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 - 어느 시골교사가 세상에 물음을 제기하는 방법
황주환 지음 / 갈라파고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저자나 내용보다 출판사를 먼저 말해야겠다.
‘갈라파고스’
여기를 알게 된 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책을 통해서다.
내 인생의 책이다.
내 삶의 방향, 나의 관념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책이다.
세계 경제/정치의 현실에 처음 눈을 뜨게 됐다.
5초에 1명씩 어린 아이가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현실!
그럼에도, 쌀이 남아도는데도 불구하고, 쌀을 바다에 버리는 현실!
왜? 자기 이익을 위해서.
이 세상은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니다.
나누면 살 수 있다. 하지만 나누지 않는다.
왜? 자기 이익을 위해서.
칠레의 아옌데 등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만남과 배움이 있었다.
여전히 이 책을 마주하면 떨리는 마음이 있다.
이 책을 봤을 때, 출판사부터 주목한 건 아니다.
책 제목과 저자가 눈에 들어왔는데, 결정타를 날린 게 출판사다.
사실, 난 공교육 현장에 별 관심이 없다.
대안교육 현장을 더 잘 가꿔가고 싶다.
그렇지만 이 책은 공교육 현장에 대해 세밀하게 비판했을 것 같고,
그러한 점을 내가 염두에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걸 얻었다.
그건 바로, 저자의 꼼꼼한 논리!
내용을 동의하느냐 여부를 떠나, 형식 자체가 탄탄하다.
치밀하게 사유하고 풀어낸 글쓰기다.
국어선생님이라 더 그런지 모르겠다.
글쓰기의 모범을 보는 느낌이다.
밀도 높고 알찬 글이다.
그렇기에 글을 빨리 읽어나갈 수 없다.
비판적인 이야기는 훌훌 넘겨 읽어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내용도 들어오지만, 내용 전개하는 과정-근거 제시하는 점에서도 많은 유익이 있다.
철학/논리학 책이 아닌데, 철학/논리학 책 이상으로 사유 훈련에 도움이 된다.
이런 느낌이 참 좋다.
책 날개에 저자 메일 주소가 나와 있는데, 정말 쓸 거다.
앞으로 잘 만나가고 싶은 저자다.
저자의 장은 공교육/제도권 현장이다.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불합리하고 생명을 억누르는 체제에 균열을 내면서,
그런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사회를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안 사회를 형성하지 못하면,
참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은 존재하기 어렵다.
게토화된다는 비판이 있더라도,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내 아이를 정말 보내고 싶은 학교, 배우게 하고 싶은 교사가 있는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에서 생활/교육하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대안은, 남들에게 제시하기 위해서보다,
당사자가 더 잘 살기 위해 필요하다.
목표 성취 시기를 ‘먼 미래에 실현될 지도 모르는 일’로 두지 말고,
지금 주어진 조건에서 현실화시켜야 한다.
다른 삶의 형식/내용을 보며, 억압적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사자 자신이 보다 행복하고 감사하게 살아야 한다.
그러한 기쁨이 자연스레 다른 곳에 전달될 것이고,
거기서 새로운 변화도 생길 수 있다.
그러기위해,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이 땅의 현실을 면밀히 알아야 한다.
우리가 왜,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무얼 주의해야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이 책은 이에 대한 성찰이 치열하게 잘 담겨 있다. 알차다.
다만 여기서 머물지는 말자.
비판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삶과 관계를 통해서 하는 거다.
읽었다고 끝이 아니다.
잘 사는 상태는, 나도 누리고, 남도 누려야 한다.
그러한 개인/사회가 되어가도록 애써야 한다.
촌지 안 받는 교사? 촌지 받는 교사!
학교에서 학생을 제적시키려 하자 저자가 만류한다.
유급되더라도 지켜보자는 것이다.
저자의 진심에 감동한 어머니는 돈 봉투를 내민다.
품꾼에겐 큰 돈이었을 터.
게다가 저자는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사람인데..
결국 받는다. 그건 촌지를 받았다기보다 어머니의 마음을 받은 거다.
이걸 두고 비판할 게 아니다.
오히려 자기 기준을 해체시키며 어머니의 표현을 수용한 게 아름다운 거다.
저자가 그 돈을 어떻게 썼을까?
모르지만 그래도 필요한 곳에 의미 있게 쓰였을 거라 생각한다. 기대한다.
이런 교사/저자가 있다는 게 반갑다.
또 이런 책/알찬 책을 출판해주는 출판사가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