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과 마음 사이
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평점 :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10년 했다. 주요 과목을 한 것도 아니고, 흥미위주의 강의였을 뿐이지만 매번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게, 또 아이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한다는 게 큰 부담이었다.
다른 사람 앞에 잘 서지 못하고, 얘기를 꺼낼 때도 얼굴부터 빨개지는 나라서 더 힘들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내가 좀 더 말이 많아지고, 그 전보다 사람들 대하는 게 그나마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생긴 다짐 중에 하나가 '말을 하기 전에 생각하자.'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이고, 어린 아이들이기에 말 한마디로 얼마나 상처를 받을까 싶어 생각했던 거였다.
이렇게 다짐을 했는데도 아이들이 순간 미워진다거나, 혼내야 할 일이 생겼을 때는 나도 모르게 날이 선 모진 말들을 내뱉곤 했다.
이 책을 읽은 지금 다시 한번 내가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그 예로, 책에서 나오지만 학교에 가야 하는 날인데 집에 있는 학생에게
- 오늘 학교 안 갔네.
라는 말을 해버리면 그 아이는 불량 학생이 된다고. 무슨 사정이 있었던 간에 불량 학생으로 단정지어 놓고 얘기를 시작하는 거라고 했다. 그러면 학생이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막는 거라고.
나라도 이렇게 얘기했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책에서는
- 오늘 학교 못 갔네.
라고 말해주는 거라고 했다. 이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을 배려하고,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말을 꺼내게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말문을 닫아버리게 하지 말고, 마음을 열 가능성을 주는 거라고.
게다가 학생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예를 들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을 때 누구에게 가장 먼저 얘기를 하겠냐는 질문에 친구.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 즉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다. 이런 얘기들을 들었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얼마나 많은지, 또 가깝다는 이유로 얼마나 함부로 대하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생각난 건데, 나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특히 가족에게는 얘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그런만큼 또 얼굴에도 금방 드러나서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가 먼저 물어보시곤 한다. 일이 생겼으니 그만두면 알아서 풀리련만, 집에서는 또 그게 아니고 얼마나 신경이 쓰이겠는가! 해서 엄마는 물어보는데 나는 마음은 그게 아니어도 또 뾰족하게 날이 선 채로 말이 나오고 만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 엄마는 내게 가족에게 엄청 사납게 군다고. 그것 좀 고치라고 하셨다.
음... 책을 읽고 보니 이런 마음이셨구나 싶다...
다시 한번 말할 때 목소리. 억양 그리고 마음을 생각해야 겠다고.
그동안의 나를 반성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말과 마음. 사람 사이에 제일 어려운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