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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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표지를 보고는 중학교때 일이 생각났다.

학교 다닐때는 여럿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일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친한 친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둘만 있을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가 되는것은 간혹 셋이서 붙어다닐때다.

화장실도 같이 가고, 운동장에 나갈때도 친구를 달고 다니곤 했는데.. 둘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느 상황에서나 셋이 문제였다.

항상 친해서 별일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둘만 남겨두고 가기에는 뭔지 모를 불안함이 남는다.

나와 다른아이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또 다른 아이가 알게되지는 않을까.. 혹은 둘이서 내 험담을 하는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딜 가더라도 둘이 움직이지 않고, 꼭 그 모임에 있는 아이들이 다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대학교때도 그런 일은 있었지만.. 크게 생각치않았다.

아마, 또래끼리 생활하는 집단에서는 친구에의 '소유욕'때문에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나싶다.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을 둘러싼 이야기다.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공원에 레인맨이 나타나는데.. 후드가 달린 새까만 레인코트를 입고.. 진짜 위험하대.

남자는 때려눕히고 여자애만 잡아가는거야, 그리고 말이야, 여자애 발을 잘라버리지. 두 발 모두 삭둑 자르는거야.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레인맨이 노리지 않는대.

그거 알아? 뮈리엘이라는 향수?"

 

향수를 둘러싼 이야기.

사실은 향수를 판매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에 지나지 않는거였지만, 어느샌가 소녀들 사이의 유행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의 입소문은 실로 대단하다. 그저 작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데.. 시발점만 주어지면 어떻게해서든지 퍼져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스캔들'도 진짜인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저 한마디 스쳐지나간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커져서 갖은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없던 일도 만들어내는.. 그런 일인 것이다.

향수 판매는 성공적이었지만, 어느샌가 <소문>은 소문이 아닌, 진짜의 사건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그 사건의 배경을 만들어낸 '컴사이트'라는 회사. 컴사이트의 힘을 빌려 이번에도 '대박'을 노리는 광고회사의 직원인 니시자키와 가토.

그리고 이 사건을 뒤쫓는 형사 고구레와 나지마.

대체 어떤 놈이길래 여고생을.. 그것도 발목만 잘라간단 말인가...

그리고 별다른 이유없이 사람들에게 뿌려지는 잔인한 문자들.

범인은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그랬을까..

 

책을 펼친 다음이 궁금해서 손을 놓기가 아쉬운 책이었다.

작가는 서술트릭의 대부라더니,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에는 통달해 있는 모양이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림이 쉽게 그려지는 걸 보니.. 그러나, 모든것을 이야기하다보니 중간에 살짝 전개가 늘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굳이 빙빙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데 똑바로 직선으로 걷지 않고, 한바퀴 둘러서 가는 느낌이랄까...

마지막은 정말 충격이었다. 누가 그 내용의 주인공이 그 사람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다시 한번 학생들의 위력을 실감케하는 대목이 아니었던가싶다.

별 의미도 없이, 그저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이야기들을 메일이나 문자로 보낼 수 있는..

지금 이 세계가 그저 아쉽게만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다.

미디어나 매체의 발전도 좋지만.. 다만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받는 상처들도 고려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무턱대고 하는 말들은 그 사람에게 살아갈 힘을 잃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한두번 던지는건 그래도 상처만 입고 말지만, 계속되는 폭언과 그것으로 인해 쌓인 상처들은 사람의 희망을 한번에 앗아가는 무기가 될수도 있다.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없다.

어디까지 욕심을 채워야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건지..

아예 욕심이 없는 사람도 있긴한건지가 궁금했다.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 남에게 무자비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것.. 사람의 이기심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는 일이 아닌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한 말한마디가 남에게는 비수를 꽂을수도 있다는것을 잊지 마시길..

우리는 사람들에 둘러쌓여 있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말은 무한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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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 실크로드 1200km 도보횡단기
김준희 글.사진 / 솔지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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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그때문에 항상 여행을 가기전날이면, 가방을 챙기면서 콧노래를 부른다거나...

잠을 자려고 해도 한껏 마음이 들떠서 잠이 오질 않는다.

무엇때문에 이런 기분이 드는걸까...

이런 여행이 있는 반면에 초반부터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인 여행이 있다.

우리나라도 아닌 해외. 그것도 전세계에서 다 쓰이는 언어가 거의 통하지 않는 곳이라면 더 그렇다.

낯선 사람을 만났을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잠잘곳은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 어떤 길로 가야할까.. 어떻게 통과해야하나.. 등등

끝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에 정말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주인공의 실크로드 횡단기이다.

누쿠스에서 타쉬켄트까지로 이어지는 1200km의 길을 혼자서, 그것도 도보로 여행할것을 결심했다.

