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냥하게 살기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15년 1월
평점 :
출판사 책 소개에 나오는 두 문단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간디가 타고르에게 말했다는,
“육체노동을 해서 밥값을 버시오. 그 누구도 노동의 의무에서 자유롭지 않소.”
다른 하나는 기르는 닭을 잡아 먹었는데,
그걸 두고 사람들이 어떻게 손수 키운 닭을 잡아 먹냐며 비난했다.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너희는 살생 안 하고 사냐? 생명을 먹을거리로 바꾸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을 남의 손에 맡긴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을 지껄이는군.
먹을거리는 모두 생명이다. 슈퍼에서 파는 먹을거리는 사치에 길든 우리 눈과 혀를 만족시키기 위해 팩에 포장되어 있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먹을거리가 모두 생명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없다.
여기 와서 제 손으로 닭을 잡아먹어보시지, 당을 갈고 씨를 뿌리고 밤마다 벌레를 잡아가 기른 채소를 먹은 뒤에 어디 그런 말을 해보시지!
이것만으로도 일단 좋았다.
이런 마음을 품고 사는 사람의 다른 이야기는 어떨까 궁금하여 책을 읽게 됐다.
두 번째 이야기처럼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묘하게 마음에 남는 것은 저자의 문체다. 어떻게 딱히 표현 못 하겠다.
맑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사람의 말투가 이런 건가 싶다.
이건 직접 여러 쪽 읽어봐야 느낄 맛이다. 간결하고 진솔하다.
글이나 컴퓨터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농촌에 가고 싶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어쩌면 농촌의 생명력을 잘 느끼지 못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거다.
도시에서, 교사와 작가로 살던 저자의 농촌살이가 은은하게 마음에 남아 생기를 불어 넣어줄 것 같다.
처음부터 완결되고 멋있는 결론을 내리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머리로는 꿈꾸었던 바이지만, 현실과 마주하며 예기치 못한 불편이 생겨난다.
지내면서 배우는 것들이 하나씩 쌓여가고, 그러면서 어떠한 기쁨과 고통이 있는지,
어떻게 어울리며 성장해가는지 책에 고스란히 나온다.
간간이 나오는 사회에 대한 일갈도 유익하다.
“싼 것이 최고라는 사고방식에는 큰 함정이 있다. 몇몇 사람의 희생으로 물건값이 싸졌는데도 그런 물건을 사는 것은 죄라는 의식이 없다면 그 사회는 타락하고 만다.”(57쪽)
어쩌면 이건 저자의 일기다. 시기별로 이어지고, 담담한 고백이라 그렇게 느껴진다.
참 생명의 기운은 어디서 나오는가?
거저 먹는 게 아니라 자기 힘과 땀으로 노동하여 열매를 맺어갈 때,
모든 것이 상품화된 도시가 아니라, 생명이 자라나는 농촌에 맞닿아 있을 때 같다.
소신껏 사는 이웃집 아저씨를 만난다는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아울러 우리도 이러한 글을 써내어 보다 사회를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덤. 저자가 쓴 동화책을 읽고 싶어졌다.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