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장으로 -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그에게 끌린다, 남편을 사랑하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때면 하게 되는 행동들.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에 그 사람이 싫어진다, 무심코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나도 모르는 두근거림에 "이게 뭐야~~" 이러고 생각할때가 있다.

생각은 하지만 정작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첫사랑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설레임이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섰고.. 마음을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서 허둥지둥댔던것만 같았다.

갑자기 마주치면 얼굴도 들수 없었고.. 앞에 서면 마음을 숨기기에 급해서, 무슨 말을했는지도 모르고...

이런 생각들로 가득차서 읽었다.

파도도 없던 바다에.. 잔잔한 바람이 불어와서 물결이 이는듯한 그런 책이었다.

급격한 감정변화도 없고, 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도 거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보건선생님이다.

초등학교라고 해봐야, 섬에 딱 하나있는 곳으로.. 고학년, 저학년으로 나누지만, 실제 아이들은 얼마없다.

섬에서 사는 사람들은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서로의 생활이 트여있는 곳이다.

그녀는 결혼을 했고, 현재 화가인 남편과 함께.. 소소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친구 쓰키에와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옆집 할머니 시즈카씨를 보살펴 드리며.. 남편과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조용하게 흘러가는 일상은 학교에 새로 온 남자선생으로 인해 조금씩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그.. 이사와는.. 특별한 사람인것도, 눈에 띄는것도 아니었는데.. 자꾸만 눈이 가게 만든다.

어찌하면 좋을까.... 남편을 사랑하는데도, 자꾸만 그녀 안으로 들어오는 그를..

 

내가 싫어하는 주제가 '불륜'이다.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줄 수 있다는것.. 모르는것은 아니지만, 가정이 있는 이상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게 아닌가.

막연히 이런생각을 하면서, 혼자 열을 내곤한다. 상대인 여자, 혹은 남자. 그리고 주인공들에게.

'불륜'이었다면.. 내 안에서 이렇게 받아들여질리가 없었다.

물흐르듯이 책장이 넘어가는 이책. 문구 하나하나가 조근조근 말하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듣는것만 같았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고, 속으로 삼키는게 유난히 많았던 사람들.

겉으로 심하게 표현이 돼서, 순전히 감정만을 나타내는 책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수는 없었을거다.

표현하는 건 쉽지만, 그 느낌을 전달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지친 생활에서 막연하게 레던 그때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감정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 여러가지 해보는 겁니다. 어떻게든 해서 어딘가로 갈 수 없을까 하고.

바보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마구 달리기도 하다보면 어딘가에 도착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혹은 핫!하고 소리친 순간에 트럼프가 뒤집히는 것처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에 자신이 서 있지 않을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런 것 없으세요?

 

- 당신은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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