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블루 - 그녀가 행복해지는 법 101
송추향 지음 / 갤리온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가진 게 많지만 불행한 사람이 있다. 가진 게 없어도 처절하게 불쌍해야 하고 고달파야 하는 사람인데 신기하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편하게 살려는 욕심에 전자가 그래도 낫지않겠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살면 된다. 나? 예전엔 그랬다. 좀 불행해도 돈만 있으면 좀 행복해질 수 있지도 않겠어 싶었다. 그런데 아니더라. 남들 눈에 고달픈 인생도 생각하기 나름, 행복해 미치겠는 삶도 가능하더란 말이다.

 가을에 태어난 덜 성숙한 어른이지만 재밌게 살고싶고, 행복하게 살고있는 추향이 있다. 애써 부드럽게 순화시키지도 않고. 시니컬하고 어렵게 얘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내가 나에게 얘기하듯 말한다. "그럼 좀 어때?"

 맞고 사는 부인, 변변한 아파트 한 채 없는 단칸방 삶, 애써 이혼하고 4살 먹은 딸 들쳐업고 사는 30살 근저리 인생. 도대체 이 인생 구석 어디에 행복 쪼가리라도 있으려나 싶다. 그런데 주구장창 이야기한다. "나 행복하다니까!"

 그녀의 진저리나는 삶의 조각도 얼핏 보인다. 슬프고 안타까워야 하는데 지나간 추억이려니 그 것도 그냥 삶의 단편인가 싶다. 애써 자신을 불쌍하고 안타까운 사람 만들기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당당하고 멋지게를 표방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와 다를 바 없고. 당신과 다를 바 없는 그냥 그냥 삶이다.

 처음 책을 만났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든다. '메이드 인 블루'라는 이름에서 오는 왠지 모를 우울감, 새파란 표지에서 느껴지는 청량감. 내용은 어디를 따라갈까. 오래 두고 볼 것도 없다. 청량감의 완승. 프롤로그를 읽는 데 미안하게도 웃지 말아야 할 상황에 슬쩍 웃음이 떠오른다. 이 책은 즐겁겠구나. 한번에 휙 하니 읽어버릴 것 같고, 잘 보이는 책장 한 가운데 꽃아두고 심심할 때마다 꺼내서 아무 페이지나 즐겁게 읽기 시작해 또 한 바퀴 금방 돌겠구나. 다 읽고 나니 역시 처음에 내 예상은 다르지 않았음을 느낀다. 시원한 물 한잔을 들이킨 기분이다.

 별 것 아닌 아마추어 사진들이 없었다면, 글이 중구난방 길었다면 정말 우울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간결한 말투. 간결한 내용, 대단치 않은 사진들이 있다. 우리가 마시는 물이 특별치 않지만 특별하듯 그녀의 책 <메이드 인 블루>도 그렇게 다가온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대단한게 필요한 게 아니다. 조금이 관심이 필요하고, 조금의 준비가 필요하다. 조금의 부지럼도 떨면 좋고, 조금의 추억은 지금의 행복을 부풀릴 수 있다. 사실 작은 비밀 하나를 말하자면, 행복이란 건 바로 그 조금에서 온다. 

 누구에게나 빠짐없이 평등하게 기다리고 있는 행복. 혼자라도 찾을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찾아 나서면 되겠지만, 혹시나 그 녀석 찾기가 힘든 사람들은 여기 이 조그만 책을 만나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어린 시절 엄마 아빠 몰래 사 먹던 청량캔디의 그 시원달콤함을 함께 누려보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