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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삭제판 이다 플레이
이다 글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무삭제판이란 꼬랑지가 붙으면 왠지 비밀스런 느낌에 더해서 꼭 봐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 모두가 그렇지야 않겠지만 '무삭제판' 이란 말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여기 자기의 20대 청춘을 고스란히 발가벗겨놓은 2da의 일기가 있다. 일기인지 그저 끄적거림인지 처음 보는 사람은 슬쩍 놀라 뒤로 자빠질 준비. 눈 나쁜 사람도 뒤로 빠지기. 아니 그럼 누가 읽으란거야? 말이 그렇단거지, 자 슬쩍 놀라 뒤로 빠진 분들 다시 앞으로. 이제 2da를 만날 시간이다.
스무살을 지나 자기 잘난 맛에 살던 스물둘을 지나고 조금씩 '나 별거 아니었네'를 온몸으로 느끼며 나이먹고 있는 아직도 이팔청춘 이다여사님(전혀 안 어울릴 듯한 두 단어를 왜 미치도록 조합시키고 싶은거지. 내 맘대로 엮어놔서 미안해요). 처음엔 정말 독특한 사고를 가진 특이한 人이군 싶었는데, 가만가만 바라보니 다를 것 없는 지금 우리 시대 젊은이다.
게다가 왠만한 현실적인 소설 저리가라 할만큼 뼈저리게 현실적이다. 책 앞날개에서부터 '88만원 세대? 한달에 고정 수입 80만원만 있어봤음 좋겠네!'라는 말이 어쩜 그리도 와닿는지. 그녀의 다이어리 속으로 들어가고 들어가고.. 들어갈수록 그 정도는 깊어진다. 돈거리 안되는 그림 붙잡고 있으면서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이 싸우는 그녀의 삶은 슬프지만 부럽기도 하다. 왜, 젊음은 고민의 시대라고 하지 않나.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청춘.
특히나 이다의 삶 근저리의 날들을 보내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공감 200 아니 300%. 게다가 성격까지 비슷하니 이거야 원 내 할말을 대신 해주는 스트레스 해소용 기계가 따로없다. 20대라면 완전 강추, 20대가 지났더라도 그 시간을 보내고 넘어간 사람들에게도 강추, 아직 지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음..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함께 느껴보란 의미에서 강추. 이래저래 추천만 하고 끝나는 글이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쯤되면 슬쩍 이다가 도대체 누구야? 하는 궁금중이 생겼을 법도 한데. 책 전반을 어우르는 이다의 이미지가 바로 이렇다. 발가벗은 까만 몸에 덥수룩 머리. 처음보는 사람은 하이고야. 이게 뭔가 싶을 정도.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동안 너무 친숙해져간다. 불과 10페이지가 넘어가기 전 마치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같이 편하게 느껴진다. 바로 옆에서 말을 걸듯. 물론 그 말은 뾰족뾰족하고 어이없고, 웃기다. 그렇지만 그 안에 뼈가 들어있고 삶에 대한 수많은 생각이 있으며, 끝없는 고민 속에는 이다가 빛나고 있다.
처음엔 무서울지 모른다. 발가벗은 여자애의 모습에 반감이 생길지도 모르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력적이다. 막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읽다보면 어느새 그저 빠져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도 내 옆에는 이게 뭐야?라면서 책을 들추던 친구가 이다에 푹 빠져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내가 그랬듯 친구도 속으로 앗싸, 에잇, 큭큭, 흠, 차마 쓸 수 없는 욕을 이다와 함께 지껄이며 2da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때론 함께 고민의 늪에 빠지기도 하고, 때론 새가슴 나 대신 통쾌하게 울부짖어 주는 이다의 욕짓거리 혹은 궁시렁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난다.
2da. 이 책이 인생의 전환 기점이란다. 계속 그림으로 먹고 살지 안 살지에 대한. 그녀 삶이야 그녀의 삶이니, 라고 제쳐두면 그만이지만 혹여나 정말 이다 플레이를 더 이상 못본다고 생각하면 좀 슬퍼지기도 한다. 그러니 많이 응원해주자. 가능하다면 마음만으로 응원하진 말고. 흠흠. 다시 말하지만 정말 은근 매력이 장난아닌 이제 27살이나 먹은 이다. 좌충우돌 그녀의 삶에 언제까지나 그림이 함께했으면 하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워본다. 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