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 -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
이창호 지음 / 라이프맵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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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음에 읽었다. 이유는 읽기 쉬웠기 때문이다.

바둑만 알았던 불혹의 삶이었기에, 바둑 이 외에는 프로가 무색한

범인의 겸손함을 가진 국수 이창호! 그래서 쉬운 글읽기였다. 하지만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그가 겪었던 승부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그리고 동네 내기바둑이라 무시당하고, 일본, 중국에 비해 하수로 취급받았던 한국 바둑사의 과거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까? 시운을 만나지 못한 천재, 조훈현 9단 그리고 시운을 만난 둔재 이창호 9단의 만남은 드라마틱하다. 그렇게 프로라는 냉정한 세계에 입문한지도 20년을 넘은 시간, 그에게 언제나 신산이라고 불리든 현실도 조금씩 과거로 퇴색되어가는 오늘, 하지만 그는 이제야 바둑을 볼 줄 아는 혜안을 얻었다고 한다. 앞서 제목과 같은 부득탐승....이기고자 하는 욕심이 프로의 본능이지만, 그것만이 전부일때 승리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노회한 프로의 진부한 과거회상일 수 도 있지만, 그는 무관의 제왕일때 그리고 패배의 부담이 없을 때, 진정한 신의 한수를 둘 수 있었다고 한다. 나에게는 어깨너머로 잠시 배웠던 바둑, 그리고 절친한 친구의 별난 취미인 바둑 하지만 그 이야기가  한 낱 위인전이 아닌 거인의 발자취로 느껴지는 건, 똑같이 경쟁이 최선이고, 1등이 최고인 현실에서, 조금은 관조할 여유를 가져라는 그의 선언적 메세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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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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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여 한다.

하지만 나는 겨우 조금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나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그 멀고도

확실한 세계를 향해 피흘리며 나아간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또 괴로워 한다. 나는 여기에서 산다. -387p 작가 후기-

 

그랬다. 김훈은 무엇의 옳고 그름이 아닌 지극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모두의 죽음과 절망과 희망을 내려다 보았다. 마음 속 깊이 들어서서, 속내를 대낮에 들어내어, 그 슬픔의 진한 울림까지, 독자에게 까발려 놓았다. 그래서 읽기는 힘들었고, 덮기는 쉬웠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내려놓는 순간의 해방감은 시원함이 아닌 숙제를 덜하고 제출한 학생의 찔린 양심과 같았다.

 

굽어요동친 조선후기의 서학전래사를 펼쳐놓은 소설 "黑山"

역시 간명한 글씨체에 무거움을 달아둘 줄 아는 김훈의 소설이었고

또한 현장감이 살아있는 생생한 인간시장의 단면이었다.  

 

黑山을 玆山이라고 칭한 이유에서도, 어둠이라고 정의하기 보다,

어둡다라는 조금의 빛의 여지를 남겨두는 정약전의 모습, 그리고 순매를 품으며, 흑산도에서 뿌리는 내리는 모습에서, 새시대를 갈구 했던 서학이 어쩌면 종교 이전에 생활속의 인간애였음을 이 소설은 보여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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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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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있었던 스무살 청운의 꿈!

이제는 어느새 서른줄 에 접어둔 중년의 청년..

그랬다. 박경철은 청춘을 위로하지 않는다.

시대의 얄팍함에 기대어, 위로하기 보다, 청춘이 가지는

영원한 의미를 되새김질한다. 화려하기보다, 오히려 상처를

헤집고, 끄집어 내어, 햇살에 바싹 소독 시킨다는 느낌..

그래서 읽기는 불편하고, 감정은 바싹 말라간다.

왠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다는 생각에서 한 발자욱도

나아갈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의미는 실로 간단했다.

 

운명이라는 굴레가 행위의 결과물에 반 이상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명 역시 나머지 절반은 바로 우리 인간에게 맡겨놓았다.

                                                                 -마키아벨리-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궁하면, 변하라.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영원하라.                  - 주역 繫辭傳-

 

물은 99도가 될 때까지 끓지 않는다.

100도가 되기를 기다리는 인내와 여유가 필요하다.

 
운명론적 한계에 갖혀 있지 않고,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지금의 고착화된, 자본인 권력인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건, 바로 오늘의 청춘인 당신이라는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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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8 - 헌종.철종 실록 - 극에 달한 내우, 박두한 외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8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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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다시 들었다.

