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박찬국, 배철현 교수 때문이다.

박찬국 교수는 삼성출판사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판한

<전통도덕에 도전하다 니체의 도덕계보학>을 통해 처음 만났다.

 

쉽게 잘 썼고, 니체를 이해하는데 도움됐다.

나중에 다시 잘 정리를 하려 한다.

 

배철현 교수는 그동안 이름만 들었다.

특히 이 책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이

어떤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저자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두 저자의 이야기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박찬국 교수(7강)는 에리히 프롬의 소유 양식, 존재 양식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교도소 수감자를 대상으로 강의한 걸 엮었다.

1차 대상을 고려하면, 프롬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이라면,

이 강의 자체는 상당한 도전이 되었을 수 있다.

소유 지향적인 삶을 거두고, 존재 지향적인 삶에 대해 전망하게 된다면..

 

내가 만약 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면, 꽤나 감동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어서 새로운 점은 없었다.

 

다만 프롬이 사회주의와 실존주의를 연결하려 했던 점,

상당히 통합적인 관점을 지닌 철학자라는 점,

끊임없는 수행을 강조하는 성실한 사람이라는 점이 새롭게 주목됐다.

 

알튀세르가 사회주의와 구조주의를 연결하려 했고,

들뢰즈가 구조주의와 실존주의를 통합하려 했는데,

이렇게 각 사상들을 통합하려는 작업에 대해 앞으로 잘 알아가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아직도 가야할 길>의 저자 스캇 펙은 저서 곳곳에서 프롬에 대해 언급한다.

얉은 호감이 드는 정도였는데, 언제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배철현 교수(1강)의 강의는 괜찮음+평범의 중간 언저리였다.

결정적인 예화로 드는 부분이 소록도에 온 수녀님들 이야기다.

감동이 없진 않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지 울림이 약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기대된다.

배철현 교수는 이 강좌의 전체 기획자다.

앞으로도 계속 수감자들을 만날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를 넘어서는 경험들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서문에서도 말해주고 있다.

 

낯선 사람들, 평소 어울리지 않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 교수에게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한다.

 

교도소로 가면서 깊어지는 사유, 존재의 성찰!

강의하러 가면서, 오히려 더 배우고 올 수 있다.

 

 

오히려 전혀 듣지 못했고, 기대도 하지 않은 홍진호(4강), 김헌(3강) 교수의 강의가 흥미로웠다.

이 두 강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은 읽어보라고 권하게 된다.

 

독일의 현대사를 모르는 사람들, 일리아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책의 이 부분만이라도 한 번 보시면 좋겠다.

 

난 독일의 현재만을 알고 있었다.

일본과 달리 과거 청산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그런데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이뤄진 사죄가 아니었다.

 

68혁명 등 여러 사회적인 요인이 있었고,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에 가서 사죄의 무릎을 꿇기도 했다.

 

그러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지금의 독일이 된 거다.

이 과정을 전혀 몰랐던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일제 시대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는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친일파는 떵떵거리고, 여전히 독립운동가는 고달프다.

너무나도 억울하고 원통하다.

의롭게 사는 사람이 도리어 핍박받는 이 안타까운 현실!

 

독일의 역사를 보며, 독일도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었음을 느꼈다.

우리도 그렇게 과거 청산을 하고, 정의가 살아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일리아스의 소개를 하면서,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모르는 이야기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일리아스, 아킬레스, 트로이 전쟁, 다들 들어는 봤다.

하지만 잘 모른다.

 

김헌 교수는 서사시를 들려준다.

어떤 특정한 내용을 설교하지 않는다.

이야기 자체에서 나오는 힘이 전달된다.

 

명예와 죽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라틴 아메리카(5강)에 대한 호감이 있어서 기대하고 봤으나 역시 기대는 하지 말 걸 그랬다.

마지막 ‘죽음’에 대한 강의(8강)는 일리아스 강의와 유사하다.

서양 문명의 정신을 다루는 6강은 ‘로고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거다.

 

아, 독일과 일리아스 외에 인도철학도 흥미로웠다.

생각을 바꾸는 게 쉬운가? 몸 10kg을 빼는 게 쉬운가?

생각은 바로, 마음 먹기에 따라 쉽게 바꿀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안 된다.

잘 음미해볼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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