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미역국 웅진 우리그림책 153
염혜원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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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되면 엄마는 아침부터 미역국을 끓여 주셨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미역국 한 그릇은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채워 주었습니다. 소고기를 넣어도 조개를 넣어도 늘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생일날 먹는 미역국은 제게 조금 특별한 음식으로 남아 있습니다. 결혼 후에는 저도 가족들이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입니다.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을 가족들에게 전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았을 때 삼시 세끼 미역국을 먹으며 몸조리를 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그래서 제게 미역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사랑과 돌봄이 담긴 음식입니다.

『나의 첫 번째 미역국』은 생일을 맞은 아이가 식탁 위의 미역국을 만나며 시작됩니다. 비릿한 바다 냄새와 미끌거리는 식감이 싫은 아이에게 엄마는 조용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생일날마다 먹었던 미역국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엄마가 한 달 동안 먹었던 미역국이었고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아이를 낳은 어머니들이 먹어온 음식이었습니다. 해녀였던 고조할머니는 깊은 바닷속에서 엄마 고래가 아기 고래를 낳은 뒤 미역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를 낳은 뒤 미역국을 끓여 먹기 시작했고 그 풍습은 세대를 거쳐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미역국은 생일을 맞은 아이를 축하하는 음식이자 아이를 낳고 길러 낸 어머니들을 기억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숟갈을 떠먹은 미역국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었습니다. 생일날 케이크가 빠지지 않는 것처럼 미역국 역시 빠지지 않는 음식이지만 그 안에는 음식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를 향한 사랑과 아이를 낳은 딸을 걱정하며 정성껏 미역국을 끓여주던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세대를 이어 전해지는 돌봄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생일이면 당연하게 끓이고 먹던 미역국이 새롭게 보입니다. 한 그릇의 미역국에는 나를 세상에 보내 준 사람들의 사랑과 수고가 담겨 있었습니다. 앞으로 생일에 미역국을 먹게 되면 축하의 의미와 함께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아이는 고래가 아기 고래를 낳고 미역을 먹는 이야기가 신기하다고 합니다. 저는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항상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언젠가 이 책을 떠올리며 생일날 미역국 한 그룻에 담긴 마음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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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도감
박우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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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도감』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의 모습, 누군가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질투를 느끼는 못난 나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낸 만화 에세이입니다. 다양한 상황을 통해 누구나 감추고 싶어 하는 마음을 보여주는데 책을 읽다 보니 나만 이런 마음을 갖고 사는 게 아니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그림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느낌은 아닙니다. 어떤 장면은 한눈에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칠고 투박한 그림 속에는 솔직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그림 안에 담긴 외로움과 후회, 진짜 마음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손자를 기다리며 정성껏 음식을 차렸지만 결국 용돈을 보내주는 것으로 끝낸 할머니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큰아이는 할머니의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며 할머니께 전화를 드려야겠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해 놓고 살아가는 나,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나, 안 될 이유부터 찾느라 시작조차 망설이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내 모습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외면하고 감춰둔 마음을 마주합니다. 뜨끔한 순간도 있지만 그런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저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제 모습을 종종 발견합니다. 내가 쓴 글과 그린 그림이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작은 의견 하나에도 쉽게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수록 완벽해지고 싶어 애쓰지만 부족하고 흔들리는 모습 또한 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을 겁니다. 『인간실격도감』은 부족하고 흔들리는 모습도 나의 일부이고 그것이 특별히 못난 모습이 아니라 누구나 가진 모습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나를 인정하는 일이 조금은 쉬워질 거라 말합니다. 마음에 남는 장면들을 담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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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리커버 에디션)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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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오로라와 백야가 생각납니다. 얼마 전엔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사이에 있는 페로 제도의 영상을 보며 북유럽의 웅장한 자연 풍경에 눈길이 갔습니다. 오로라를 만날 수 있고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이어지는 곳, 거친 바다와 깎아지른 절벽,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어우러진 풍경을 직접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블 영화를 통해 토르와 로키를 알고 있었지만 원래의 북유럽 신화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닐 게이먼의 『북유럽 신화』를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기 전 영상으로 만난 북유럽의 풍경 덕분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신화는 오래전 사람들의 상상력과 믿음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신과 거인, 괴물들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신화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저자인 닐 게이먼을 <코렐라인>이라는 작품으로 알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영국의 판타지·신화 작가로 현대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이었습니다. 『북유럽 신화』는 오래된 신화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다시 풀어낸 책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북유럽 신화지만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신들 중 지위가 가장 높은 오딘과 오딘의 아들인 천둥의 신 토르, 그리고 오딘의 의형제로 나오는 로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마블 영화를 봤기에 인물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특히 로키라는 인물은 신들을 돕기도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고 수습하며 사건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토르는 거인 나라에서 여러 대결을 벌이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 대결들이 단순한 시합이 아니라 바다와 늙음, 세상을 둘러싼 거대한 존재들과의 싸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각각의 에피소드는 인물과 사건이 서로 얽히며 라그나로크로 이어지는데 여기에는 로키의 선택과 행동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 모두에게 사랑받던 발드르의 죽음은 신들의 운명을 바꾸는 중요한 사건이 되며 라그나로크로 향하는 시작점이 됩니다.