우즈베키스탄.. 말로만 들어도 더운 곳이다. 아니, 덥다기보다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어떤 여행이 될 것인지.. 나는 준비를 제대로 한것인지가 여행을 한다는 설레임보다 두려움으로 앞서간다.

우즈베키스탄은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우즈벡어가 있지만, 우스베키스탄 내에는 여러개의 언어가 혼용되고 있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각각의 부족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까지.. 과연 이곳에서 저자는 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다.

여행책을 읽어본 경우는 극히 드물다. 원체 소설을 좋아하는 나라서, 계발서도 안 읽는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도 보기 어렵다.

그치만 이 책은 느낌이 좋다. 여러가지 문화 얘기도 들어있고, 먹거리에 대한 것이라던가.. 각각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사진이 많은것은 아니지만 한장을 보아도 아! 이런 곳이구나~하고 머릿속에 마을이 그려졌다.

 

우즈벡 사람들은 낯선 여행자에게 친절하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더 그렇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곳에서는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아직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돈을 벌려고 한국에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있는데.. 그 사람들은 우즈벡에서는 거의 일이 없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까지.. 힘든 생활일거라 생각했는데.. 좋은 직장이어서 사람들도 너무나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다행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막 대하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낯선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잠자리를 제공해준다. "잘 곳 있어요?" 이러면 돌아오는 답은 "우리집에 가자." 이거다.

가면 여러가지 안주들과 어디서나 빠지지 않는 술. 바로 술판이 벌어진다.

작가는 1박 2일동안 계속 술만 마신 경험도 썼는데.. 에라~ 모르겠다,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가 여기까지 느껴져서 웃으면서 봤다.

혼자 여행하는 길이었지만, 그 안에서 든 자신들의 생각과.. 사람들을 만났을때의 이야기가 잘 어울러지는 글이다.

 

사막을 통과할때는 나까지 두려움이 앞섰다.

이렇게 더운 지역에서.. 걸어서 사막을 가다니... 다리가 붓고, 핸드카를 끄느라 팔이 아프다는 저자를 위로해주고 싶기까지했다.

혼자하는 여행은.. 정말 고독과의 싸움이다. 자신곁에 있는 건 오로지 여행을 위한 핸드카와 사진기. 그리고 더위를 식혀줄.. 아니 식혀줄 수 없는 고작 물 한통. 새로운 환경을 보는것도 좋겠지만, 같이 누릴 그 누군가가 곁에 없는 것또한 외로움이니....

 

- 어떤 이유로 떠나건 혼자서 오랫동안 여행을 하다보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하는 여행이 된다.

거리에서 하는 생각은 자신에 대한 새악이고, 떠오르는 후회는 이미 지나버린 자신의 옛 모습이다.

현지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옥신각신하다보면,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이런 것들을 좋아하고, 이런 것들을 싫어하는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다.

즐거운 자소에서는 자신과 함께 기뻐하고,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과 타협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여행이 끝나면 분명히 자신을 좀 더 잘 알게 된다. 그 결과가 성숙함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을지라도.

 

우즈벡의 도시들도 그렇지만.. 큰 곳이 아니면 수도시설이 잘 되어있는 곳이 없다.

이 대목에서 경악! 씻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곳의 작은 마을에서는 지낼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러니...

정전도 잘돼서 항상 이들은 초를 준비한다. 초를 켜놓고 생활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답답해 죽을테지만.

 

문명이 그렇게 발달한 지역은 아니다.

그렇지만 문명이 발달해서 잘 살고있는 우리보다 더 이웃들과의 관계가 돈독하다.

서로 도움을 줄줄 아는 사람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대도시에서는 보기 어렵고..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데.. 그것도 거의 사라지고 있다.

이곳에서도 대도시는 좀 삭막하다. 아직은 사람들의 순박함이 남아있는 곳. 우즈베키스탄.. 언젠가 나도 한번은 가보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 있었던 목화밭 이야기!

목화재배를 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그 곳은 국가의 소유라서 함부로 사진을 찍을 수 없단다.

사막에서도 경찰 검문소를 볼 수 있고.. 도시 하나를 지나칠때마다 세워져 있는 것 같다.

저자는 그곳의 사진을 찍어서 십년감수할뻔했다. 잘 넘어가긴 했지만.. ㅎㅎㅎ

마지막까지 유쾌한 이야기였다. 고생스러웠다기보다, 느끼는 것이 많은 혼자만의 여행.

후에.. 나도 이런 길을 떠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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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3
마이클 셰이본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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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셜록 홈즈가 사라지게 되자, 사람들은 그를 살려내 달라고, 작가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해서 다시 돌아온 셜록 홈즈는 '셜록 홈즈의 귀환'이라는 책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고.

