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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평점 :
"그녀에게 미안합니다."
띠지에 박혀있는 이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표지에 눈이 갔고, 단발머리의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무수히 많은 이어폰들과..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건 CD 플레이어였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재밌는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다.
"왜?라는 질문에 해당하는 13가지 이유들."
정확하게는 12가지겠지만 말이다.
"안녕, 여러분. 해나 베이커야, 카세트테이프 안에서 난 아직 살아 있어."
집앞에 놓여있는 신발상자 크기의 소포.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열었더니 막상 그곳에 있는건 테이프 7개였다.
뭐야, 이거.. 하면서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때는 더 어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듣고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살을 했으니 말이다.
황당한 표정으로 계속 듣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해나는 놀랍게도 자신의 죽음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아이들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들이 자신에게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말이다.
테이프를 듣고 있던 클레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무엇보다 놀라운건 자신이 해나에게 어떤 일들을 했던가였다.
'내가 이 아이에게.. 죽음으로 몰고 갈 뭔가를 줬던가...'
그리하여 지금.. 그는 해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한다.
어째서 그렇게 좋아했던 그녀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편으론, 왜 자신이 해나의 리스트에 들어있는지 이해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중반부까지 듣고 나서야, 클레이는 해나가 자신에게 진짜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데..
리뷰를 쓰려고 생각해보니, 갑자기 그전에 읽었던 책들과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이 한꺼번에 생각났다.
뭐냐면.. 범죄가 발생하고 난 뒤에, 사람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그 범죄의 피해자들에게로 향할 수 밖에 없다.
그걸 알고 각종 신문, 방송사, 잡지들에서 근무하는 기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오는거고..
누구도 진실은 알려고 하지 않으며, 무조건 "우리가 먼저"이면 되는거다. 그 뒤에 남은 사람들이야 어떤던지 상관을 안한다..
이런 내용의 문구가 생각났다. 어째서일까...
아마도, 사건이 일어나면 한동안은 거기에 집중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가는.. 그런 일들때문일 것이다.
너무 충격적이고, 잔혹하고, 슬픈일이었어도..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것을 잊어가며.. 시간으로 지워간다.
단 한가지의 거짓말로도 누군가의 삶은 망가진다.
그저 장난으로 던졌을 뿐인 돌에도 개구리는 맞아죽는거고..
아무렇지 않게한 이야기들이라고 본인들은 말하겠지만.. 거기서부터 일이 커져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을때..
그 일을 당한 사람은 어쩌란 말인지... 누군가가 다치고 난 후에도 "그냥 장난이었어."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 테이프를 들을수록 내 오래된 기억들은 뒤집어졌다. 누군가의 일그러진 모습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던 것들이었다.
재미로 시작된 거짓말로 인해.. 그녀의 삶은 망가져 가고 있었다.
친구를 잃었으며, 학교에서조차 고립된 그녀의 나날들.. 대체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지, 상상할수도 없었다.
한번만 붙들어줬으면, 그녀가 다가갔을 때 제대로 이야기만 들어줬더라면 해나는 다시 살아갈 수 있었을까..
해나가 손을 내밀었을때.. 그냥 잊으라던, 모르는척하고 지내가라던 그 선생님의 말을 잊을수가 없다.
자신 생긴 일이었더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하고....
무심코 뱉은 말이, 정작 그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알았다.
그 전에도 내 말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겠지 하면서, 말을 조심하도록 했는데..
해나를 만나고부터 또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내 모습은 어떤가..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