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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 차단되고 싶으면서도 완전하게는 차단되기 싫은 마음. 그것이 유리를 존재하게 한 것이다. 그러고 싶으면서도 그러기
싫은 마음의 미묘함을 유리처럼 간단하게 전달하고 있는 물체는 없는 것 같다.
보여주면서 동시에 가리는 것. 그것이 유리의 성질입니다.
가고 싶지만 가고 싶지 않은 마음, 말하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음 마음, 가까이 하고 싶지만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마음.
우리의 고민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채로 우리를 흔듭니다. ...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은 온기로
당신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그걸 포근함의 온도라 불러봅니다.
이곳이 유리 같은 곳이면 좋겠어요.
그래서 당신이 평샌 보지 못한, 당신의 뒷모습을 비춰볼 날도 있으면 좋겠어요. p.18
- 나와 그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그녀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는 일이 가장 시급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 말이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시켜주는 남자를 필요로 하게 되거든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거울을 보듯 그의 웃는 얼굴을 봐야 안심 할 수 있는 겁니다. p.34
- 만약 누군가 내 앞에서 울고 있다면, 흐르는 눈물은 그 사람이 나를 믿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진짜 용기니까요. 가끔은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맑은 날만 계속되면 사막이 된다죠. 비 온 후, 우리가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일 거예요. p.95
이렇게 좋은 글귀가 너무 많아서 읽다가 띠지를 붙이게 된다. 너무 많이 붙이게 될 것 같아서 이 책은 두고두고
읽어볼 요량으로 뒤쪽은 아예 붙이지 않고 읽기만 했다. 요즘 나에게 도움이 되는 얘기였다.
동동거리며 일할것도 없고, 그저 한번쯤은 흘러가는 대로 놔둬도 좋을 것 같았다. 누군가의 시선만 신경 쓰다가 정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지도 못하는 지금 이 상황들이 싫기만 했는데.. 한번정도는 그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이 마음이 지금뿐이라 언제 실행할지 알수는 없지만.
위로를 주는 책들을 읽을때마다 매번 나오는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를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책을
읽자마자 아, 이것부터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나오는 얘기가 '나 사랑하기'인데 그걸 못하고, 책만 읽으면서 위로를 받으려고 하다니.
정작 지쳐있는 나는 신경을 쓰지도 못했다.
내게 어떤 충고도 하지 않고, 그냥 듣고만 있어주는.
그렇게 다 듣고나서 등을 토닥토닥 해줄 것만 같은 그런 책이다.
책에 들어있는 문장들도 읽다보면 이해가 된다.
그중에 재밌었던 건 흔히들 나를 찾고 싶을 때 여행을 가라~ 라고 한다는데
'우치다 타츠루'라는 작가는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지 말라 라고 했다고. 낯선 곳에 가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대와 대화해서 자신을 찾는다는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ㅎㅎㅎ
나도 위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맞다고 본다. 일단 나는 낯선 곳에 가면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불안함을 느끼므로. 나를 찾는 게 먼저가 아니라 나의 안정을 찾는 게 먼저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