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구역
김준녕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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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디스토피아에서 피어나는 한 떨기 희망.
지독한 현실, 쓰라린 깨달음. 그럼에도 나아가는 존재들.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원초적 질문을 곱씹게 되는 책 <빛의 구역>
젊은 작가가 한껏 욕심내 그려낸 절망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

후폭풍이 꽤 오래가는 책이다. 천명관의 <고래>를 봤을 때의 느낌과 언뜻 흡사하다. 처절한 현실, 그럼에도 지독하게 버티고 나아가는 인물들. 불편하지만 꿋꿋하게 독자를 이끌고 가는 서사의 힘.

환경오염으로 파괴된 미래의 지구. 정부는 구역을 나누어 지구를 관리한다. 사람들은 배정된 구역에서 할당된 노동을 하며 인류의 보존에 기여하는 삶을 산다. 오염물질 정화장치를 돌리고, 연료인 활성탄을 캐며 오직 영양만을 고려한 음식을 몸에 공급하는 비참한 삶을 사는 붉은 구역. 봉기와 좌절을 반복하며 혁명파는 반혁명파가 되고, 새로운 세대는 다시 혁명을 부르짖는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정해져 있었다고 말하는 붉은 구역의 관리자 마름.

섣부르게 혁명을 일으켰다 쫓기는 신세가 된 붉은 구역 4-4세대 피아는 마름이자 전혁명파인 이아의 도움으로 붉은 구역을 빠져나간다. 낯선 세계와 조우. 번식만이 목적인 검은 구역, 이타심의 극을 보여주는 (비교적 나은 환경의) 푸른 구역을 지나 피아와 하나(검은 구역 주민)는 보라 구역에 도달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다. 보라 구역의 존재들, 피아와 같은 사람들, 에테르나라의 구성원.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가 고민할 지점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인지 모른다.
“우리는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

희망 없는 삶은 죽음과 다름없었다. 언젠가 우리가 디디고 있는 땅이 무너져 내린다고 해도, 설령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도 순응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삶보다 무모해 보이더라도 끝까지 발버둥 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삶이었다. (책 중에서)

피아라는 작은 발버둥은 의미가 있었다. 두 세계의 만남에서, 이아(마름)의 나아감에서 희망을 본다. 한 사람이 남기고 간 의문과 소식은 남은 사람들을 현실에 발 딛고 행동하게 만들었다. 피아는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아주 조금씩 미세하게나마 변화하는 것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혁명이라 부르기로 했다. 변화는 시작되었고, 내가 그 증거였다.”

잔인할 정도의 고통에 힘겨울 수 있지만, 끝까지 읽어내는 보람이 있는 책.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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