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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살림월령가 - 자연주의 푸드스타일리스트가 그리는 시골살림 이야기
양은숙 글.사진 / 컬처그라퍼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지난 하지(6월 21일)가 아내 생일이었다. 가장 해가 긴 날 태어난 그를 위해 무엇을 선물할지 고르다가 이 책을 접하게 됐다. 아내는 나와 함께 귀촌하여 ‘농가월령가’를 흥얼거리는 초보 농부기에 ‘들살림 월령가’라는 제목이 상당히 끌렸다.
구체적인 요리 방법은 얼마 나오지 않는다. 계절별로 하나씩 나온다. 대신 음식을 만들어가는 과정, 찾아가는 이야기가 소소하면서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작업실을 구하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된 시골생활답게, 저자는 새로 접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잘 소개해준다. 특히 스타일리스트라서 그런지 사진을 담아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시골생활을 하며 만나는 식물, 음식들에 대한 수필이랄까? 시속 100미터로 걸으며 생명들을 만나며 적어간 기록이다. 한 꼭지가 그리 길지 않고, 이야기도 쉽게 공감되어 금방 읽게 된다. 사진도 많기에 술술 넘어간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땐 상당히 두툼해서 놀랐다. 하지만 종이가 두꺼워서 그런 것 같고 분량은 320쪽 정도다. 예상 외로 두꺼워서 오래 걸리겠다 싶었는데, 예상 외로 얼른 넘기게 됐다.
자연에서 느끼는 것 뿐 아니라 어른들과 만남, 대화를 소중하게 적고 있다. 거기에 지혜들이 알알이 맺혀있다. 도토리가루를 사서 묵을 쒀본 적 있지만, 도토리를 말려서 가루를 내본 적은 없다. 어떻게 일을 하는지, 주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전혀 몰랐는데 저자가 할머니들의 입을 통해 잘 전해주고 있다. 또 최근 매실 담았는데, 거품이 나서 왜 그런가 싶었다. 책을 보니 설탕이 적어서 그렇다고 한다. 설탕을 더 넣어 줬더니 부글거리는 게 없어졌다. 딱 도움이 됐다. ^^
요리 방법을 원하는 분이라면 다른 책을 보시라. 하지만 철에 따라 나오는 음식과 그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보시라.
문득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해졌다.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볼텐데, 이걸 보면 시골에 오고 싶을까? 내가 바라기는 농촌, 먹을거리와 관계가 깊어지면 좋겠다. 슈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상품으로서 농산물/음식을 대하는 게 아니라, 생산자의 땀과 정성을 기억하고 정을 나누는 농산물/음식으로 대했으면 좋겠다. 시골에 오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도시에 살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생명을 생명답게 만나고, 생명을 상품화하는 것을 멀리했으면 좋겠다.
덤. 책이 괜찮긴 한데, 아내도 나도 이걸로 생일 선물을 다 하기엔 뭔가 아쉬웠다. 결국 다른 것을 하나 더 준비하여 선물했다. 근데 두고 보면 볼수록 괜찮을 책일 것 같다. 한편 아내도 종종 생활글을 쓰곤 하는데 이런 책과 별 차이가 없다는 걸 느낀다. 역시 귀한 건 멀리서만 찾을 게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