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품은 선비 - 사계절 나무에 담긴 조선 지식인의 삶
강판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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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세 사람이 걸어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는 누구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세상 어디에서나, 누구에게서나 배움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비록 접할 수 있는 책의 범위도 부족하고,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힐 기회도 한정되었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주어진 조건 안에서 견문을 넓힐 방법을 찾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주변에 자신이 따르고 싶은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가르쳐주는 바에 따라 삶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나무를 품은 선비>는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어떻게 나무를 비롯한 자연을 벗삼아 지식을 쌓고 자연의 가르침을 실천했는지 그 역사를 들여다본다.

 


책 속에는 나무처럼 살고자 한 조선 지식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들은 늘 나무를 곁에 두고, 그 나무가 품고 있는 성리학적 가치를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남명 조식은 고매한 선비정신의 상징인 매실나무를 곁에 두고, 말년이 되어서도 앞마당에 매실나무를 심는 정성을 보였다.
조임도는 효도를 상징하는 배롱나무를 부모님 묘소 옆에 심어놓고, 배롱나무 꽃이 질 때까지 부모를 생각했다.
조성한은 파직당한 후에도 '고매한 선비로 살아가겠다'는 의미로 집앞에 회화나무 두 그루를 심고, 집 이름도 '쌍괴당'으로 바꾸었다.

나무를 닮으며 나무처럼 살고자 한 선비들의 노력은 그들의 정신이 되어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쉰다.
한 그루 나무에 깃든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하나의 작은 사물 안에서 깃든 크나큰 우주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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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아파트 돈 안 되는 아파트 - 부동산 애널리스트가 알려주는
채상욱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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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집을 살 계획이다. 독립 이후 평생 월세와 전세만을 전전하던 내가, 결혼 이후 가장 큰 돈을 쓰는 것이니 나도 모르게 목줄기가 빳빳해진다. 내게는 이 그간 모은 몇천과 전세금이 전부인데, '억' 단위의 무언가를 산다는 생각을 하니 혹시나 실수하면 어쩌나, 잘못 선택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섰다.

 

그때 지인이 추천해준 책이 바로 이것, <돈 되는 아파트, 돈 안 되는 아파트>였다.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은 없어도 적어도 손해는 보고 싶지 않은 게 소심한 나의 유일한 목표였기에, 처음에 제목을 보고는 크게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진 않았다. 다만 준 전문가급 지인이 추천해주는 책이었기에 '무슨 내용인지 읽어나보자'라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부동산 쪽에 문외한인 내게 쉬운 책은 아니었다. 부동산 기초 개념을 설명해주는 책을 한 권 읽은 후 접했으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내 시야가 좀더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 단순히 '생활할 집을 사고 싶다'는 개념에서 좀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책이다. 이제 막 정권이 바뀐 뒤 변화될 부동산의 흐름을 짚어주고, 신문이나 부동산에 대한 이러저러한 소문들이 아닌 팩트를 보는 법을 말해주고, 아파트를 살 때 유의해야 할 점들을 체크해주었다. 특히 현장에 가서 확인해야 할 것들을 꼼꼼히 짚어주는 지점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부동산을 공부해야 할 이유와 아파트를 보는 법, 세금계산, 네이버부동산과 호갱노노 앱 보는 법 등의 실질적인 이야기들도 내년에 집을 살 사람으로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이지만, 곧 집을 살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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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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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작가의 소설은 불편하다. <계속해보겠습니다>부터 <백의 그림자>, 그리고 이번에 접한 <아무도 아닌>까지, 그가 보여주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연민이 느껴지면서도 또 다른 면에서는 '왜 저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분노를 가져다준다. 이번에 그의 신간 <아무도 아닌>을 접하면서, 왜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내게 불편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해 좀더 깊이 고민해보았다. 단편 소설 모음이다보니 서로 비슷한 결을 가진 다양한 주인공이 등장했고, 그러한 주인공들이 각기 다른 면에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기에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리는 데 좀더 도움이 되었다.

 

 

그가 보여주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현실에서 내가 외면했거나, 미처 관심 가지지 못한 어떤 이들의 감정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를 병으로 잃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보다 어머니처럼 아프게 되었을 때 인간다운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함을 인지하며 한 이불 매장에서 웃음을 파는 나(<웃는 인간>), 스러져가는 동네를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써 결국 좀더 나은, 그러나 영원한 내 것은 아니므로 얼마 뒤에는 밀려날지도 모르는 공간으로 이사한 여자(<누가>), 궁상맞게 사는 부모를 둔 제희와, 그 가족을 바라보는 제희의 여자친구 등(<상류엔 맹금류>), <아무도 아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가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는 그런 감정을 수시로 느끼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무리 '지금'에서 벗어나려 노력해도 제자리인 기분,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어떤 뻘 같은 곳에 있는 듯했다.

 

주인공들이 느끼는 그러한 감정은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이 수시로 느끼는 그 어떤 두려움과 비슷하다. 한 달에 한 번 받는 월급이 너무 사소해보일 때, 내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부대끼는 나날이 지겨울 때,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갑자기 아플 때, 우리는 지금의 평범한 삶이 나사 하나만 어긋나도 멈추어버릴 수 있음을 깨닫는다. 내가 그간 벌어놓은 돈과, 누군가와 함께해온 우정 같은 것들이 사실 허상일 수도 있음을 문득 아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러한 순간을 외면하지만, 황정은 작가는 그 감각들을 잘 포착해 글로 남겨놓는 데 탁월하다. 외면하고 싶은 순간을 자꾸만 불러세우니, 읽는 이가 불편을 느낄 수밖에.