그 후로도 심심치않게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셜록 홈즈의 유언장'이 그것인데.. 홈즈 시리즈를 모으고 있다보니 자연히 거기에도 눈이 가게 되어 구입을 했었다.

하여 그 책에서의 셜록 홈즈는.. 내가 알고 있던 그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집중을 하면서 읽어야 홈즈가 따라가고 있는 단서들을 나도 기억할 수 있었는데.. 왠일인지 '유언장'은 집중이 안되는것이다.

몰입이 안되면 끝에서부터 읽는 버릇이 있는 나는.. 기어코 마지막을 먼저 알아버렸고.. 거기서부터 또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래서 실망한 책중에 하나다.

 

이번에 만난 셜록 홈즈는 한창 창창했던 시절을 보내고 나서, 노년의 홈즈를 보여준다.

여전히 깡마르고, 굉장히 까다롭지만 눈만은 전과 다른없이 빛나고 있었다. 세월이 지난만큼 일에서도 자연히 멀어지게 되어

그의 관찰력이라던가, 단서를 찾는 방법등에서 하나의 실수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활기넘치던 시절을 사건과 왓슨과 함께 보내던 홈즈는 이제 여든아홉살의 노인이 되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그렇듯, 신문과 방에 쌓여있는 잡동사니들, 그리고 늙어버린 그의 몸을 지탱해줄 지팡이밖에 남지 않았다.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도통 관심이 없었던 그의 앞에 소년이 나타난다.

어깨에 특이한 회색 앵무새를 데리고 있는 그 소년은 어딘가 모르게 사람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오랜만에 호기심이 인 상대를 만난 홈즈는 소년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지만... 소년은 대답을 못한다. 알아듣기는 하는 것 같지만..

대신 앵무새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독일어로 나열된 숫자들로 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소년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홈즈에게 경찰 두명이 찾아온다.

사건인 즉, 앵무새를 데리고 있던 소년이 머무는 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그와 동시에 소년의 앵무새도 사라진 것이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앵무새는 어디로 간 걸까? 그리고 앵무새가 알고 있는 그 숫자들은 무슨 뜻이 담긴건지..

 

처음부터 소년과 앵무새라는 호기심의 대상을 툭 던져놓고 시작되기에 눈길을 잡아끌었다.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에도 꼬집어 말할것은 없었지만.. 다만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홈즈의 기억력을 되살려주는 것인지.. 그의 예전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장을 하나씩 넘어갈때마다 툭! 튀어나오곤 한다. 한번만 얘기해도 될것을 굳이 여러번 얘기하는건.. 솔직히 방해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홈즈인데.. 책이 얇다는 건 좀 슬펐다. 표지를 봤을때만해도 두꺼운 책인줄 알고.. 언제 다 읽어 이러고 있었는데..

받아보고는 그 두께에 실망했다.. 추리소설은 두꺼운게 좋단 말야.. 삽화도 좀 아쉽긴했고..

홈즈라서 그런지 그 전에 황금가지에서 나온 책들의 삽화가 보면서도 눈에 아른거렸다. 그 삽화가 훨씬 분위기를 잘 살리는 듯 싶다.

아무리 세월이 많이 지났다하더라도, 그의 반짝이는 두 눈과 번득이는 생각들을 막을수는 없다는 걸 느꼈다.

여전히 그는 사람들의 우상 홈즈였고..(비록 사람들은 그를 성격이 괴팍한 노인이라고 할지라도) 사건 해결의 일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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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장으로 -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그에게 끌린다, 남편을 사랑하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때면 하게 되는 행동들.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에 그 사람이 싫어진다, 무심코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나도 모르는 두근거림에 "이게 뭐야~~" 이러고 생각할때가 있다.

생각은 하지만 정작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첫사랑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설레임이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섰고.. 마음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서 허둥지둥댔던것만 같았다.

갑자기 마주치면 얼굴도 들수 없었고.. 앞에 서면 마음을 숨기기에 급해서, 무슨 말을했는지도 모르고...

이런 생각들로 가득차서 읽었다.

파도도 없던 바다에.. 잔잔한 바람이 불어와서 물결이 이는듯한 그런 책이었다.

급격한 감정변화도 없고,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도 거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보건선생님이다.

초등학교라고 해봐야, 섬에 딱 하나있는 곳으로.. 고학년, 저학년으로 나누지만, 실제 아이들은 얼마없다.

섬에서 사는 사람들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서로의 생활이 트여있는 곳이다.

그녀는 결혼을 했고, 현재 화가인 남편과 함께.. 소소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친구 쓰키에와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옆집 할머니 시즈카씨를 보살펴 드리며.. 남편과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조용하게 흘러가는 일상은 학교에 새로 온 남자선생으로 인해 조금씩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그.. 이사와는.. 특별한 사람인것도, 눈에 띄는것도 아니었는데.. 자꾸만 눈이 가게 만든다.

