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 - 한국건축의 새로운 타이폴로지 찾기
이상헌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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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읽을 때는 하나씩 메모해가며 배워나갔다. 1부를 넘어가려는 문턱에서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요약 정리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려 했던 서평의 방향을 바꿨다. 나의 관점에서 공격적으로 질문하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련다.

 

나는 건축을 전혀 모르다가 3년 전에 시골로 오면서 하게 됐다. 시공은 하다보니까 하게 된다. 하지만 설계나 디자인 부분은 여전히 잘 모르고 약하다. 가끔 열 받는 일이 생기는데, 그건 군청에서 허가를 받을 때다. 우리도 직접 다 할 수 있는데 설계사무소의 ‘도장’이 필요하단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의 영역’인가보다.

 

아무 의미 없는 설계도이지만, 그거 그려주고 허가 받아주는 조건으로 2~300만원을 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불합리하다. 건축으로 먹고 사는 인간들이 자기들 밥통 지키려고 만든 법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뭔가 문제가 생겨서 해결하려고 하니, 설계사무소에서 얼마를 주면 해결해줄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허가와 법적인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인가. 분노가 일어난다.

 

그래서 이 책을 찾게 됐다. 한국 건축 현실은 문제가 많다. 저자는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저자는 서양건축과 현대건축 토대 위에 있다. 건축역사이론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중요하고 배우면 좋겠지. 하지만 평범한 귀농인의 입장은 또 다르다. 그걸 말하고 싶다.

 

지금은 건축이 ‘전문적’ 영역이다. 서구에서는 계속 그랬기 때문에 제도화가 잘 되어 있다. 저자는 우리도 그렇게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도화되지 않았기에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책에서 저자도 말하지만) 우리나라는 특정한 전문가가 아니라 백성들이 손수 지었다. 이번 여름 휴가 때 아버지께 여쭤봤다. “옛날에 집 지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지었죠?”, “그럼 그때는 다 모여서 함께 지었지.”

 

목수라는 직업이 있었지만, 그래도 살림집 짓는 건 특별한 기술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생활기술이고 생존기술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러한 전통 속에 있다. 당장 살아야 할 집을 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건축에 관한 이 책 저 책 뒤져보고, 워크샵이 열리면 가서 배우기도 한다. 그러다가 여기까지 왔다.

 

요즘 나오는 화학자재들(스티로폼, 실리콘, 합판을 비롯한 플라스틱-석유화학 제품들)은 자연재료(흙, 돌, 나무)에 비해 싸고, 성능 좋고, 강하고, 가볍고, 오래 간다. 하지만 화학재료는 아토피 등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 또 건축물을 폐기할 때 처리가 쉽지 않다. 이러저러한 고민 속에서 자연재료를 찾다보니 건축 자체가 상당히 제한된다. 설계와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뭔가 해보려고 꼼지락거린다. 또한 화학제품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무척 어려워서 방수 부분, 기초 부분, 틈새 부분에는 일부 쓰기도 한다.

 

여하튼 생활기술로서 건축, 환경에 덜 피해주는 건축을 해보려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흙부대 생활기술 네트워크’나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 센터’ 등을 보면 재야의 고수들이 즐비하다. 흙건축 등 생태건축의 수요는 건축가들보다 이러한 귀농인들에게 더 많은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제도화가 되어야 좀 나아질지, 아니면 제도와 문턱을 더 낮춰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저자와 입장과 대안은 퍽 다르지만, 각자의 길을 더 꿋꿋하게 걸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한옥 등 전통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연구를 계속 하면 좋을 것이고, 나와 같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며 지향하는 가치를 건물로 잘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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