너무 좋다. 그녀를 단 한 권의 책으로 만나야 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오랜만이다. 책 한 권을 읽으며 이렇게 웃음이 넘쳐 흐른 것은. 아직 사하라 사막 어딘가에서 호세와 사랑 뿅뿅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싼마오에게 하늘 너머 몇 글자 보내는 것으로 행복한 그녀와의 첫 만남을 마쳐야겠다.
"당신의 재미있고 정신 없고 똘똘한 삶 이야기를 슬쩍 이나마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너무나 반가워요. 싼마오.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다던 당신. 어딘가에서 내 글도 보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언젠가 한번 웃어줘요 그 곳에서. 그럼 난 정말 고마울 거에요. 벌써 당신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