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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ㅣ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만...
회귀천 정사(情死) :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의 동반 자살을 이루는 말
이라는 거였다. 궁금이 먼저라기 보다 이상한 생각이 먼저였다는 점 인정하겠다 ㅋㅋㅋ
총 다섯편의 작품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다 꽃이 주인공이다.
꽃의 아름다움보다는 읽다보니 하나같이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가득한 내용이었다.
등나무 꽃, 도라지 꽃, 오동나무 꽃, 연꽃. 마지막에 나오는 회귀천 정사에는 창포꽃이 나온다.
여기서 보지못한꽃은 오동나무 꽃뿐이다. 생김새는 대충 상상이 가는데(찾아보면 나오겠지만) 실제로도 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꽃은 등나무 꽃. 등나무 꽃 그늘아래 앉아있으면 꽃 향기가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고등학교에도 있었고, 대학교에도 있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었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화장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였다. 국내에는 <미녀>라는 작품이 한권 더 있었지만
이건 번역이 좀 이상하다는 얘기가 있어 읽어보려다 말았다. 작품의 느낌을 전하는데는 번역도 한몫하는데 말이다.
그것말고는 읽어본 사람들 대부분이 찬사가 한가득이었다.
제일 좋았던 작품은 마지막장에 있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회귀천 정사>였다.
1920년대 일본, 천재 가인 소노다 가쿠요는 두 번에 걸친 정사(情死) 미수 사건으로, 두 명의 여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 여정을 두 권의 가집으로 남기고는, 목을 그어 서른넷 짧은 생을 마쳤다. 찬란한 명성을 얻은 두 권의 가집. 그 시구를 되짚어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
과연 그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자리하고 있을까?
두명의 여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마저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인 소노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의 친구로 소노다의 생애를 소설로 만들어 잡지에 연재한 작가이다. <잔등>이라는 작품으로 세상에 나온 책은 완결되지 않은채로 끝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여주인공 가쓰라기 후미오의 집안에서 항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거짓말이고 작가는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세상에 알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그쯤에서 선을 그은것이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연재하려고 했으나 항의도 있었고 발표도 미뤄뒀을 무렵, 소노다의 스승을 찾아갔으나 이름을 담고 싶지도 않은 말을 듣고 나왔으나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알고, 여러가지 정황을 살피던 중 소노다가 스승과 결별한 시기와 스승이 아내와 이혼한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길로 스승의 아내인 고토에를 찾아갔으나 이미 출가. 어렵게 만났지만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그리고 그 무렵 이상한 물건이 손에 들어왔다며 그것을 읽어보는 순간 뭔가 이야기가 더 있음을 알고 진실을 찾아나서는데...
단순히 연애소설인줄 알았더니 추리소설에 버금간다. 꽃을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슴 떨리거나, 시린 사랑이야기를 만든줄 알았다.
더 읽어보니 사랑이야기는 맞지만 한사람의 환상에 지나지 않은 사랑이었다. 자신의 예술적 기교를 위해, 더 승화시키기 위해 자신을 어떤 인물에 비추어
그런 일을 만들어냈던거였다. 죽은 두 여인은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길을 택한거였다.
앞에 나온 이야기들은 안쓰러웠다면, 이건 깜짝 놀랬다. 얘기를 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쓰지는 못하겠지만 여기까지 읽어보고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근간에 화장시리즈가 또 나올것이라 하니 그것마저도 궁금하다. 이 이후에는 연애소설도 있고, 서스페스 작도 있다하니, 이 작가도 역시
하나의 작풍을 갖고 있는건 아닌것 같다. 특이하게 불가에 귀의했지만 최근에는 다른 화장시리즈를 쓰고 있다고 한다.
좀 더 많은 작품이 나와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