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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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여 한다.

하지만 나는 겨우 조금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나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그 멀고도

확실한 세계를 향해 피흘리며 나아간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또 괴로워 한다. 나는 여기에서 산다. -387p 작가 후기-

 

그랬다. 김훈은 무엇의 옳고 그름이 아닌 지극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모두의 죽음과 절망과 희망을 내려다 보았다. 마음 속 깊이 들어서서, 속내를 대낮에 들어내어, 그 슬픔의 진한 울림까지, 독자에게 까발려 놓았다. 그래서 읽기는 힘들었고, 덮기는 쉬웠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내려놓는 순간의 해방감은 시원함이 아닌 숙제를 덜하고 제출한 학생의 찔린 양심과 같았다.

 

굽어요동친 조선후기의 서학전래사를 펼쳐놓은 소설 "黑山"

역시 간명한 글씨체에 무거움을 달아둘 줄 아는 김훈의 소설이었고

또한 현장감이 살아있는 생생한 인간시장의 단면이었다.  

 

黑山을 玆山이라고 칭한 이유에서도, 어둠이라고 정의하기 보다,

어둡다라는 조금의 빛의 여지를 남겨두는 정약전의 모습, 그리고 순매를 품으며, 흑산도에서 뿌리는 내리는 모습에서, 새시대를 갈구 했던 서학이 어쩌면 종교 이전에 생활속의 인간애였음을 이 소설은 보여주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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