 

하지만 그러한 감정을 직시하는 것은 늘 필요하다.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글은 내가 외면하는 어떠한 순간을 기억해내게끔 돕기도 한다. <백의 그림자> 속 상인들이 그랬고, <계속해보겠습니다>의 애자와 소라, 나기, 나나의 삶이 그랬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아보이는 삶일지 모르나 그들에게는 애써 살아가야 할 소중한 인생이었다. 황정은 작가가 소설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닐까. 내가 외면하는 어떤 순간에도 애써 살아가는 소중한 인생이 있다고, 세상의 모든 사소한 인생이 얼마나 위대한지 당신은 모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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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 동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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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늘 내게 '닮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가부장적인 남편과 함께 살면서, 그가 저질러놓은 일을 수습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일에 치였고, 집안일과 바깥일 모두 소화하느라 당신의 두 자식을 맡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그런 자신의 처지를 엄마는 '남자를 잘못 만난 탓'이라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를 때 처음 만난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줄 알고 결혼했다는 말, 너는 남자를 많이 만나보고 꼭 그 가운데 가장 나은 남자를 고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했다. "능력 되면 혼자 살아"라는 말도 엄마의 신세한탄마다 듣는 말 가운데 하나였다. 자연스럽게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나는 아빠 같은 남자는 안 만날 거야"는 것이 내 연애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엄마는 내게 '남자를 많이 만나라'는 충고만 했지, '이러이러한 남자를 만나라' 또는 '좋은 남자와 좋지 않은 남자를 구분하는 법' 같은 것들은 알려주지 않았다. 엄마에게도 남자에 대한 표본은 아빠 하나밖에 없었을 테니,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줄 방법이 없었으리라. 나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부딪히며 배웠다.

지금 생각하면 대면조차 하지 않을 남자들을 만났던 흑역사가 있다. 그들은 내게 '착한 여자'라는 프레임을 씌웠고(너는 사치하는 다른 여자애들과 달라서 좋아, 나는 네가 소박해서 좋아, 네가 엄마 같아서 좋아 등), 자신의 사랑을 강요 또는 협박하는 것으로 이별을 유예했으며(나는 너 없으면 안 돼, 죽을지도 몰라,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사니 등), 나를 악세서리 취급했다(여자가 예뻐야 남자 기가 살아, 구두 신고 나와, 난 긴생머리가 좋으니 머리 길러라, 존댓말을 해라, 제모를 해라 등).

당시에는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고 그들의 말을 따랐다. 요즘 유행하는 '김치녀 된장녀' 프레임에 소속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자신의 말을 따르면 사랑을 준다 했으니, 물물교환 같은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사랑이 물물교환인가. 내가 A를 주어야만 B를 준다니, 요즘 유행하는 '가성비' 같은 건가. 심지어 저 수많은 강요 안에 내 의지는 하나도 없다. 그때 내가 페미니즘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엿이나 먹으라고 한방 날려주지 않았을까.


 



홍승은의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를 읽는 내내 나의 지난날 흑역사가 떠올랐다. 지금은 페미니스트라 말하는 홍승은조차 나와 비슷한 과거가 있었다. 그 역시 많은 연애에서 을로 지냈고, 남성 집단 사이에서 꽃 또는 엄마 역할을 강요받았으며, 목소리를 지우라고 강요받았다. 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대한민국 대다수 여자들과 공통된 사항일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책을 읽으며 그와 같이 분노하고, 또 같이 슬퍼했다.

책에 따르면 한 개그맨이 "남자들은 생각하고, 말하고, 설치는 여자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한다. 그가 말한 대로 생각을 지우고, 말하기를 멈추고, 설치지 않는 여자가 늘어날수록 불편해지는 자는 누구인가? 여자다. 반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설치는 여자가 늘어날수록 자유로워지는 자는 누구인가? 이 또한 여자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속 생각하고, 말하고, 설쳐야 한다. 계속 세상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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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쟁 - 최순실 국정농단 천 일의 추적기
안민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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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개월간 최순실이라는 엄청난 인물을 다룬 기사 및 보도가 수십만 건 쏟아졌다.

워낙 큰 사건이었기에 대다수 사람들이

틈나는 대로 이에 관한 기사들을 찾아보고 사건의 규모를 가늠해보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기사는 오히려 진실을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된다.

워낙 국정농단의 수준과 양이 방대한데다가, 너무 많은 인물이 얽히고설켜 있어

도대체 어디까지 파악해야 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는지 머리가 복잡해지기만 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정보는 점점 가십과 자극적인 부분에만 쏠리게 되고,

‘남들이 나쁘다고 하니까 나쁜 줄 아는’ 지경에 이르는 이들도 다수였다.

 

이 책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처음으로 추적한 안민석 국회의원이 풀어놓은,

1,000일간의 최순실 추적기다.

 

내용은 결코 어렵지 않다. 마치 구술하는 듯, 쉽게 읽히는 문체다.

최순실 횡포의 첫머리부터 끝까지 추적하던 그가

마치 내 눈앞에서 설명하듯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320쪽의 얇지 않은 책이 한두 시간 안에 술술 읽히는 이유는

그의 어렵지 않은 설명과 경험 덕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책에서는 안민석이 어디서부터 최순실에 관한 의심을 품었고,

그것이 조력자들과 어떠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이를 추적한 것이 어떠한 결과를 낳았으며,

그 추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린다.

 

모두들 최순실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었으니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안민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구속은 시작일 뿐, 진실은 아직 전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인물 덕분에 조만간 진실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한다.

 

신문기사들의 딱딱한 문체와 전후 이야기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불친절한 단편 기사들 사이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던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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