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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모자를 쓴 아이들
김은상 지음 / 멘토프레스 / 2018년 5월
평점 :
요즘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자주 쓰는말중 하나가 '우리 클때는' '우리때는' 또는 '옛날에는' 등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생각을 많이 했다...나 어릴적...나 클때는...우리집도...우리가 살았던 그 시절엔... 이라는 말들...
이 이야기는 내가...아니 지금은 중년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어린시절이었던 대한민국의 격변기시절... 주변에서 흔하게 많이 볼수있었던 집안의 풍경을 어머니의 마음속에 깊이 가두어두었던 다큐형식의 이야기다...한 가족의 아픈 역사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아픈역사는 비단 책에 등장하는 이 집만의 일이 아닌... 지금은 중년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해할수 있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수 있었던 대다수 집들의 풍경들의 이야기인듯하다...요즘 아이들이라면 과연 그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고... 전혀 이상할것 없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 당연시되어있던 아버지의 가정폭력, 격변기시절의 대한민국의 가난한 살림...
하긴 지금도 여전히 그런 가정폭력이 대물림되어 희생을 강요당하며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것을 극복해내고 미래를 변화시킬수 있는 인성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내가 의도치않은 또다른 대물림을 준비해가는 집들도 다수 있긴하다...시대의 흐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똑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적지않은것 같고...
책은 두 사람이 화자가 되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시간의 간격을 두고 어머니는 1980년대 초반을...아버지는 1980년대 중반을... 과거를 회상하며 가족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이어가는 독특한 구조이다...
처음엔 사실 책에 잘 적응되지가 않았다...이야기가 서로 연결되지가 않았고 갑자기 둘째 넷째 첫째...이런식으로 툭툭튀어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이해하기위해서 많은 공을 들였던것 같다...하지만 어느정도 책을 읽어가다보니까 모든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희생과 아픔들을 이해할수가 있을것 같았다...그때부턴 내 어린시절의 기억들...우리집의 사건들이나 이웃 누구누구의 집...친구 누구누구의 집...등등이 떠오르며 책에 빠져들수가 있었다...
아픈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나의 이야기였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였고...우리 형 누나들에 대한 이야기였고...지금의 대한민국의 주축이 되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조만간 몇해전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에나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