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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의 작은 새
가노 도모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 계기 따위, 어차피 사소한 우연이야
계기라는 건 말이지, 시시한 우연 플러스 약간의 작위라는거야.
이런 이야기 알아? 옛날에 아주 고명한 현자가 살았어. 그 현자는 모르는 게 하나도 없어서 사람들한테 존경받았어.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말했어. 저 현자가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를 생각해 냈다고.
손 안에 작은 새 한 마리를 숨기고 현자한테 가서 말하는거야. '손 안의 작은 새는 살았는가, 죽었는가?'라고.
만약 현자가 살았다고 대답하면 아이는 주먹을 꽉 쥐어서 새를 죽여. 죽었다고 대답하면 작은 새는 다음 순간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거지.
제목만큼 예쁜 표지에, 일본 소설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벤트 신청에서는 미끄러졌지만, 다행히 도서관에 신청 도서를 받아준다해서 열심히 신청했다.
그래놓고 이제서야 읽어보는 이 책.
단순히 연애물이거나, 그냥 소소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약간의 미스터리도 있다. 정말 약간..
총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작품은 제목에도 있는 손 안의 작은 새이다.
후유키 게이스케는 길을 걷다가 예전 선배를 만나게 된다. 자신의 첫사랑과 결혼한 사사키 선배.
그런 선배를 만나며 잊고 있었던 그녀의 이야기를 다시금 꺼낸다. 그림을 잘 그렸던 요코. 그녀가 최근 게이스케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모두 세번의 전화였지만 게이스케는 어쩐지 신경이 쓰인다. 요코는 게이스케와 친했던 대학 친구로 그림을 잘 그렸다. 그는 늘 요코의 그림을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사키 선배와의 만남은 축제가 계기였다. 게이스케를 찾고 있던 선배가 우연히 아트 클럽에 들르면서 요코를 만나게 됐고. 그 뒤로 만남이 잦아졌다는 그런 얘기. 그림을 잘 그렸던 요코는 그날 걸작을 탄생시켰다. 너무나 예쁜 색깔들로 이루어졌던 그림 <종달새>. 가장 명작이었던 그 작품은 그녀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겨 이후 그녀가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만든다. 사사키 선배와 만남으로써 그 이야기가 생각났는데 선배는 의외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왜 그녀의 그림을 망쳤느냐는....
게이스케는 선배가 그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림이 가지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누가 그랬을까?
주인공 게이스케는 그렇게 냉정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감성적인 부분도 있지만, 의외로 침착하며 냉정하고 분석적이다.
이 사람이 추리물로 치자면 탐정정도. 모든 의문을 해결하는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난 시점에서 또 하나의 주인공 사에를 만난다. 예쁘지만 강한 여성, 사에.
그런 그녀에게 한순간에 끌리는 게이스케. 그녀에게도 여러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 이야기들만 보면 그와 그녀에게 심심할 틈은 없어보인다. 사에는 항상 활기차서 그녀의 곁에도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사건도 많다. 그럴때마다 해결해주는 건 게이스케지만 말이다. 위의 질문에 현자는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했을까??
벚꽃 달밤의 주인공은 표지에 나온 바텐더 '이즈미'씨다.
사에와는 알고 있는 사이로 그녀가 일하는 에그 스탠드로 그를 데려온 것도 사에다.
신비한 바의 분위기가 어울리는듯. 이즈미씨도 뭔가 신비로운 사람이다. 사에와 이미즈씨와의 약간은 특별한 이야기가 여기서 또 시작되는데...
에그 스탠드가 달걀받침?? 말로 해석하면 그렇지만 원래 계란은 세울 수 있는것으로 계란과 받침대만 잘 만나면 된단다. 여기서 또 계란을 세워보고 싶어지는 나란..
- 그 애는 알고 있었던 거야. 다른 사람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환상을 만족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걸.
백설 공주는 살결이 하얘야 해. 신데렐라는 발이 기적처럼 작아야 하고. 이야기가 시작되려면 일종의 환상이 필요한 거야.
사에가 친구를 위해서 만들어 낸 환상. 또 이즈미씨와이 사이에서 그 환상은 어떻게 작용했을까?
자전거 도둑.
사에의 자전거를 훔쳐간 범인으로 지목한 학생은 실은 범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사에의 거울을 갖고 있고.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여기서 또 나서는 건 게이스케. ㅎㅎ
그를 질투에 사로잡히게 하는것도, 기다리게 만드는 것도, 일을 해결하게 만드는 것도 모두 사에.
또 한번 사에와 게이스케 사이에 시작되는 이야기.
- 인간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서랍이 존재하는 게 틀림없다. 아름다운 것이 가득 든 서랍도 있겠고, 흉하게 생긴 생물이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서랍도 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잠가두려는 서랍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개의 서랍에는 온갖 물건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과 흉한 것. 착한 것과 나쁜 것. 혹은 그 어느 쪽도 아닌 것. 그것들이 오뚝이처럼 위태위태한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리라.
에그 스탠드
이즈미 씨가 일하는 바의 이름. 그냥 단순히 달걀받침이라 하기엔 뭔가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오늘은 항상 같이 붙어다니는 사에없이 혼자 방문한 게이스케. 이즈미씨는 그런 그에게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한다.
무슨 소린지 몰라하는 그에게 "사에 씨 아닌 다른 여자 이야기. 혼자 온 건 그 때문이죠?" 라며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드는데.
시작은 사촌여동생 레이코. 오빠에게 약혼자가 생겼다며 어떤 여자인지 알아보기 위해 같이 가달란다. 뜻하지 않게 다도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을 알고 있는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리고 사에가 화난 이유는?
- 세상은 원래 꽤 불공평하니까요. 처음부터 달걀을 세우기 쉬운 평평하고 튼튼한 테이블을 갖고 있는 사람이랑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거든요. 핸디캡 레이스에서 약한 말이 더 무거운 중량을 달고 뛰는 일도 부지기수예요. 그러니까.. 아무리 애써도, 몇 번을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사람은 한번 에그 스탠드에 달걀을 맡겨보라고. 그런 생각으로 붙인 이름이에요.
이곳의 주인공은 남자다. 그런데 하나같이 나오는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여자다. 그림에서 손을 놓은 요코. 우연히 만나게 된 아가씨 사에. 그리고 그녀와 특이한 사연을 갖고 있는 이즈미 씨. 레이코와 우연히 만난 동창생. 그리고 사촌형의 약혼자까지. 나약한 모습을 보인건 요코 한명. 나머지는 자신들의 뜻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 안에서 게이스케는 그녀들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가며, 또한 이야기를 풀어주는 존재다. 바람잘날 없는 사에의 하루. 어이없어하면서도 사에에게는 진심을 보이는 게이스케. 앞서 말했듯이 굉장히 냉철하고 분석적인 사람인데 어째서 사에앞에서만은 그렇지 않은지. 아마 이것도 사랑에 빠진 남자라는 거겠지.
너무 완벽해도 좋아보이지 않는다. 사에앞에서만이라도 나사는 하나쯤 빠져도 좋겠다.
최근 이 작가의 신작 '소년 소녀 비행클럽'을 서점에서 본적이 있다. 뭔가 신나 보이는 제목에 표지또한 그래서 계속 눈길이 갔다.
한권을 만나봤으니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앨리스 시리즈라던가.. 보니까 읽고싶었던 유리 기린도 이 작가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