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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바보들의 행진], [고래사냥] 시대적 아픔을 희극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독특한 시나리오 세계를 구축했던 작가 '최인호'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널리 알려진 그는 70년대, 80년대 최고의 대중소설작가인 동시에 '통속적 소비문학'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0년대 그의 작품들을 보면 '깊고 푸른밤', '별들의 고향', '겨울나그네'등 무수한 작품들이 있다
영원한 청년작가로 이름이 나있는 그는 작년가을부터 암투병을 하는 와중에도 수작업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그의 신념때문에
손톱이 빠지는 고통속에서도 매일 매일 원고를 쓰며 5년만에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내놓았다.
이 소설을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청탁이 아닌 자발적 자전소설이며 오랜 꿈이었던 체질개선 후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한국문단에서 이색적인 기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있는 작가.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연재 소설가, 가장 많은 영화화된 작품등...
그런 그가 5년만에 암투병중에 수작업으로 써낸 작품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읽는내내 기대이상의 이야기에 푹 빠졌었던 시간이었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 K가 낯익은 일상에서 낯설음을 발견하여 주변을 의심해나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 이 3일간 자신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풀어쓰고 있는데,
어느날 아침 뭔가가 익숙하지 않은 항상 그자리에 있어왔던것들이 그자리에 있었던것들이 아닌것일거라 의심한 K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토요일 아침 늦잠을 자기위해 꺼놓았던 자명종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그 소리에 깨어 욕실에 들어선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낯선 감정을 느낀다. 이상하다. 뭔가가 바뀌었다. 그가 사용하던 스킨도 사라졌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함께 살아왔던 가족들도 이상했고 마치 어젯밤 술을 마신후 필름이 끊어진듯한 그런 낯선 상황들..
그런 K가 과거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됐고 독자들로 하여금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라하는 메세지를 전하는듯 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제대로 된 삶이었는지..진짜 내가 나로써 인생을 제대로 살아왔는지..가면을 쓰고 살아오진 않았는지..
그런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바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책을 통해 나또한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었던것 같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현대인들이 맺은 수많은 '관계의 고리' 가 가지고 있는 부조리함을 묘사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에서 길을 잃은 한 남자의 영원한 사흘.
특이한 구조와 그로테스크한 작중인물의 설정, 환상주의와 사실주의를 넘나드는 이야기 전개만큼이나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할듯하다. 때문에 빠르개 읽히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소설속 주인공 K는 사흘동안에 일어난 비현실적인 사건을 통해 변신한다.
세상의 잣대로는 비극적이라고 말할수 있는 K의 결말은, 결말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