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김종관 글.사진 / 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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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난해한 책을 만났다. 가볍다면 가볍고 어렵다면 어려운 32편의 이야기들..내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는데, 부제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고 해야할까?.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32편의 이야기], 뭔가 쓸쓸함이 묻어있을것 같은 마음에 내심 기대하고 읽었는데 내가 둔해서인지 쓸쓸한 마음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다만 중간중간 삽입되어진 사진들에서는 오히려 그 쓸쓸함이 진정으로 묻어났고 사진속의 뒷모습들에선 어딘지 참 안스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점..작가인 김종관 감독의 사소한 생활에서의 에세이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단단히 생각을 잘못했다. 어찌보면 3류연애소설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놨다. 그리고 전혀 3류연애이야기같지 않도록 마무리가 예술이었다고 표현해도 감독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까? 책꽂이에 꽂아놓았다가 무심결에 내 아이가 보면 어쩌지? 안보이는곳에 숨겨두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섹스에 대한 이야기의 농도가 너무 짙었고 성적 표현 자체가 너무 자유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 또 무분별한 용어의 사용... 하지만 이상하지않게 거부감은 없었다는것. 묵묵히 받아들이며 읽어냈다는 점. 어, 내가 원래 이런거 물어보는 스탈이 아닌데 이 책은 얼마만큼 연령대에 기준을 두고 독자가 형성되어 있죠? 하고 질문을 하고 싶었던것..

책을 다 읽고나서 이 책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하는 고민을 했다. 참으로 어려운 숙제...이렇게 솔직할수가 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나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져간다. 은밀하고 노골적이다. 32편의 이야기들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애필로그와 닮아있고, 한편의 영화가 시작되기전 아름답게 꾸며진 잠깐동안의 환상적인 장면같이 느껴진다. 시작이 되었는가 싶으면 끝난다. 이야기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것 같고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겪고있을것만 같은 상상까지 한다. 그 이야기가 끝나면 어김없이 작가의 이야기가 첨부된다. 혹 그분의 경험담?

이 책을 읽고나니 [조금만 더 가까이]라는 영화가 정말 궁금해진다. 이 책을 지은 재주꾼이 만든 영화라면 뭔가 필을 느낄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책이 [섹스칼럼]과 비슷한 형식과 구조를 띄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것도, 또 김종관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싶은것도 사실적인 섹스의 묘사때문도 아니지만 무엇인가 얻을수가 있을것 같은 생각때문이다. 과거 내가 해왔던 사랑은 어떤 방식이었을까? 이 이야기와 닮아있진 않은지 혹은 내 이야기를 어디서 듣고 살을 붙여 써내었는지 하고 예전의 내모습을 회상도 해보고 현재 지금의 사랑은 또 어떤 진행방식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어김없이 해본다. 치유되거나 보상받거나, 망가지거나 또는 없어지거나...사랑이란 그런것일게다.

감추고싶은 비밀도, 신뢰를 져버린 남녀간의 애증관계도 조그만한 생각의 차이 하나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그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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