어릴 적 슬램덩크, 드래곤 볼이 아닌, 어제까지 살아 숨쉬며,

대한민국 이전의 역사를 만들었던, 수천 수만의 위인들의 열전!

형식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제목을 달았으나, 기실 역사의 동력은

민초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나 저자의 독특한 이력은

< 고려대 경제학과 卒 - 한겨례신문사 입사 후 만화로 전업 >

기실 만화가에 대한 편견을 떠나,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직업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해줌은 물론,  청소년 학습 만화라는 한계를 넘어, 전세대를 아우르는 교양만화로서의 역할로 자리매김한 것은 역사의 대중화를 위한 긍정적 첫걸음이라 하겠다.

 

그렇게 시작한 조선왕조실록의 굽이굽이 넘어온 18권의 대장정

오늘 갓 받아본 조선왕조실록 18권에서는 헌종,철종실록을 다루고 있다. 부제는 '극에 달한 내우, 박두한 외환'으로 영.정조로 대변되는 조선 중흥의 시기를 거쳐, 1910년 한일 합방에 이르는 국운의 쇠망기를 찬찬히 다루고 있다. 한 시간에 걸쳐, 급체할 것 처럼 읽은 내용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헌종, 철종이 愚君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아래였지만, 두 임금은 나름의 정치철학으로 시대의 모순을 치유하려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패의 원인은 사회 지배계층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과 백성들의 민란에서 오는 혼란 속에서 제대로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한 점이었다고 책은 지적한다. 그리고 서세동점의 세계사적 흐름속에서, 청나라와 일본의 개항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대안모색을 하지 않은 체, 공맹을 외운 식사층의 무위도식을 지적하며, 두임금의 치세를 마무리한다.

 

작금의 한미 FTA를 위에 빗대어, 위 상황을 상기 시키는 정치인들에게, 내정의 개혁을 하지 않은 체, 무방비한 개항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다시 한번 알아봄직한 사례가 아닐까?

 

박규수를 찾아간 박희태 국회의장은 박규수는 개항론자 이전에 민생의 도탄을 먼저 일깨운 안핵사 였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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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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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상쾌 그리고 톡 쏘는 토크쇼 한편을 보았다.

바로 달려라 정봉주이다.

으례 정치인들의 에세이집이, 자신의 다사다난한 청년기와

성공 그리고 자신의 비젼에 대한 고루한 설명이 전부였다면,

이 책은 그런 통념을 가뿐히 배반하고 만다.

 

문제아였던 청소년기 그리고 삼수의 공백기

운동권이었지만, 이름없는 불쏘시개 역할 그리고 낙선

종로의 유명 학원 원장이었지만, 내심의 불같은 열정으로

출마 그리고 당선, 하지만 탄돌이라는 비아냥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과 진실한 반성

무능력한 가장으로서의 비하감

 

이렇게 줄줄이 사탕처럼, 연결되는 에피소드는 글쎄

그를 말하는 깔대기라는 PR방법에서 역깔대기라고 해야하나.

 

끊임없는 실패의 연속이다.

심지어 여의도 한 식당에서 일년여를 백수의 신분으로

김어준 총수와 기획 구상회의를 했다는 부분은 실소를..

아내의 잠든 모습을 뒤로 하고, 지갑에서 카드를 슬쩍하는 모습은

짠하기 까지 하다.

 

하지만 글의 저변에 깔려있는 건, 기본적으로 정치인 정봉주로서의

현실적 정세 판단과 대안 그리고 정책적 비젼의 공유가 담겨 있었다.

 

BBK에 대한 자신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생각

현재진행형인 부산저축은행과 삼화저축은행 그리고 검찰개혁

교육전문가로서의 반값등록금문제에 대한 전문적 해결방안

 

이렇게 마무리되는 그의 지난 정치행적과 앞으로의 미래비젼들..

사뭇 '제18대 대통령'이라고 나팔부는 그의 깔대기를 들으며 

진짜로 되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이제는,

오...어쩌면이라는 희망 섞인 응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꼼수 자기 PR광고에서 처럼 내년 5월의 여의도에서 벚꽃 나무 아래, 사모님과의 해맑은 웃음 터트려주길 바라며....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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