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와 정원사 - 어느 괴짜 예술가의 치유하는 정원 그리고 인생 이야기
마크 헤이머 지음, 황재준 옮김 / 산현글방(산현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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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괴짜 예술가의 치유하는 정원 그리고 인생이야기' 라는 부제때문에 책 내용이 더 궁금했습니다.

빨리 읽고 싶었으나 챕터마다 바뀌는 화자가 많이 헤갈려서 속도감있게 읽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 책은 천천히 읽을수록 더 좋은 것 같아요.

읽다보니 이웃 할아버지 정원에 초대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듯했습니다.

상처가 많았던 어린 시절.

아버지를 '미친 개'라고 표현할 정도로 두려움, 증오로 가득찬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자연은 위로가 되어줬고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시켜줬습니다.

"나이 든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고통 때문에 비참해지는 사람들과 고통을 느끼지만 명랑한 사람들. 나이 든 사람들 가운데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 가운데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그 아픔을 매일 매일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기는 기술을 터득하고 있을 뿐이다. 인생은 우스꽝스럽고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타인에게 친절하고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반항이다. "
(p81)

비참했던 과거에 묻히지 않고 인생을 멋진 모습으로 일궈내는 이야기는 정원을 가꾸는 것과도 같네요.

홀수의 챕터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제 3자의 시선으로 풀어가고 짝수의 챕터는 지금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선으로 풀어갑니다.

밝은 햇살아래 풀 냄새 맡으며 담담하게 그리고 천천히 산책하는 느낌에 제게도 가득해집니다.

"새들이 노래하고 산들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처럼 이 세상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먼 맥박 소리를 빼고는 나는 완전히 고요하다."
(p165)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게 만드는 이런 구절들이 많답니다.
지나쳤던 풀, 나무, 꽃 그리고 지나쳤던 자연의 소리들이 더 돋보입니다.


"인생은 때로 두렵기도 하고, 때로 재미있기도 해요. 때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끝났으면 하고 바랄 때조차 있죠. 그러니 그 결말은 걱정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자연 찾아올 테니. 그저 영화를 즐겨요! 슬픔도 있겠지만, 그건 우리가 사랑을 위해 지불하는 대가에요. 하지만 나중에, 때가 되면 우리는 그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어요."
(p253)

이 문장도 좋아요.
영화 감상하듯 우리의 인생을 가볍게 즐기자는 이 부분에서 마음의 짐도 덜어내는 듯 합니다.

우리의 인생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것.

너무 힘주지 말고 자연스럽게 한걸음씩 가보자는 생각이 듭니다.

또 나는 나이가 들어서 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돌아보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에세이라기에는 소설 같고, 소설이라기에는 철학서 같기도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입니다.

천천히 읽으며 힐링하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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