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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자개장 - 전대미문의 자개장 타임머신
박주원 지음 / 그롱시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어렸을 적 집 안에서 숨바꼭질을 할 때 가장 좋은 숨는 곳은 장롱 안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엄마의 옷이 가득했고 옷에서 나는 익숙한 냄새는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한 번은 그 안에서 잠이 든 적도 있었는데 아마도 엄마의 향기가 가득해서 편안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판타스틱 자개장』의 주인공 자연이 자개장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어릴 적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판타스틱 자개장』은 아버지와 오랜 시간 연락을 끊고 지낸 주인공 박자연이 자개장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아버지의 죽음을 막으려 애쓰며 그동안 외면했던 시간과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자개장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자연이 지나간 시간과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문처럼 나오며
잊고 지냈던 감정과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자연은 아버지와의 갈등 이후 4년간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향하게 됩니다.
병실에 도착한 자연은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아버지를 마주하게 되고
아버지와 풀지 못한 감정과 말하지 못했던 마음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집으로 돌아온 자연은 우연히 아버지의 자개장 안에 들어가 잠이 들게 되고 깨어보니
오늘은 어제였던 날로 되돌아가 있었습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자개장은 한 번 들어갈 때마다 점점 더 과거로 자연을 데려갑니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왜 그런 상처를 주었는지 묻고 싶어서 아버지를 살리려 합니다.
하지만 자개장을 통해 떠나는 시간 여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매번 과거로 돌아갈 때마다 장면은 조금씩 달라지고 기억 역시 흔들립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단순히 아버지를 살리고 싶은 마음을 넘어 이해하고 싶어 집니다.
그토록 알고 싶었던 진심에 도달할 수 있을지 그 이야기는 책 속에 남겨져 있습니다.
자개장을 통해 시간여행을 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워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읽는 동안 옷장을 통해 다른 세계로 가는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1장부터 10장으로 나뉘어 있어 부담 없이 나눠 읽기 좋았습니다.
장면마다 영화처럼 선명하게 그려져 이야기가 끊기지 않고 술술 읽혔고
인물들의 대화에서도 감정이 전해져 더욱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판타스틱 자개장』은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를 담고 있지만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오해와 거리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과거로 돌아가 무언가를 바꾸려는 시도는
누군가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와 몰입도도 높고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낀다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