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괴짜 예술가의 치유하는 정원 그리고 인생이야기' 라는 부제때문에 책 내용이 더 궁금했습니다.빨리 읽고 싶었으나 챕터마다 바뀌는 화자가 많이 헤갈려서 속도감있게 읽지 못했습니다.오히려 이 책은 천천히 읽을수록 더 좋은 것 같아요.읽다보니 이웃 할아버지 정원에 초대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듯했습니다.상처가 많았던 어린 시절.아버지를 '미친 개'라고 표현할 정도로 두려움, 증오로 가득찬 시절이었습니다.그런 그에게 자연은 위로가 되어줬고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시켜줬습니다."나이 든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고통 때문에 비참해지는 사람들과 고통을 느끼지만 명랑한 사람들. 나이 든 사람들 가운데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우리 가운데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그 아픔을 매일 매일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기는 기술을 터득하고 있을 뿐이다. 인생은 우스꽝스럽고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타인에게 친절하고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반항이다. "(p81)비참했던 과거에 묻히지 않고 인생을 멋진 모습으로 일궈내는 이야기는 정원을 가꾸는 것과도 같네요.홀수의 챕터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제 3자의 시선으로 풀어가고 짝수의 챕터는 지금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선으로 풀어갑니다.밝은 햇살아래 풀 냄새 맡으며 담담하게 그리고 천천히 산책하는 느낌에 제게도 가득해집니다."새들이 노래하고 산들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처럼 이 세상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먼 맥박 소리를 빼고는 나는 완전히 고요하다."(p165)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게 만드는 이런 구절들이 많답니다. 지나쳤던 풀, 나무, 꽃 그리고 지나쳤던 자연의 소리들이 더 돋보입니다."인생은 때로 두렵기도 하고, 때로 재미있기도 해요. 때로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끝났으면 하고 바랄 때조차 있죠. 그러니 그 결말은 걱정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자연 찾아올 테니. 그저 영화를 즐겨요! 슬픔도 있겠지만, 그건 우리가 사랑을 위해 지불하는 대가에요. 하지만 나중에, 때가 되면 우리는 그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어요."(p253)이 문장도 좋아요.영화 감상하듯 우리의 인생을 가볍게 즐기자는 이 부분에서 마음의 짐도 덜어내는 듯 합니다.우리의 인생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것.너무 힘주지 말고 자연스럽게 한걸음씩 가보자는 생각이 듭니다.또 나는 나이가 들어서 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돌아보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에세이라기에는 소설 같고, 소설이라기에는 철학서 같기도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입니다.천천히 읽으며 힐링하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