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 내 안의 스트레스, 번아웃, 우울증에 대하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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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세상,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들
정신과 의사 김병수의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마음 아픈 사람이 참 많은 세상이다. 책 제목처럼 아픈 줄도 모르고 꾸역꾸역 살아들 간다. 열심히 살면서도 부족하다고 자책하고, 더 열심히 못하는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그래서 그렇게 쓰린 마음 토닥이며 다 괜찮아, 하는 위로의 에세이들이 유행했었다. 그 반동으로 더 갓생을 외치는 자기계발서가 뒤이어 유행했고. 그러나 값싼 위로는 일시적이고, 너나없이 성공을 부르짖는 일은 지치게 마련이다. 결국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건 스스로여야 한다. 용기 내서 나다움을 찾고,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러나 '나다움'이라니. 정보의 바다에서 정답을 찾아헤매는 시대에 이보다 뜬구름 잡는, 어려운 일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정신과 의사인 저자 김병수는 나다움을 이렇게 정의한다.
"세상에 감응하며 나를 감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느낌들이 쌓여가면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도 변화해 갑니다."
나다움은 세상을 배척하고 나만을 고집하는 일도 아니며, 세상에 휩쓸려 나를 배제하는 일 또한 아니다. 불만스러운 나의 모습까지 수용하고, 지금 여기의 현실을 민감하게 느끼며 사는 일이다. 물론 쉽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세상의 수없는 경험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귀찮음에 굴복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불안은 우리의 움직임으로 사라진다. 불안이 사라져야 세상을 살아갈 용기가 타오를 수 있다.

나 또한 긴 시간을 도망치고, 변명하며 머물러 있기만 했다. 귀찮음 속에 불안을 숨겨두고는 마음이 준비가 안됐다고 뒷걸음치기만 했다. 환자라는 이름표 뒤는 고통스럽지만 안락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사실로 뼈를 후드득 때려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약 복용이 시급한 급성, 중증의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 이 책을 당장에 권하고 싶지 않다.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두렵지만 뼈아픈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사람, 스트레스나 번아웃의 정도가 예사롭지 않음을 인지하기 시작한 사람. 그 정도의 정신적 타격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설명과 충고를 오해 없이 받아들이고, 조언에 따라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위로가 필요한데 정답과 옳은 말만 쏟아내는 사람을 야속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상대가 그렇게 하는 것은 당신에게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마음도 일부러 몸을 움직인 뒤에 따라오는 겁니다. (...) 일단 뭐든지 저지르고 보세요."
"우울증은 라이프스타일 질환입니다."
"지금 우울하다면 우울하지 않았을 때 나를 행복하게 했던 활동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아픈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마음공부』, 김병수, 더퀘스트

이 책은 '괜찮다, 잘하고 있다'라며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을 해준다. 실제 질환으로서의 우울증을 마주하고 내원해 약을 복용하며 치료를 종결하기까지의 실질적인 장면들을 간결하게나마 보여준다.

스트레스는 삶이 지속되는 한 함께 가야 할 존재고, 번아웃은 현대인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되었으며, 우울증과 정신과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내가 당사자가 되진 않더라도, 나의 소중한 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그럴 때 무지한 채로 폭풍을 맞지 않기 위해 미리 마음공부를 하는 일은 정치, 경제에 대한 관심보다 결코 중요도가 낮지 않다.

건강한 마음을 위해서도 예방주사가 필요한 시절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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