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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평전 1 (반양장) - 일세를 풍미하는 완당바람, 학고재신서 31
유홍준 지음 / 학고재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
책의 서두를 장식하는 이 말은 추사에 관한
오늘의 현실을 딱 짚어준다.
게다가 단순히 조선 후기 명필 그 이상의 추사 선생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없다. 더군다나 추사체라는 괴벽한 한문 글씨를 이해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아는 만큼 다시 보인다는
단순한 이치를 다시 깨칠 수 있었다.
추사체가 왜 어린아이 글씨만큼이나 매부러진 모양새가 아닌지,
왜 그렇게 금석학이라는 옛 비석의 해독에 그렇게 매달렸는지,
그에게 학문이란 단순한 앎이 아닌, 실천의 과목이었고, 생활의 일부였다. 청나라 연경에서의 60일을 오롯이 당대의 석학들과 교유하며, 평생을 조선이 아닌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예술과 학문의 네트워크를 만든 일이며, 제주에서의 고독했던 9년의 위리안치에도 불구하고 꽃피어진 그의 글씨와 다듬어진 심미안은 조선을 넘어 진정한 세계인이었던,예술인으로서의 추사 김정희를 알게해준다.
더군다나 아내와의 사별을 애통해하며 지은 글에서
그의 인간된 다정다감함을 읽을 수 있었고,
명문 경주김씨 월성위 집안의 종손으로 그가 가졌던
귀족스럼 우아함을 알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남아 있던 그의 장서 대부분이
후대의 부덕함으로 불에 태워지고, 팔려나갔다는 사실은
역사를 자부심이 아닌 쩐으로 치부했던 슬픈 과거를
되새겨 준다.
그래서일까 읽고 난 후의 감상은
우리는 참으로 우리의 역사를 모르고 있었구나.
우리는 참으로 우리의 위인을 모르고 있었구나.
우리는 참으로 우리의 모습을 모르고 있었구나.
겸재가 있었기에 동국진경이 있었다면
추사가 있었기에 동국진체를 가질 수 있게된
자랑스런 인물 완당 김정희...
그의 삶이 남아있는 서울 봉은사 板殿 과
그의 삶이 뭍어있는 세한도의 묵향이 더욱 그리워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