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고향

연필의 고향 ㅣ 이야기 파이 시리즈
김규아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초등학생 때 한참 샤프를 쓸 때가 있었다.

그때는 샤프도 싸도 예쁜 게 많았다. 어느 문방구에든 샤프가 막 들어올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주사기 모양이었는데 위를 누르면 바늘이 나오는 것처럼 가느다란 샤프심이 나왔다. 주사기랑 똑같이 중간에 색색의 액체도 들어있었다. 얼마나 신기했던지.. 그 모양 때문에 더 모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온 것이 검은색만이 아닌 몸체에 파스텔 톤을 입힌 샤프들. 게다가 샤프심도 진화해서 색깔 샤프심이 나왔다. 신기한 마음에 몇번 썼으나 그건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분명 어렸을 때 시작은 연필이었는데, 그 후에는 샤프심이었고, 중고등학생이 됐을 때는 펜을 더 많이 사용했다. 편지를 써도, 노트에 필기를 해도 그건 똑같았다.

예진이네 반에는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연필들을 모아두는 '연필의 고향'이라는 연필꽂이가 있다. 필통을 가져오지 않거나 빌릴수가 없을 때 연필을 찾곤 하는 곳이 그곳이다. 그러나 어느때인가부터 아무도 연필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의 샤프심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한참 의문이 생길 무렵 예진이는 꿈을 꾸었다. 연필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었을까? 대체 무슨 일일까?

어느 새부턴가 연필을 대신하게 된 샤프.

종류도 다양하고, 모양도 예쁜 것들이 많이 나오고, 사용하기 편리하기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밖에.

나도 그랬다. 필통 안에는 샤프가 적어도 두개는 들어 있었고, 샤프심은 항상 짝이었다. 그 와중에도 지우개는 바뀌지 않았다. 모양이 바뀌었을 뿐.

연필들의 억울한 마음도 이해가 간다. 깍아줘야 하고, 부러졌을 때, 샤프나 칼이 없으면 깍을 수 없다. 게다가 나는 샤프보다는 칼을 더 많이 썼다. 엄마가 연필을 깎아주셨을 때 칼을 썼기 때문이다.

지금은.. 연필을 더 많이 쓴다. 연필꽂이에 샤프도 있고, 연필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필기감이 좋고, 글씨를 쓸 때면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기에 연필을 더 많이 쓰게 됐다. 샤프가 없으면 칼로 깎으면 되니까. 내일도 연필을 들고 일을 하겠지.

갑자기 내 연필꽂이에는 몇 자루의 연필이 있는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