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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편지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7월
평점 :
책을 읽은 지금, 무슨 얘기를 써야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tv에서 봐서, 책으로도 읽어서, 수업 시간에도 배워서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또 책으로 읽으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동안 '위안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은 억지로라도 읽지 않으려고 했다.
외면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그건 그것대로 그냥 무거웠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도.. 마음이.. 참.. 뭐라 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엔가.. 다큐멘터리였나 보다. 채널을 막 돌리던 와중에 지나쳤던 장면인데.
어떤 아저씨였다. 그러나 그 아저씨가 하는 얘기는 그 어떤 것보다도 마음이 아팠다.
어머니가 위안부셨다고. 그래서 마을에서도 자꾸 이사를 가라고 해서 이곳저곳 다녀야 했다고 했다. 얘기를 하는 아저씨의 눈에 금새 눈물이 맺혔다.
우리나라 사람이다. 하물며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도 그들을 이렇게 대하는데, 남의 나라라고 해서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거다.
주인공은 '후유코'라 불리는 열다섯 살의 여자 아이다.
맨 처음 '그 곳'에 가게 됐을 때는 열 셋. 친척 집에 갔다가 마주친 사람이 '비단'을 만들어 보지 않겠냐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하고 데려간 곳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오까상이라고 부르라고 하면서, '그곳'에 모여있던 그녀들을 한 방에 몰아놓고 걸레를 주며 닦으라고 한 것은 '피'였다. 피로 칠해진 벽. 그 곳을 깨끗하게 닦고 나니 그녀들에게는 이름이 아닌 번호를 붙여줬고, 방 안에서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더니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군인'이었다.
하루에도 몇 십명의 사내들을 받으면서 그녀들은 견뎌야 했다.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군인들이 온다'는 소리에 벌벌 떨면서. 그리고 오지상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전표를 가져가 확인을 받아야 했다.
죽지 못해 사는 삶이란 바로 그녀의 삶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하루에도 수십번씩 눈을 감고, 나는 죽은 사람이에요 라는 주문을 외우며 그 시간들을 견뎌야 했던 그녀들. 게다가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하루에도 몇십번씩 마음이 왔다갔다 했다. 이 아이가 죽기를.... 태어나지 않기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심장이 만들어 졌을까.. 입이 생겼을까 하는 이 마음들을.
더 절망적인 건 자신이 임신한 걸 알고 나서 오지상은 그 아이가 여자아이면 자신과 같은 일을 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들이기를 바랬다. 그러면 그런 일은 할 수 없었을 테니까.
마지막까지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어떻게든 견뎠을 이 아이의 마음을... 감히 이해한다고는 못하겠다.
그저..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그냥 줄거리를 쓰는 것밖에는 못하겠다.
다른 무엇도 더 쓸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