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를 보고는 중학교때 일이 생각났다.

학교 다닐때는 여럿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일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친한 친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둘만 있을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가 되는것은 간혹 셋이서 붙어다닐때다.

화장실도 같이 가고, 운동장에 나갈때도 친구를 달고 다니곤 했는데.. 둘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느 상황에서나 셋이 문제였다.

항상 친해서 별일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둘만 남겨두고 가기에는 뭔지 모를 불안함이 남는다.

나와 다른아이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또 다른 아이가 알게되지는 않을까.. 혹은 둘이서 내 험담을 하는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딜 가더라도 둘이 움직이지 않고, 꼭 그 모임에 있는 아이들이 다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대학교때도 그런 일은 있었지만.. 크게 생각치않았다.

아마, 또래끼리 생활하는 집단에서는 친구에의 '소유욕'때문에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나싶다.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을 둘러싼 이야기다.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공원에 레인맨이 나타나는데.. 후드가 달린 새까만 레인코트를 입고.. 진짜 위험하대.

남자는 때려눕히고 여자애만 잡아가는거야, 그리고 말이야, 여자애 발을 잘라버리지. 두 발 모두 삭둑 자르는거야.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레인맨이 노리지 않는대.

그거 알아? 뮈리엘이라는 향수?"

 

향수를 둘러싼 이야기.

사실은 향수를 판매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에 지나지 않는거였지만, 어느샌가 소녀들 사이의 유행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의 입소문은 실로 대단하다. 그저 작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데.. 시발점만 주어지면 어떻게해서든지 퍼져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대부분의 '스캔들'도 진짜인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저 한마디 스쳐지나간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커져서 갖은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없던 일도 만들어내는.. 그런 일인 것이다.

향수 판매는 성공적이었지만, 어느샌가 <소문>은 소문이 아닌, 진짜의 사건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그 사건의 배경을 만들어낸 '컴사이트'라는 회사. 컴사이트의 힘을 빌려 이번에도 '대박'을 노리는 광고회사의 직원인 니시자키와 가토.

그리고 이 사건을 뒤쫓는 형사 고구레와 나지마.

대체 어떤 놈이길래 여고생을.. 그것도 발목만 잘라간단 말인가...

그리고 별다른 이유없이 사람들에게 뿌려지는 잔인한 문자들.

범인은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그랬을까..

 

책을 펼친 다음이 궁금해서 손을 놓기가 아쉬운 책이었다.

작가는 서술트릭의 대부라더니, 이야기로 설명하는 것에는 통달해 있는 모양이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림이 쉽게 그려지는 걸 보니.. 그러나, 모든것을 이야기하다보니 중간에 살짝 전개가 늘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굳이 빙빙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데 똑바로 직선으로 걷지 않고, 한바퀴 둘러서 가는 느낌이랄까...

마지막은 정말 충격이었다. 누가 그 내용의 주인공이 그 사람이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다시 한번 학생들의 위력을 실감케하는 대목이 아니었던가싶다.

별 의미도 없이, 그저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이야기들을 메일이나 문자로 보낼 수 있는..

지금 이 세계가 그저 아쉽게만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다.

미디어나 매체의 발전도 좋지만.. 다만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받는 상처들도 고려를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무턱대고 하는 말들은 그 사람에게 살아갈 힘을 잃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한두번 던지는건 그래도 상처만 입고 말지만, 계속되는 폭언과 그것으로 인해 쌓인 상처들은 사람의 희망을 한번에 앗아가는 무기가 될수도 있다.

 

사람들의 욕망은 끝이없다.

어디까지 욕심을 채워야 그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건지..

아예 욕심이 없는 사람도 있긴한건지가 궁금했다.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 남에게 무자비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것.. 사람의 이기심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는 일이 아닌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한 말한마디가 남에게는 비수를 꽂을수도 있다는것을 잊지 마시길..

우리는 사람들에 둘러쌓여 있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말은 무한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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