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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오는 편지 - 최돈선의 저녁편지
최돈선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0월
평점 :
오늘 같은 날씨에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다.. 비가 그치고 나니 날씨가 쌀살해지는게 이제 곧 겨울이 성큼 한 발짝 다가왔음을 느낀다.
어린시절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인것이 가을만 되면 괜히 센치해짐을 느낀다. 낙엽도 밟아보고싶고 어린시절 친구의 소식도 궁금해지고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써보고싶다는 생각..하지만 생각해보니 손편지를 쓸 대상이 없다. 아니 이젠 손편지라는 자체의 의미가 무색해짐이겠지..받으려는 사람도
없고 스려는 사람도 없다. 다른것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으니까..사람들은 편리함에 익숙해져있는거겠지..
일을 오전중으로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커피 한잔 진하게 타놓고 아무도 없는 집 거실 쇼파에 앉아 책장을 펼처들었다. 정말로 가을의
운치가 제대로 느껴지는 가을냄새가 많이 나는 책이다. 느리게 오는 편지...'최돈선의 저녁편지'라는 부제가 붙은...제목이 가슴에 깊이 박힌다.
참으로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한참동안이나 떠나지 않는다. 쉬이 잊혀져서는 안될 소중한 문장인것 같다. 딱 들으면 느껴지는것이 문득
여유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리고 추억...또 하나, 뒤를 한번 돌아봐야겠다는 생각..
편지를 써본적이 언제였던가? 결혼전 집사람에게 가끔 써주었던 손편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군시절 고참들의 성화에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곤
했었는데 그시절의의 추억도 새롭다. 중고딩시절...4년여동안 펜팔을 했던 그 묘령의 여학생의 기억도 새록새록 다시 떠오른다. 요즘은 세상살이가
참 팍팍해졌다는 생각이다. 문자나 메일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고 이젠 카톡이 모든 통신의 대표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낭만이 사라져가고
있는거겠지..
작가의 의도도 그것이다. 옛날처럼 글자를 한자한자 힘주어 눌러쓰던 추억의 손편지와 앞서 말한것처럼 메일이나 문자를 비유한것이다..
책에 그려지는 이야기들은 참 아름답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작가는 참으로 꼼꼼하게 표현해낸다. 그냥 지나쳐버릴수 있는
단순한 상황들도 조용히 마음으로 이야기하는듯 하다. 그래서 옛 생각이 더욱 더 그립다. 춘천이란 도시에 약 10여년정도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그곳을 떠나 일년에 서너번 들리러 가는곳이 되었지만 한때는 춘천이라는곳에 살수 잇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작가의 이야기는 춘천의 추억이
많다.
읽으면서 작가가 좋아하는곳을 나도 많이 좋아했엇다는 생각을 한다. 가장 좋아했던 '콧구멍 다리' 사실 다리이름은 다로 있을거라는 생각인데.
다리밑의 모양이 콧구멍같이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사람들은 부른다. 사계절 물이 차가워서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소양댐 밑 그 다리에 들르곤
했었는데...
어찌되었든 작가가 이야기하는 느림의 미학이 참 좋다. 여백과 그리움, 비워서 충만한 가벼움, 따뜻함을 느낄수 있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친절...
자 이제 누구에게 손편지를 쓸지 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