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사스! 그리스
박은경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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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와 얼마만큼의 그림이나 사진들로 채워진 비슷한 여행 책들. 그러나 여행 책을 시작할 때의 느낌과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어떤 책은 '아, 많은 걸 알았다'라며 덮을 것이고, 때론 '가보고 싶다', 또는 '아, 행복하다.'며 책장을 덮기도 할 것이다. <야사스! 그리스>를 굳이 그 분류에 따라 나누자면 행복감을 맛보게 해 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엔 그저 새하얗고 새파란 집과 하늘과 바다의 풍경에 마음을 뺏겼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활자보다는 사진을 보며 역시 멋지네. 라는 정도의 감상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1/3 정도가 넘어가고 여행지는 모두 가 보는 곳에서 저자만이 가본, 저자만이 느낀 감정을 오롯이 담은 곳으로 바뀌어갔다. 사진과 어우러져 글이 하나하나 마음 속을 침투하기 시작한다.

 여행자. 여행자는 자유롭고 아름답다. 책의 저자인 박은경을 따라 가는 독자의 마음도 자유롭고 아름다워진다. 그렇다고 책 속에 빠져 그 곳을 여행하는 것 같다, 라고 하면 과장이 심한 뻥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정신과 마음과 생각이란 게 있지 않은가. 몸은 이 곳에 남을지언정 우리의 머리만은 저자를 따라 그리스 곳곳을 걸어 다닌다.

 어쩜 이렇게 아름답고 그러나 소박하고 정겨울까. 여행 책을 보면 언제나 느낀다. 왜 사방에선 불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도는데 유독 여행지에선 저렇게 행복한 모습만 보이는 걸까. 저자들이 불행하고 힘든 건 다 쏙 빼놓고 좋은 것만 담아서 그런 걸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아, 장소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다. 일상이 아닌 곳으로의 떠남. 그 행위 자체가 슬픔과 불행을 잠시 잊게 하는 건 아닐까. 아마 여행자들의 눈에는 불편과 힘듦 조차 행복으로 변하는 건지 모른다.

 그런 행복이 그리스 곳곳에서 퍼져 나온다. 크게 미코노스, 산토리니, 크레타 섬을 지나며 듣는 그녀의 그리스 여행기는 어딜 다녀왔다, 여기엔 뭐가 있더라 라면서 뽐내지 않아서 좋다. 무엇이든 적당히 편한 사진과 적당히 마음을 적시는 글과 그냥 일기 쓰듯 써 내려간 글이라 좋다. 굳이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아도 그저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맘속에 쏙 들어오는 즐거움이 있어 행복한 책이다.

 이것뿐이어도 즐거운 책 읽기지만 이 책에는 과하지 않은 정보도 속속이 숨겨져 있다. 잘 여행가는 법, 괜찮은 음식, 추천 가게들 등등. 언젠가 그리스 여행을 간다면 들고 가기에 아쉽지 않을 만큼의 알짜배기 정보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을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즐겁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말로는 전하기 힘든 기분 좋음. 하양과 파랑이 그려내는 맛스러움. 혼자 아끼고 보기엔 아까운 책. 설사 몸은 이 곳에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그리스 어느 카페 앞에서 만날 당신과의 만남이 기대되는 어느 비 오는 날 오후.

 덧. 야사스, 마치 어느 신전 주인의 이름일 법한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궁금한 사람은.. 직접 만나보시길. 그럼, 에프하리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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