어찌하면 좋을까.... 남편을 사랑하는데도, 자꾸만 그녀 안으로 들어오는 그를..

 

내가 싫어하는 주제가 '불륜'이다.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줄 수 있다는것.. 모르는것은 아니지만, 가정이 있는 이상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게 아닌가.

막연히 이런생각을 하면서, 혼자 열을 내곤한다. 상대인 여자, 혹은 남자. 그리고 주인공들에게.

'불륜'이었다면.. 내 안에서 이렇게 받아들여질리가 없었다.

물흐르듯이 책장이 넘어가는 이책. 문구 하나하나가 조근조근 말하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듣는것만 같았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속으로 삼키는게 유난히 많았던 사람들.

겉으로 심하게 표현이 돼서, 순전히 감정만을 나타내는 책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수는 없었을거다.

표현하는 건 쉽지만, 그 느낌을 전달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지친 생활에서 막연하게 레던 그때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감정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 여러가지 해보는 겁니다. 어떻게든 해서 어딘가로 갈 수 없을까 하고.

바보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마구 달리기도 하다보면 어딘가에 도착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혹은 핫!하고 소리친 순간에 트럼프가 뒤집히는 것처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에 자신이 서 있지 않을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런 것 없으세요?

 

- 당신은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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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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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미안합니다."

 

띠지에 박혀있는 이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표지에 눈이 갔고, 단발머리의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무수히 많은 이어폰들과..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건 CD 플레이어였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재밌는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다.

"왜?라는 질문에 해당하는 13가지 이유들."

정확하게는 12가지겠지만 말이다.

 

"안녕, 여러분. 해나 베이커야, 카세트테이프 안에서 난 아직 살아 있어."

집앞에 놓여있는 신발상자 크기의 소포.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열었더니 막상 그곳에 있는건 테이프 7개였다.

뭐야, 이거.. 하면서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때는 더 어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듣고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살을 했으니 말이다.

황당한 표정으로 계속 듣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해나는 놀랍게도 자신의 죽음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아이들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들이 자신에게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말이다.

테이프를 듣고 있던 클레이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무엇보다 놀라운건 자신이 해나에게 어떤 일들을 했던가였다.

'내가 이 아이에게.. 죽음으로 몰고 갈 뭔가를 줬던가...'

그리하여 지금.. 그는 해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한다.

어째서 그렇게 좋아했던 그녀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편으론, 왜 자신이 해나의 리스트에 들어있는지 이해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중반부까지 듣고 나서야, 클레이는 해나가 자신에게 진짜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데..

 

리뷰를 쓰려고 생각해보니, 갑자기 그전에 읽었던 책들과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이 한꺼번에 생각났다.

뭐냐면.. 범죄가 발생하고 난 뒤에, 사람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그 범죄의 피해자들에게로 향할 수 밖에 없다.

그걸 알고 각종 신문, 방송사, 잡지들에서 근무하는 기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오는거고..

누구도 진실은 알려고 하지 않으며, 무조건 "우리가 먼저"이면 되는거다. 그 뒤에 남은 사람들이야 어떤던지 상관을 안한다..

이런 내용의 문구가 생각났다. 어째서일까...

아마도, 사건이 일어나면 한동안은 거기에 집중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가는.. 그런 일들때문일 것이다.

너무 충격적이고, 잔혹하고, 슬픈일이었어도..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것을 잊어가며.. 시간으로 지워간다.

 

단 한가지의 거짓말로도 누군가의 삶은 망가진다.

그저 장난으로 던졌을 뿐인 돌에도 개구리는 맞아죽는거고..

아무렇지 않게한 이야기들이라고 본인들은 말하겠지만.. 거기서부터 일이 커져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을때..

그 일을 당한 사람은 어쩌란 말인지... 누군가가 다치고 난 후에도 "그냥 장난이었어."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 테이프를 들을수록 내 오래된 기억들은 뒤집어졌다. 누군가의 일그러진 모습은 내가 인지하지 못하던 것들이었다.

재미로 시작된 거짓말로 인해.. 그녀의 삶은 망가져 가고 있었다.

친구를 잃었으며, 학교에서조차 고립된 그녀의 나날들.. 대체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지, 상상할수도 없었다.

한번만 붙들어줬으면, 그녀가 다가갔을 때 제대로 이야기만 들어줬더라면 해나는 다시 살아갈 수 있었을까..

해나가 손을 내밀었을때.. 그냥 잊으라던, 모르는척하고 지내가라던 그 선생님의 말을 잊을수가 없다.

자신 생긴 일이었더라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하고....

 

무심코 뱉은 말이, 정작 그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알았다.

그 전에도 내 말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겠지 하면서, 말을 조심하도록 했는데..

해나를 만나고부터 또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내 모습은 어떤가..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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