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단 대학 탐방기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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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참 슬픈 현실을 이야기하고있는데 읽으면서 자꾸만 웃음이 나오는건 뭐지?

처음 제목을 보고는 어렸을적 자주 보던 얄개시리즈 생각이 났다..수많은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져 히트를 쳤었던것 같은데 그중 대학얄개라는 작품도 있었던것으로 기억한다.

마치 서커스단원이 대학을 갔는지 하는 생각부터 대학 탐방기라니까 짖궂고 장난끼 많은 괴짜아이가 대학엘 들어가서 좌충우돌 헤프닝들을 그리는 그저그런 야기라는 생각부터 먼저들었던게 사실이다.

허나 이 이야기는 그런 싸구려 이야기가 아니다. 작게는 제3자가 바라본 대학을 꼬집고 크게는 시대적흐름속에서 겪어왓던 일제치하와 해방시대, 새마을운동이나 삽시간에 번진 교회의 성장등 아픈곳을 사정없이 바늘로 찌르는듯한 작품이다. 구수한 사투리도 일품이고..하지만 지독한 사투리가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그문제는 어느정도 책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 부분이다.

얼마전 '결'이라는 중편소설 한편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 책도 강한 남도 사투리가 인상적이었는데...

주인공인 '양춘단'은 실제 인물이다. 그녀의 삶을 재조명? 은 아닌것 같고. 그녀의 인생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풀어내었다고 평가해본다.

일제강점기 말기에 남도의 작은 섬에서 석공의 딸로 태어난 '춘단'은 해방이 되고 뭍으로 이사를 나와 살게되면서 6.25를 겪고 곧 남들처럼 학교에 가게 되지만 그시대의 여자들은 대부분 그랬듯이 먹고살기도 빠듯한 시절 동생들 돌보랴, 가계에 보탬이 되기위해 허드렛일등을 하느라 학교 다닐 형편이 될수가 없었던게 현실 아니었겟는가..학교를 그만두고 시골남자에게 시집을 가게되고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춘단'의 기구한 운명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신랄하게 이야기한다.

얼마전 홍대 미화원들의 파업사태에 관한 기사가 이슈가 되었던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도 나온다.

'양춘단'이라는 인물이 대학에 가게 된 이유는 공부를 하러간것이 아니고 대학교에서 미화원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 찾아간것이다.

남편의 병 치료를 위해 서울의 아들집에서 함께 살게되면서 일을 찾다가 간곳이 대학교였는데 그곳에서 보고 듣고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미화원으로써 느끼게 되는 가슴아픈 진실들을 씁쓸하게 곱씹는다.

읽으면서 참 슬픈 현실에 마음이 잔하기도 했고, 우리의 엄마들이 이제는 자식이나 식구들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도 살아가야 하는 시대가 와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이제 70중반을 넘기신 필자의 어머님 생각을 하면서 읽기도 한 고마운 작품이었다.

작가가 한창 젊은 나이라고 알고있는데 이런 속깊은 이야기를 쓴다는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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