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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지하철을 타다 ㅣ 탐 철학 소설 1
김종옥.전호근 지음 / 탐 / 2013년 4월
평점 :
철학을 공부해도 고대 그리스나 근대 유럽 철학 등 서양 철학에 관심을 주로 가졌다. 동양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어쩌다보니 그랬다. 우리 사회가 서구 사대적이라 그런 것일까? 너무 외부적인 핑계를 대는 듯 하지만 무시하진 못할 일이다.
동양 철학에 대해서는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감명 깊게 읽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아니, 동양 철학의 길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기에 평생해도 멀기만 할 것이다. 특히 지식과 관념의 차원이라기보다 지혜와 삶의 차원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이 점이 동양 철학 특징이 아닐까 싶다.
스토아 철학자들처럼 서양에서도 지혜와 삶을 강조한 철학이 없진 않지만, 주류를 이루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와 칸트는 사변적으로 느껴진다. 나의 밑천 없음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한편 동양 철학도 훈고학처럼 고루한 지식 축적에 머물기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논하는 철학보다 땀 흘리는 현장에서 소통될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한다. ‘진리’와 ‘도’를 추구하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
이 책을 보면서는 공자의 새로운 면을 많이 접했다. 사람에 대한 통찰 뿐 아니라 시대에 대한 사명감과 세상을 바꾸려는 열망이 뜨겁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는 공자를 발명가이자 시민운동가로 그리고 있는데 새로웠다. 공자하면 옳은 말만 하는 훈장 느낌이었는데, 책 속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등 전혀 몰랐던 면을 발견했다.
세상 일에 참견하고,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라며 애쓰고 외치는 공자. 책에서는 대화를 통해, 때로는 편지를 통해, 또 희곡 형식을 통해 공자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각주로 인용한 원문 한자와 출처가 나오는 점도 좋다. 그가 오늘날 살아있다면 이런 말과 활동을 했다고? 하며 놀라면서 읽었다. 저자의 관점이 그렇기 때문에 공자를 더 그렇게 읽고 해석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저자의 관점을 거의 지지하기에 싫진 않다. 그래도 낯설은 공자의 모습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공자 뿐 아니라 맹자와 장자도 등장한다. 실제로는 동시대 인물이 아니지만, 여기서는 친구다. 공자 뿐 아니라 맹자, 장자에 대해서도 차이를 보면서 함께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장자의 이야기가 더 하고 싶었는지, 장자에 관한 책을 하나 따로 내기도 했다. 소설로 보는 장자의 이야기도 궁금하여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출판사 책소개에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철학 사상에 젖어든다’고 표현했는데, 정말 그렇다. 소설 형식의 이야기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근데 그 내용이 철학적인 내용, 공자가 했던 말들을 살짝 꾸며서 이야기를 구성했다. 어린 친구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그러면서 동양 고전의 이야기도 슬쩍슬쩍 접하게 된다.
동양 고전(공자, 맹자, 장자)에 관심 갖는 사람,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 책을 보고 싶은 사람, 어린 친구들에게 적절한 책을 권해주고 싶은 사람들은 한 번 보면 좋을 것 같다.
공자가 오늘날 살았다면, 장애인들이 편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이동권 투쟁을 지금도 하고 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새로운 모습이다.