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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에 한 번은 혼자 살아보고 싶어 - 혼자 살아보고 싶은 이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이선주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10월
평점 :
제목만 봤을 때, 아 혼자 살면 이런이런 점이 편하겠구나~ 아니면 이런 점이 좋겠구나~ 하는 내 로망을 상기시켜줄 그런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줄 알았다.
그런데 읽는 중에 혼자 살 때 이렇게 살면 안된다~ 라는 '지침서'.. 같았다고나 할까.
공감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내 기대와는 달라서 읽으면서 좀 실망하기도 했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친구들에게 얘기하면 이제 그만 독립할 때가 됐다며 나오라고 하는데, 이 얘기를 몇년 전에 부모님께 했을 때는 어차피 같은 지역, 동네에서 살 건데 나가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리시더니, 이번에 얘기를 꺼냈을 때는 너 좋을대로 해라~ 라고 하셔서 조금은 서운했다. 아니, 그렇게 나가기를 바랬으면서 막상 등을 떠미니 서운해지는 이 마음은 또 뭐고.
지금도 나가게 되면 밥은 엄마 집에서! 잠만 따로 자는거야. 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실상 독립해보면 그게 제일 어려울 것 같다. 집에 가서 쉬다가 엄마랑 밥 먹고, 다시 집. 몇번이야 괜찮을지 몰라도 그 다음은 음.. 귀찮아서 안 가겠지..
아무튼 이 책에도 혼자 살면 좋은 그런 내용만 있는 건 아니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자취를 했던 나는 밥을 해먹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분식과 술로 떼우는 경우도 많았고. 친구들을 불러서 노는 경우도 허다했다. 책에 나오는대로 살은 살대로 쪘고, 속은 속대로 안 좋아지고.. 이 책에 나오는 해결 방법은 '집 밖으로' 였다. 내 경우에 우리 집에 부른 건 아니었지만, 주위에 자취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아서 그곳에 모여있던 게 원인이었나 보다. 지금 생각하면 재밌기는 했는데 ㅎㅎㅎ

혼자 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집에서도 번호키가 있어서, 부모님이 집에 계셔서 따로 문을 잠그지는 않는데, 아빠는 항상 집에 사람이 다 들어오고 나면 자기 전에 문을 잠그신다. 어째 이 집 사람들은 저녁에 문단속을 안하냐시면서.
생각해보니 자취할 때, 복도식에 제일 마지막 집이었는데 학생들이다 보니 워낙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번은 밤에 누군가 문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났다. 다행히 그 집에는 위에 잠금쇠가 하나 더 있어서 밤에 늘 잠궈놓는 게 습관이었는데 그나마 그게 다행이었다 싶다. 그럼에도 무서워서 한동안은 잠을 이루질 못했다. 으으... 혼자, 게다가 여자면 이런 문제도 무시할 순 없다.

부모님과 살고, 한참을 직장과 집 밖에 모르던 나는 어느 날 동호회에 가입해서 그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자연히 술자리도 늘고, 나가 있는 날도 많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도 늦어지곤 했으니 부모님의 걱정이야 뭐.. 말해봐야 뭣하랴. 그동안 놀지 못했던 걸 분풀이라도 하듯 노는 시간이 더 길어지니 부모님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전화 오는 횟수가 늘어나니 같이 있는 사람들이 이젠 일정 시간만 되면 들어가라고 먼저 얘기를 한다. 이것도 참... 그렇다.. ㅠㅠㅠㅠ

자취할 때 제일 서러운 부분이 이 부분이다. 아플 때.. 나를 챙겨줄 이가 하나도 없을 때..
아플 때면 뭘 잘 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 한명은 같은 공간에 있었으면 좋겠다.

독립을 하기 전에 내 물건들은 다 갖고 가야지.. 생각하면서 방을 둘러봤는데...
음.. 그 중에 반이 책이었다. 옷이야 그렇다 치고, 책이 진짜... 빼곡하게 꽂혀 있어서 저번에 방을 정리하는데도 얼마나 오래 걸리던지!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게 책이다. 분명 몇권은 정리도 했고, 다른 사람에게 보내기도 했는데.. 아직도 책장을 차지하고 있는 책은 넘쳐났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집을 구하게 되면 책을 놓고 갈까?? 싶기도 하다..

남들과 비교를 잘하는 나는... 내가 보기에도 자존감이 낮다. 그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일거다. 그러다가도 가끔은.. 나도 이런 부분은 남들보다 잘하는데.. 아니면 이 부분만큼은 더 자신 있는데.. 라고 하지만 그것과 자존감은 다른거겠지..
일단 이 비교하는 이런것만이라도 없애야는데.. 이게 쉽지가 않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거. 남의 생각을 신경쓰지 않고 행동하는 거. 이렇게 하다가도 어디선가 '이기적이네' 이 한마디를 하면 그동안 했던 모든 생각이 날아가버리는 것 같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과연 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까.. 싶다.
잘 있기야 하겠지.. 가끔 외로울 땐 엄마한테도 가고.. 가끔 서러울 땐 혼자 집에서 울고..
이걸 잘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혼자 잘 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