라그나로크는 신들에게 닥친 최후의 운명이지만 모든 것이 끝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 시대의 끝과 새로운 시작을 함께 보여줍니다. 신들이지만 운명을 피해 갈 수 없었고 완전무결한 존재도 아니었습니다. 사람처럼 실수도 하고 선과 악이 뒤섞여 있는 등 결점이 있는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신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판타지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욕망과 질투, 사랑과 후회가 담겨 있어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고 책을 읽는 동안 북유럽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웅장한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북유럽 신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물론 마블 영화를 통해 토르와 로키를 알고 있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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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와 별하 바다로 간 달팽이 26
윤미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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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와 별하 참 예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취는 녹색 빛의 옥을 말하는데 금보다 귀하게 여겨질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별하는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들이 연상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처한 현실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비취와 별하』는 청소년 아이들의 우울증, 자해, 중독, 조현병, 성희롱 피해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아픔들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이야기는 더욱 와닿았습니다.

비취는 생선가게 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합니다. 그러다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지속적인 성희롱과 괴롭힘을 당하며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고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됩니다. 거기서 별하를 만나는데 별하는 똑똑한 아이였지만 지나친 부모님의 기대로 인한 압박의 영향이었는지 조현병 진단을 받은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별하는 유쾌하고 재밌는 아이였습니다. 우주 저편에서 반려자의 파편을 찾기 위해 지구에 왔다고 믿는 별하, 비취는 처음엔 별하가 이상하게 보였지만 조금씩 비취와 가까워집니다.

병동에는 비취와 별하뿐 아니라 반복적인 자해를 하는 아이, 다이어트 약 중독으로 입원한 아이,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어른 등 아픔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비취는 폐쇄병동에서 많이 힘들어했지만 그들과 함께 지내며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갑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각자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관계로 발전하며 조금씩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처음 책을 읽으며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의 전개에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현실의 문제를 짚는 글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청소년만을 위한 정신 보호 시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나니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그 부분은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또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 무너질 때까지 부모들이나 주변 어른들이 알아채지 못했다는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갈 수 도 있다는 것을 느끼며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픔을 이해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비취와 별하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면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겉모습만 보고 괜찮을 거라 단정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가해자는 결국 자신이었다고 말하는 비취와 결국 자신의 반려자는 자신 안에 있었다는 별하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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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낮잠
브라이언 라이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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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자던 아기고양이의 눈에 생쥐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재빨리 생쥐를 뒤쫓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추격은 다양한 예술 작품 속을 넘나드는 특별한 모험으로 이어집니다. 『고양이의 낮잠』 은 고양이와 함께 세계 여러 나라의 미술과 문화를 만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처음에 작가는 가상의 예술 작품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진짜 예술품을 넣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실제 작품 몇 개를 골랐고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모조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쉽게 작업할 수 있음에도 하나하나 다시 만들어 낸 과정에서 작가의 정성과 예술을 향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그림책 속 작품들은 생생함이 더해집니다.

고양이는 여기저기를 넘나들며 여러 시대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줍니다. 고양이는 작품에 머무르지 않고 생쥐를 쫓아 튀어나옵니다. 이런 부분에서 생동감이 넘치는 듯합니다. 눈으로만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작품 속을 함께 하는 듯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석판에서 프랑스의 기도서로 또 일본의 수묵화로 종잡을 수 없지만 아이는 예술 작품을 새롭지만 재밌게 만나게 됩니다. 시대와 나라가 계속 바뀌는데도 어렵거나 낯설게 느껴지기보단 고양이를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을 따라가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전시를 종종 다니는데 아이를 보면 때로는 관람을 지루해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엄마를 따라왔다가 어쩌다 체험이나 본인의 관심사면 즐기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잠시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고양이의 낮잠』 같은 그림책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예술을 어려운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놀이처럼 가깝게 느껴지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공간에서만 만나는 예술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만나는 자연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생쥐를 쫓아 작품 사이를 뛰어다니던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와 함께 고양이의 재밌는 모험을 따라가며 여러 시대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예술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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