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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기
송차선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평점 :
최근 드라마를 보는데 장미희 씨가 그렇게 우아할수가 없었다.
목소리야 매번 그렇듯 나긋나긋 했지만.. 그 뭐랄까.. 말투랑, 몸가짐이 더 그랬다고 해야하나.
저 사람은 뭘 먹고 저렇게 늙지도 않느냐고 했지만 사실은 그 분위기가 엄청 부러웠다.
나는 늙더라도 우아하게가 아닌.. 그냥 귀엽기만 할 것 같아서.. ㅠㅠㅠㅠ 그나마 귀엽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사납다고 하면 그것도 답 없다.
나잇값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나이를 먹든 안 먹든 이래야 맞는 거라고.
그리고 어른같아야 어른 대접을 하는 거라고 했다.
예전에 같이 일하게 됐던 선생님이 있었다. 뭐 그래봐야 햇수로 2년 밖에 안되긴 했지만. 처음부터 인상도 별로였고 하필 학기초라 엄청 바쁠 때여서 그 선생님한테 일 시키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했었다. 그랬더니 자기한테는 일을 안 주고 나 혼자 다 한다고 뭐라고 하더라. 아니 바쁠 때 체계도 모르는 사람한테 일일이 알려주면서 일을 하기에는 시간도 없는데 그렇게 얘기하다니. 그 시기가 지나면 알아서 알려주려고.
게다가 아무리 내가 나이가 어려도 본인보다 먼저 일을 하고 있었으면 선임 아니고?
그랬는데 나보고 엄마뻘인데 자기를 어른 대접 해주지 않는다며.. 아니 그럴만한 행동을 했어야지.
그래놓고 본인은 또 나를 욕했겠지만.
아무튼 이런 경우도 있었다는 얘기다. 쓰다보니 생각나서 신경질 난다.
나이를 먹더라도, 그리고 어른이더라도 존경을 받을 만한. 그게 어려우면 최소한 한번 더 눈길이 갈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우아~~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아, 저분.. 몸가짐이 참 좋다라던가...
이런 사람이 되려면 일단 마음 가짐부터 틀려야겠지.
이 책에 나오는 얘기중에 나이가 들더라도 자식에게 재산은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한 일화가 나오는데 아들이 미국에 살면서 아버지를 먼저 불렀다. 그리고 나서 어머니를 불렀는데 그 동안에 아버지는 소식도 없고, 가보니 아들과 함께 있지도 않았다. 아들은 어머니와 외출을 하자고 하더니만 외딴 곳에 어머니를 혼자 두고 몇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했던 어머니는 그나마 여권을 가지고 있었고, 그 길로 다시 귀국을 했다. 그리고 나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재산을 노리고 한 짓이 아니라면 아들은 귀국하지 않을 것이고, 재산을 노렸으면 귀국을 할테니 체포해 달라고. 결국 아들은 귀국을 했다. 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지. 재산을 노리고 부모님이 사라지길 바라는... 요즘 시대가 이렇듯 각박하다.
이러니 마지막까지 돈은 쥐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닌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하고 집에만 있더라도 뭔가를 할 수만 있다면 된다고 했다.
시간을 보낼 일들을 만들면 되는 거라고. 그냥 집에만 있고, 하는 일 없이 빈둥대기 보다는 무언가 할 수 있는 취미 하나를 만들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요즘 철마다 관광지에 가보면 카메라를 들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그 장비들이 탐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더 부러웠던 건 저 나이에 다시 뭔가를 시작하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그 열정. 그게 탐났다. 아직 젊은 나는 그분들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나중에 나는 어떤 어름이 되고 싶은 걸까.
물론 지금도 어른이지만 나는 몸만 어른인 사람이다. 하는 행동만 봐도 딱 그렇다.
이걸 알고서도 고치지 못하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나이 들어서도 수줍음을 간직한 사람이고 싶다.
속세에 있었으니 당연히 때는 묻었겠지만 그걸 살짝 지울 정도의 수줍음.
그 정도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